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춘절
(1부에 이어 계속됩니다. 암튼, 난 그 일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돌변했다. 여자의 변신은 죄가 안 된다고 했던가? 그 여자 주인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여전히 자기 남편한테는 무섭게 대하고, Tough하게 굴면서도, 나만 보면, 살살거리고, 하하 호호하며 웃기는 얘기도 잘한다. 남편과는 (내가 중국어를 못하니까)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영어가 고생을 무척 한다. 그는 영어도 짧지만, 영어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다. 그래서, 소통 문제로 가끔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 여자는 영어가 능숙하다. 암튼 그래서 지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에게 친근감을 나타내는 여자가 되었다. (우리 집사람이야, 어쩌다가 그렇지, 어떻게 항상 그렇게 나에게 하하 호호하겠는가?...)
한국인들이, 그리고 유대인들이 머리가 좋고, 또 일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내가 중국인들과 함께 일을 해 본 경험으로는, 중국인들도 이에 못지않다. 그들도 머리가 좋고, 근면 성실하다. 뉴욕의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빈 병을 수거해서 빈 병 수거 기계에 넣으면, 많은 돈은 아니지만, 돈이 나온다. 당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먹고살 방법의 하나로 만든 정책일 것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흑인들과 백인들이 주로 그런 빈 병 수거하는 모습을 보아 왔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한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쪽 일도 중국인들이 싹 다 휩쓸고 있다. 흑인들과 백인들은 그냥 보이는 대로만 수집해 오던 반면에, 중국인들은 나름 머리를 쓰는 것 같다. 어느 아파트 건물에서, 몇 시에 그런 쓰레기가 나오는지를 알고는 그 시간에 맞추어 몽땅 수거해 간다든가, 그래서 그들의 짐 보따리는 그 규모부터가 우선 다르다. 어떤 이는 아예 차량으로도 운반한다. 그러니, 흑인들이 중국인을 보고는 아무 이유도 없이 행패를 부리는 뉴스를 가끔 보게 되고, 한국인도 도매금으로 함께 취급당하는지도 모른다.
유대인은 유대인 명절에는 며칠씩이고 집에서 안 나온다. 많은 사업체의 업주들이 쉬다 보니, 종업원들도 쉬게 되고, 학교에서는 교수나 선생님들이 쉬니, 학교도 함께 문을 닫는다. 그래서 유대 명절은 마치 국경일처럼 거리마저도 한산하고 교통 체증도 사라진다. 그러나 아직 한국인은 그럴 힘이 없어서 감히 엄두도 못 낸다. 설날이나 추석 때가 되면, 떡국, 송편도 먹고, 제사나 추모예배를 드리고, 세배 등의 행사는 하지만, 가게 문까지 걸어 잠그고 명절 연휴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춘절 기간에는, Business도 걸어 닫고, 여러 날 명절을 즐기는 편이다. 지난 춘절(설날)에 그 중국인 도매상 주인이 나에게 물어왔다. 설날에 연휴로 쉴 거냐고, 그래서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더니, 그들도 나 때문에 쉬는 것을 중지한 것 같다. 중국인은 한번 사귀기는 어렵지만, 일단 신뢰가 쌓이고 친해지면, 더도 없이 친숙하게 대한다는데, 역시 그 얘기가 맞는 것 같다.
옛날 주윤발이 나오는 홍콩 영화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 시끄러운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좁고 답답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그런 아파트에 대다수가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 일 년에 한 번 큰기침 소리를 내는 날이 있다. 춘절 기간이다. 그들이 어떻게 춘절을 보내는지, 유튜브를 찍을 겸, 차이나타운으로 갔었다.
차이나타운으로 가기 위해 맨해튼으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페리 선상에서 촬영은 안 하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왜냐면, 카메라의 저장 용량과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 젊은 인도 남자가 맨해튼이 보이는 쪽을 향해 연신 영상 촬영을 찍느라 난리다.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사진을 찍는데, 영상 촬영을 한다? 그럼 혹시 저 사람도 유튜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만, 내 눈에는 꼭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촬영을 마친 그에게 물었다. '당신도 유튜버냐?'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란다. 내가 홍콩에 가서 보니, 홍콩에는 많은 인도인이 Business를 하고 있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가 나에게 물어왔다. 차이나타운은 어디에 있느냐고 해서, 마침 페리 벽에 붙어있는 전철 지도로 설명을 해 주었는데, 차이나타운에는 여러 노선의 여러 군데에 전철역이 있을 정도로 넓다는 것을 나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 그가 물었다. 차이나타운은 어떻게 생겼냐고...
차이나타운은 어떤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 '당신, 홍콩에서 왔다며, 내가 보기에는 꼭 홍콩에서 보았던 그런 인상이다'라고 말해 주었다. 홍콩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는 화려하게 보였는데, 막상 홍콩에 사는 중국인의 모습을 보면 뭔가 지저분하고 꾀죄죄하게 보였는데, 차이나타운도 그런 것 같다. 어떤 민족이든 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 하더라도 그들이 사는 모습은 어딜 가나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지역은 어디나 뭔가 복잡하면서도 지저분한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한국은 그에 비해 어떨까?
일본에 가보면,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유하게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깨끗하게는 살고 있었다. 대로변이나, 골목이나,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런 면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깨끗함과 지저분한 것까지도... 그런데, 암튼 그날 차이나타운에 도착해서 보고 난, 깜짝 놀랐다.
밤새, 아파트에서 내려와 길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폭죽을 터트렸는지, 길거리가 온통 폭죽의 잔해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의 춘절 행사에 의례 등장하는 것은 Lion Dance다. 나도 한국에 있었을 적에 설날에 텔레비전을 통해 '북경 사자놀이'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북경 사자들 여러 마리가 여러 팀으로 가게마다 순회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관광객도 덩달아 쫓아다니며 폭죽도 쏘고 즐긴다. 매장마다 그들이 꽹과리 치고 북을 치며 순회하는 것을 보고는, 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지신밟기' 같은 행사였다. 옆에 서 있던 관광객들도 가게마다 봉투를 주는 것에 매우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서, 내가 지신밟기에 해서 설명해 주었는데, 모두 매우 재미있어했다.
그들이 북 치고 꽹과리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6.25 때, 그들이 인해 전술로 공격하기 전에 북 치고 꽹과리를 쳤다는데, 바로 저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들의 박자와 음은 매우 간단해서, 이들도, 그리고 미국인들도 금방 배워서 바로 칠 수 있는, 그런 쉽고 간단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사물놀이는 그 박자나 음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그리고 그들의 꽹과리 소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징을 꽹과리의 막대기로 치니까 꽹과리 같은 소리가 난다. 그러니까 그들에겐 징이 있으면서도 한국의 징 소리 같은 것이 안 낸다.
그들에게 춘절은 워낙 큰 명절이라서, 단 하루에만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서 행사를 다양하게 하는데, 그중에 하나는 퍼레이드다. 한인들과 함께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매년 지역별로 입장이 다른데, 맨해튼에서는, 차이나타운이 워낙 크고, 중국인의 숫자도 많아서, 함께 행사할 수가 없는 그런 형편일 것이다. 그에 비해, 플러싱에서는, 한인타운과 차이나타운이 겹치는 지역도 있고, 또 거주 한인들도 다수 있는지라, 올해에는 퍼레이드 행사를 같이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 퍼레이드 행사한 것을 동영상으로 보니 참으로 딱하게 보인다. 차라리 저럴 거라면, 같이 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부분이 중국인의 퍼레이드인데, 게 중에 한인의 행렬이 약간 끼어 있는 모습이, 마치, 중국인들의 행사에 일부 조그만 소수인종이 초라하게 참여하는 듯 보여서 그렇다. 반면에...
또 다르게 느낀 점은, 춘절 맞이 행사와 일주일 후의 퍼레이드에서, 사회자들(아나운서 같은 젊은 남녀가)이 행사를 치르는 것을 보니, 만다린 캔트니즈, 그리고 영어를 번갈아 하며 잘하고 있었는데... 꼭 나타나는 나이가 좀 든 인물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들 세계에 콧김 꽤나 있는 인물 같아 보였다. 그는 아나운서의 마이크 말고도 또 다른 마이크로 전체의 진행을 좌지우지하는 듯 보였는데,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툭하면, 그 마이크로 '( )야 어디 있냐?'며 자기 수하의 사람(그 노인도 술에 벌게진 얼굴로 손 마이크를 들고 천방지축으로 참견하고 다니는)을 부르는 것이다. 그 행사에는 뉴욕 시장이라든가, 척 슈머 상원 의원 같은 정치가들도 와 있는 자리이다. 그 노인은 퍼레이드할 때도 사회자 말고 Wireless 마이크를 들고서는 가는 행렬마다 멈추게 하고는, 그 행렬의 대표자를 불러 세워 한 마디씩을 하게 하는 것이다. 퍼레이드라는 것은 막히지 않고 연이어 그 행렬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의 꼰대질이 일을 그렇게 만드는 데도, 중국인 누구 하나 뭐라고 한마디도 안 하는가 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아직도 전 근대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면이 아직은 보인다.
Mall에 집안 식구들이 쇼핑을 갈 일이 있어서 함께 갔다가 나는 밖에서 차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차에 뭔가 부딪치며 크게 소리가 났다. 바로 옆에 중국 여자(오래 살다 보니, 얼굴만 봐도 중국인인지, 한국인지, 일본인인지 다 알겠는데)가 차 문을 그냥 왈칵 열면서 내 차의 Body를 찍었다. 놀란 나와 그녀의 눈길이 마주쳤는데, (미국인 같으면, 미안하다, 괜찮겠냐? 보험으로 물어주라며 호들갑을 떨 텐데) 놀란 기색이지만, 그녀는 절대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한 채 바쁜 척, 딴청만 피우다 금세 또 차를 빼고는 달아나 버렸다. 나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새 차로 바꿔야 하는지라 처음부터 그냥 눈 감아 줄 용의도 있었지만, 말도 없이 달아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싸가지가 없단 생각이 들면서, (미국서는 저러고 살면 안 되는디...) 하며 괜한 쓸데없는 걱정도 다 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