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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 LAC '우스터 대학'에 오세요



다음은 용인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College of Wooster에 재학중인 황형구씨가 미국 대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우스터 대학의 면모다. 황형구씨는 우스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참고로 우스터 대학을 소개한다. 이 대학은 백만장자 영지 같이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고 있다. 학교 넓이는 129만5천 제곱미터(39만여평, 참고로 연세대의 면적은 약 99만제곱미터, 고려대의 면적은  88만 제곱미터다.) 이 대학의 교수들은 5년마다 안식년을 주고 있다. 최고의 교수들을 초빙했다. 우스터 학생의 94%가 평균 1만5400달러의 학비보조를 받고 있다. 75%는 별도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고 있다. 황형구씨도 거의 전액에 가까운 재정보조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은 까다로운 절차없이 지원자의 80-90%학생을 받아들이면서도 박사학위 배출비율에서 914개 학부대학 가운데 11위에 올라있다. 미국 대학의 박사 배출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명문 주립대학보다 월등히 높다. 


화학박사 배출비율은 3위이다. MIT와 2곳의 워싱턴 대학 총장과 노벨수상자를 배출했다. 학생들이 자기 과목을 통제할 수 있어 강의 내용과 심지어 전공과정도 직접 설계한다. 정부와 주요기업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프로글램에서 인턴을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대호 연합의 교수와 교직원들이 컨소시엄에 속한 13개 대학 가운데 우스터에 자녀를 가장 많이 보낸다. 우스터는 종합대학에서 학부대학으로 지위를 바꾼 최초의 대학이다. <편집자 주>



<개인에 대한 질문>


1. 황형구 씨 본인을 간단히 먼저 소개해주십시오. 특히 고등학교를 어디서 졸업했나요? 언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College of Wooster에 다니고 있는 황형구입니다. 저는 용인외고 (현 외대부고)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재수 등의 gap year를 가졌고, 2016년 군복무를 마친 뒤에 생애 첫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국내 대학을 준비했었지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뒤 군대에서 ACT를 치르고 미래교육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경제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3학년 학생입니다. 


2. College of Wooster에 진학을 할 때 여러 대학을 고려했을텐데, 왜 우스터를 선택했습니까?


저는 University of Minnesota, Denison University, 그리고 College of Wooster를 두고 가장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 미네소타 주립대학은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경제학부가 강한 대형 리서치 학교라 매력적인 옵션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여러 선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본 결과, 리버럴아츠컬리지로 학부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리버럴아츠 학교의 교수님들은 본인의 연구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더 몰두하시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더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데니슨과 우스터를 두고는 미국의 여러 웹사이트를 찾아보며 학교를 비교해봤습니다. 우스터가 비교적 더 가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라는 평을 많이 접했고, 특히 리서치 프로그램이 탁월한 학교라는 점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데니슨에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 학교를 비교해 드릴 수는 없지만, 지난 3년간 우스터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3.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그것과 관련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대학원에 진학을 한 건가요? 아니면 미국에서 직업을 잡을 생각인가요?


저는 경제학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목표이고, 그래서 학부 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토론 중심적인 수업 방식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적응하고 싶었고, 자기만의 생각을 형성하고 표현하는 문화를 접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학점, 교수님들의 추천서, 연구 실적, GRE 성적 등이라고 해서 그 부분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4. 미국 대학에 온 것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합니까? 특히 어떤 점이 그런가요?


네, 정말 오기를 잘했다고 느낍니다. 우선, 우스터는 교육의 질이 너무나도 높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개념이더라도 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모든 설명은 그 뜻이 아주 분명한 문장으로 표현되고, 학생들이 이것을 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 진도가 느리게 느껴질 때도 가끔 있지만, 수업에 참여함으로서 지식을 정말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참 좋습니다.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 그리고 수많은 에세이 과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공부 이외에도,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삶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매일 밥을 먹고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얻기 힘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 값진 대화를 나눕니다. 평생 당연시해왔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우기도 합니다. 여러 나라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부탄에서 온 친구와 함께 그 나라 음식을 해 먹어보고, 가나에서 온 친구와 잔디 구장에 나가 축구를 하며, 멕시코에서 온 친구에게 우리나라 술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네요. 


5. University가 아니라 liberal arts college에 간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University의 규모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liberal arts college에서 추구하는 균형 잡힌 교육과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는 훌륭한 학교들도 있는 줄로 압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리버럴 아츠는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합니다. 저희 학교만 보아도 졸업 요건으로 Writing, Cultural, Religious, Foreign Language (국제 학생은 선택사항), Quantitative, Arts & Humanities, History & Social Sciences, 그리고 Mathematical & Natural Sciences의 수업을 들을 것을 요구합니다. 예컨대, 역사를 전공하더라도 수학이나 과학 수업을 꼭 들어야 하고, 화학을 전공하더라도 종교 수업을 꼭 하나 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균형 있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인지 새롭게 발견하는 학생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6. 친구들이 한국대학에 다니고 있겠지요?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1학년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큰 차이는 교실 밖에서의 대학생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우리나라 대학 문화는 보통 새내기 때 각종 엠티와 일일주점, 동아리 회식, 친구들과의 술자리, 끊임 없는 놀 거리가 가득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친 후 진학한 대학이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즐기고 싶은 보상 심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유학을 처음 오는 한국 학생이라면 이런 기대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뉴욕이나 보스턴, LA 등의 대도시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수도권 대학가의 그 화려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대학생활이 재미없냐, 그건 또 아닙니다. 미국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보다 더 잘 놉니다. 부지런히 파티를 찾아 다니고, 유쾌하고 흥 넘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 한국에서보다 더 재밌는 대학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유흥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은 예비 새내기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었고요, 부모님들께서 같은 질문을 하신다면 저는 자신 있게 ‘교수님들의 접근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대학에서는 수업시간에 이해 못 한 부분을 여쭤보기 위해 교수님을 찾는 일이 흔하지 않습니다. 교수님 사무실에 찾아가서 1대1로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질문하는 문화가 아직 널리 자리잡지 않은 줄로 압니다.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학년이 되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1학년 때에는 그런 경험은 손에 꼽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스터에서는 이미 수강 신청하는 날부터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모든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기 전까지 학교생활과 공부의 길잡이가 되어줄 전담 지도 교수를 배정 받습니다. 이 교수님은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듣는 것이 좋을지, 스케줄은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을지 상담을 해주고 학기 내내 학생을 지도합니다. 


한국에서는 수강 신청을 할 때 보통 (운이 좋으면 선배들과 함께) PC방에 가서 초조한 마음으로 마우스를 두드립니다. 반면, 우스터와 같은 소규모의 학부 중심 대학들에서는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가 학생을 전담마크하여 조언을 해줍니다. 학기가 시작하면 교수님들은 정해진 요일에 Office hour를 열어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시간 약속을 잡아서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이 매우 쉽고 또 장려됩니다. 에세이 한 편을 쓸 때에도 학생 본인만 부지런 떤다면 교수님과 면담을 하며 글의 개요를 확인 받고, 내용과 논리가 적합한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수님을 쫓아다니다 보면 수업 내용을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되고, 교수님의 이쁨도 받고, 자연스레 좋은 성적을 받게 됩니다. 미국의 대학원이나 기업들은 이러한 리버럴아츠 학교들의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추천서가 굉장히 의미 있는 자료이자 강력한 힘이 됩니다.


7. 한국대학에 다니지 않으므로서 한국사람들이 중하게 여기는 인맥형성이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의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인맥을 중요시한다는 말에도 동의하고, 미국 대학에서는 한국인 인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탄탄한 실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설령 인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야무진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포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맥으로 기회를 얻는다 해도 실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바닥이 들통날 것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받쳐준다면 어디서든 인정 받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국 대학에 다니면 한국 사람들과의 인맥은 비교적 좁을 수 있겠지만, 그대신 국제적인 인맥을 형성합니다. 자신의 무대를 한국으로만 한정 짓지 않고 세계 전체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글로벌한 네트워크가 더 값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경우에도 물론 실력은 갖추어야 하겠지만요.


 

<우스터 대학에 대해>


1. College of Wooster가 다른 대학과 가장 다른 특징은 무엇입니까?


제가 느낀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국제학생들을 배려하고 보살피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국제학생 사무국에서 남아시아 학생회와 협력하여 ‘South Asian Dinner’ 행사를 매년 진행합니다. 이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그들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고 또 다른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합니다. 저는 1학년 때 이 행사에 가서 인도와 네팔 음식을 태어나 처음 먹어봤는데요,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 학교가 국제학생들의 가치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런 식으로 서포트 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재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학교 측에서 기울였던 노력이 떠오릅니다. 극단적으로 국수주의적인 정권이 시작됨에 따라 국제학생들과 이민자 가정의 학생들 중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대학 총장님과 학장님이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기숙사 라운지에서 앉아 학생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위로하고, (국제학생들이 환영 받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학교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큰 특징으로는 Independent Studies(IS)가 있습니다. 우스터는 연구(Research)가 강한 학교로 유명합니다. 모든 우스터 학생들은 4학년 때 졸업논문을 써야합니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며, 4학년 1학기와 2학기 모두 IS를 (마치 하나의 수업처럼) 수강해야 합니다. 본인이 정한 주제에 따라 학과에서 IS 지도 교수를 지정해주면, 학생들은 매주 최소 1시간 씩 교수님과 만나 첨삭과 지도를 받습니다. (저는 복수전공자이기 때문에 경제학과 교수님 한 분, 수학과 교수님 한 분, 총 두 명의 교수님들과 졸업논문을 쓰게 됩니다.) 이 작업은 졸업을 두 달 정도 남길 때인 3월 중순까지 이루어집니다. 


며칠 전 저는, 64학번 동문인 Donald Kohn박사가 모교를 방문하여 열댓 명의 경제학과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부의장을 지내신 분이라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었는데요, 특히 우리 학교의 IS에 대해 남긴 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IS를 하면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주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연습을 했고, 이 경험이 대학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할 때에도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스터의 IS 프로그램은, 학부에서는 이루기 힘든 성과를 교수님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학생이 이루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2. 학교 캠퍼스를 소개해 주겠습니까?


네, 우선 우리 학교의 상징적인 건물, Kauke Hall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 건물은 인문학과 사회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건물입니다. 학교에서 지켜오는 전통 (Marching band, Scottish Kilt, 등) 중 스코트랜드 풍의 것들이 많은데요, 그에 걸맞게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아치형 건물입니다. 그 외에 약 10개의 Academic Building들이 있으며, 그 중 Williams Hall은 올해 건축을 완공한 근사한 건물입니다. 비교적 오래된 건물들도 있지만 내부 시설은 훌륭하고요, 학교 다니면서 책상이나 의자, 칠판에 불만 가져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회관 및 교내 식당 건물인 Lowry Center가 있습니다. 아마 우스터 학생이라면 가장 많이 들락날락 하는 건물일 겁니다. 지하에는 Residence Life 사무실, 식당 관련 사무실 등이 있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또다른 식당, Mom’s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햄버거, 치킨 윙, 샐러드, 스무디 등을 팝니다. 1층에는 쇼파와 책상, (겨울에는 진짜 나무를 떼는) 난로가 있는 커다라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의 라운지가 있고, 학교 서점 및 기념품 샵이 있습니다. 또, C Store라 불리는 우리학교의 매점 및 카페 또한 있습니다. 매점이 크진 않지만 웬만한 건 다 있습니다. 재작년부터는 붉닭볶음면도 팔고 있구요. 2층에는 교내 메인 식당이 있습니다. 


도서관은 Andrews Library와 Timken Science Library가 있습니다. 앤드류스 도서관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문학 서적들 및 각종 잡지 등이 있으며, 메인 도서관 답게 활기차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맛이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Learning Center, APEX, Career Center 등의 시설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팀켄 도서관은 매우 조용하고 우리나라 열람실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는 조모임을 하거나 수업 조교 Office Hours을 열 때 앤드류스를 이용하고, 평소에 혼자서 공부를 할 때에는 팀켄을 애용합니다.


캠퍼스 소개를 더 자세히 해드리고 싶지만, 인터뷰의 제약 상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첫 화면 우측에 “Visit Wooster”라는 링크가 있습니다. 클릭하셔서 가상 투어를 체험해보세요. 저는 미국으로 오기 전 학교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없어서 이렇게나마 학교를 둘러봤었는데, 실제와 꽤 많이 비슷합니다.


3. 형구씨가 듣는 전공에는 한반에 평균 몇 명이 듣나요?


학교 홈페이지를 보시면 학생 대 교수의 평균 비율이 11:1이라고 나옵니다. 실제로 학생 수가 10명 이내였던 수업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First Year Seminar필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Religion in the Age of Science라는 수업을 들었었는데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질문을 더 자유롭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수업을 위해 총 6개의 에세이를 써야 했었는데, 매번 1시간 이상 교수님께 질문을 하고 조언을 구하고 첨삭도 받았습니다. 


전공 수업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특히 경제학 개론 같은 수업은 한 학기에 4개의 섹션으로 나뉘며, 한 섹션에 30-35명이 수강합니다. 수학과의 경우, 미적분 (Calculus) 수업 때 30명 정도 있었습니다. 강좌의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물론 학생 수도 적어집니다. 제가 지금 수업 조교로 일하고 있는 미시경제학은 35명인 반면, 예전에 들었던 기업조직론은 학생이 11명이었습니다. 수학 역시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과 같은 전공 필수 과목들은 30명 정도, 해석학 (Real Analysis) 같은 고급 강좌들은 15명 미만이 수강하기도 합니다. 


보통 University들의 경제학개론 수강생 수가 100명, 150명을 거뜬히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생 대 교수 비율이 낮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하게 됩니다.


4.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교수와 학생간에 유대가 끈끈하다고 들었습니다. 사례를 들어서 소개해 주겠습니까? 교수와 학생간에 대화가 자주 있나요?


네, 유대가 굉장히 끈끈합니다. 


저는 1학년 1학기 때 들었던 경제학 개론 교수님이 지금 저의 지도 교수이십니다. (IS 지도 교수는 저의 졸업논문 주제에 따라 다시 배정 받습니다.) 교수님과 3년 째 가깝게 지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씩은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소식을 주고 받는 사이입니다. 교우 관계나 유학 생활에 관한 고민들은 친구들과 나눌 수 있지만, 진로나 학업에 관한 고민은 그러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수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저는 교수님을 처음 만난 날, 경제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품고 미국으로 유학 왔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 때부터 저를 조금이라도 더 챙겨 주셨고 이렇게 해서 끈끈한 관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이런 수업들을 들어라, 관심 가는 주제가 있으면 늘 파고드는 습관을 가져라, 등의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1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방학 동안에 교수님으로부터 본인의 수업 조교가 되어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1학년 때 수업 조교로 일할 수 있는 드물고 운 좋은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은 또 그 뒤에 캠퍼스 잡을 구하고 인턴십에 지원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연구 조교 (Research Assistant)를 구하고 있는 친한 교수님이 있다며 그 분과 저를 연결시켜 주셔서, 지금은 그 분의 프로젝트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깝게 지내는 교수님들은 제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시는 든든한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과 교류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준 것은 리버럴 아츠라는 교육 환경입니다. 3년 간 리버럴 아츠 학교를 다녀본 결과, 이는 학생들이 교수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지적으로, 또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hC4rOdOcFeA


5. 공부를 따라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량이 많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프린스턴 리뷰에 따르면 올해 우스터가 “학생들의 공부시간이 가장 많은 미국 대학”에서 8위를 차지했다고 하니까, 공부량이 꽤 많은 학교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https://www.princetonreview.com/college-rankings?rankings=students-study-most)


학생들은 보통 한 학기에 4과목을 수강합니다. 졸업 요건이 32학점 이수이니까, 한국 대학으로 치면 곧 한 과목 당 5학점 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든 과목은1주일에 총 3시간 (강좌의 일부로 Lab 시간이 따로 있다면 4시간 반) 씩 수업을 합니다.


공부를 따라가기 힘든 이유는 대게 리딩이 많거나, 에세이 숙제가 많아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경우 한 수업 당 50~80페이지를 읽어가야 하는 일이 흔합니다. 제가 지금 듣고 있는 Ethical Theory 교수님은 주말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스무 페이지를 읽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비교적 적은 분량이지만 철학 수업의 리딩은 그 내용의 밀도가 높아서 읽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리버럴 아츠 학교에서 수업 당 몇 십 장의 리딩은 흔한 일이지만, 리딩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보통 1년 정도 지나면 요령도 생기고 독해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갖추었다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에세이를 정말 많이 써야 합니다. 과제 뿐만이 아니라 시험 자체가 에세이 형식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저는 여태껏 우스터를 다니면서 객관식 시험 문제를 풀어본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그것도 계량경제학 수업의 첫 중간 고사의 일부분이 객관식이었던 것이고, 그 수업조차 이후의 시험들은 모두 주관식 (Short-answer questions)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로 능력이 부족하다면 리버럴 아츠에서의 공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First Year Seminar와 같은 필수 작문 수업을 듣고, Writing Center나 교수님을 찾아가서 첨삭을 받다 보면 글 쓰는 능력도 저절로 늡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 밤을 지새우며 고생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래도 해가 거듭할 수록 문장력, 사고력 뿐만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발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6. 한국 학생들은 얼마나 되나요?


총 30명 정도 되며 그 중 4명은 한인교포 학생들입니다. 군복무 중인 친구들도 2명 있구요. 이번 학기 초에 새내기 친구들을 환영하고 한국인 교수님들과 식사를 했던 사진을 첨부해드립니다.


7. 한국 학생들끼리 자주 만나나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학교가 작다 보니 많이 마주치고,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 있는 한국 학생들 7-8명 정도와 함께 한인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적어도 일요일 마다 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구요, 또 이번 학기에 유난히 가까워진 동생이 하나 있어서 밥도 함께 먹고 도서관도 다니고 합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7번 질문을 하시는 분들 중에 “한국 학생들끼리만 너무 어울려 놀지는 않나요?”라는 의도로 질문하는 분들도 계실 줄로 압니다.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든, 유학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든, 학생 본인이 한국 사람들보다는 외국인 친구들과 더 교제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도 학교 생활 재미있게 잘 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한국인들과 교류하기 꺼린다거나, 다른 한국인들이 그런 친구를 배제하는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학생 본인이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많이 소극적이라면, 한국 학생들끼리만 어울려 지내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외부 요인을 탓하기 보다는 학생 본인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생활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분위기가 워낙 가족적이고 포용적이라 외국인 친구들 사귀는 게 정말 쉽습니다. 내성적인 학생 분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친구들 사귈 수 있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8. 전공선택은 몇 학년 때 합니까?


2학년 2학기 중에 전공 선택 (Declaration) 마감일이 있습니다. 어떤 전공으로 입학하던지 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9. 전공을 미리 선택하고 들어갔나요? 아니면 탐색을 하고 3학년 때 했나요?


앞서 말씀 드렸 듯이 저는 경제학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입학했습니다. 수학을 복수 전공하는 것은 계획에 없었고, 2학년 1학기 때 결심해서 그 때 전공 Declare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입학 통지서 상의 전공과는 다른 과목을 전공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다양한 과목을 수강해보고 시행 착오를 거치는 것이 가능합니다. 


10. 방학 때 인턴 프로그램이나 Study Abroad 프로그램이 있나요?


네, Study Abroad 프로그램 잘 되어있습니다. 결연이 맺어져 있는 대학교들이 세계 각지에 있습니다. 특히 제2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Sophomore Research에 지원하여 합격하면 본교의 교수님들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한편, 인턴십 관련해서는 본인이 학점 관리를 충실하게 하고, 인턴십 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수업을 이수하면 방학 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는 듯 합니다. 저는 올해 여름, Applied Methods Research Experience (AMRE)에 참가했습니다. AMRE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회 중에서는 가장 프로그램이 알차고 보수가 높은 것 중 하나라, 매년 경쟁률이 7:1 정도 됩니다. AMRE는 학교가 우스터 근방의 기업과 학생을 연결시켜주어 여름 방학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방식입니다. 

 

11. 미국학생들 사이에서 인종 차별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제가 캠퍼스 내에서 미국학생으로부터 인종 차별을 당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그 어느 주, 어느 도시에 가던지 간에 인종차별이 전혀 없는 진공상태의 환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수 년 간 공부를 하면서도 인종 차별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마 성격이 많이 무디거나 학교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국제학생들을 관리해주는 구조적인 노력을 하고,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캠퍼스 내에 지배적이라면, 적어도 교내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인종 차별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면 그것을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합니다. 우선 총장님이나 학장님이 사건 당일 밤 11시 쯤 전교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학교 측에서 어떤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경찰과 학교 보안 서비스 인력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입니다. 우리 학교의 미국인 학생들은 이러한 사건들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로는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보다도 더 격분하며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목격하거나 당했을 때, 그것을 인종 차별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의 문화와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낼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우스터는 그런 목소리를 열성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의 학교이며,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성 폭력, 증오범죄 사건 등에 제재를 가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12. 기숙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겠습니까?


전원 기숙사 생활합니다. 1학년 기숙사 5채, 고학년 기숙사 10채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하우스라고 해서 15-20명의 인원이 모여 사는 소형 기숙사는 34채가 있습니다. 시설이 조금 오래된 기숙사도 2-3채 있지만, 이 기숙사들도 샤워실이나 화장실 등의 상태는 모두 양호합니다. 그저 방 안에 있는 가구들이 조금 오래 된 정도입니다. 그 외에 기숙사들은 모두 깔끔하고 시설도 좋습니다. 주중에는 매일 아침 청소부 직원 분들께서 학생들의 방을 제외한 기숙사 전부를 청소해 주십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Luce Hall은 스위트 (Suite) 구조의 건물인데요,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의 Language Suite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경제학과 건물까지 걸어가는 데는 4분,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수학과 건물까지는11분이 걸립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숙사들이 학교 건물들과 가깝게 위치해 있습니다.


13. 학교 내에서의 안전문제는 어떤가요? 그곳에도 캠퍼스 폴리스가 있나요?


우리 학교는 Security and Protective Services (SPS)라는 캠퍼스 폴리스가 항상 대기합니다. 캠퍼스의 면적이 좁기 때문에 출동 시간도 매우 빠릅니다. 이 SPS의 장(Chief)은 우스터 시의 경찰서장으로 은퇴하신 분이며, 모든 SPS 인력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분들입니다. 911에 신고가 들어오면 이는 즉시SPS에 자동 통보 되며, SPS 역시 화재나 긴급한 사건들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서나 소방서에 출동을 요청합니다. 저는 학교가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모든 기숙사 건물마다 사감(Resident Assistant)이 있습니다. 저도 장학금을 받아가며 RA로 일하고 있는데요, 매일 RA들이 번갈아 가며 건물 순찰을 돌고 밤에 당직을 섭니다. 기숙사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RA들이 항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매년 여름 다른 학생들보다 2주 가량 일찍 미국으로 입국하여 RA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훈련을 받고, 동료 학생들에게 안전한 기숙사 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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