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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Jul 13. 2023

연가, Pokarekare Ana

마음이 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다

마들렌 효과 같은 것일까? 

최근 광고에 나온 '연가' 개사곡이 나를 먼 과거로 이끌고 있다. 


아련하다 

이 정도 단어가 가장 가까울 것 같은데, 그리움, 어린 시절 아름다운 노래에 매혹되던 기분, 초등학교 보이스카우트 시절(인지 그 후의 일인지 성당 수련회에서의 일인지 가물가물하다) 캠프파이어 앞에서 벌개진 얼굴로 노래를 부를 때의 묘한 흥분, 이 노래를 처음 접하고 불었던 시절의 내 젊음 자체, 그리고 유튜브를 찾아서 듣고 있는 다양한 버전의 Pokarekare Ana의 약간 서글픈 정서, 마오리족의 문양들과 손짓과 얼굴들이 뒤섞인 아련한 기분으로 며칠을 살고 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도 속으로 따라 부르고 있다. 높은음으로 멜로디가 올라갈 때, 나의 발성 기관도 보이지 않게 긴장감을 높이며.


애틋하다

는 감정과도 가까운 것 같다. 닿을 수 없는 사랑. 딱히 대상이 없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떨리는 마음. 그런 것들이 나이든 남자의 굳어진 마음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난다. 

불안정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마음의 상태를 무어라 할까? 

생의 기쁨. 그 중 하나일까? 아니면 생의 기쁨 그 전체일까? 

살아간다는 것이 꼭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그렇다고 무감각에 가까운 평온한 마음상태이지도 않다는 웅변 같다. 

너의 생은 현(絃)과 같으니 계속 떨려야 마땅할 것이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마리오어 노래를 듣다 보면, 주변을 달리 보게 된다. 그 모든 풍경에서 음률이 흐른다. 그 모든 풍경과 그 안의 사람들이 물질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그 어떤 풍경도 재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아름다울 수도 있다.


모든 노래가 그랬다. 

노래는 우리의 생이 물질과 논리로만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노래한다. 

20대 이후로 내 일상에서 거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인 지도 모르겠다.


노래 한 곡 때문에 뉴질랜드를 다시 가고 싶어졌다

8년 전 아이들과 함께 그래피티가 칠해진 낡은 봉고차를 타고 뉴질랜드 남섬을 돌았던 적이 있다. 다시 그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 때는 뉴질랜드를 제대로 보지 못 한 것 같다는 생각. 어느 여행지든 한 번, 처음 가보는 여행은 사실 여행이 아니라는 깨달음. 두 번째 여행부터가 그 곳을 진짜로 여행하는 것이라는 생각. 

다시 가게 되면 아주 천천히 대자연 속에 머물고, 마오리족과 뉴질랜드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꼭 Pokarekare Ana를 원주민의 목소리로 듣고 오리라. 

 


비 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Pōkarekare ana, ngā wai o Waiapu
Whiti atu koe hine, marino ana e.

E hine e, hoki mai ra
Ka mate ahau i te aroha e.

Tuhituhi taku reta, tuku atu taku rīngi
Kia kite tō iwi, raru raru ana e.

E hine e, hoki mai ra
Ka mate ahau i te aroha e.

E kore te aroha, e maroke i te rā
Mākūkū tonu i aku roimata e.

E hine e, hoki mai ra
Ka mate ahau i te aroha e.

Whati whati taku pene, kua pau aku pepa
Ko taku aroha, mau tonu ana e.

E hine e, hoki mai ra
Ka mate ahau i te aroha e

(소스 : Lyric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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