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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Apr 21. 2019

영화의 사운드에 대해서

스타워즈로 간략히 알아보는 사운드와 편집



지난 <우상> 리뷰 https://brunch.co.kr/@josetmojito/98 와 <스타워즈 - 에피소드 9> 예고편 잡설 https://brunch.co.kr/@josetmojito/99 에서도 계속 사운드를 이야기했으니 사운드를 주제로 잠깐 이야기를 해봅시다. 에피소드 9 예고편을 본 후 또 스타워즈에 꽂혀서 영화와 영상들을 봤는데 요걸로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https://youtu.be/s2hM1tyEL0U



이 영상은 지난 <스타워즈 - 에피소드 8> 중 홀도 지휘관이 하이퍼스페이스로 적의 함대에 돌진하는 시퀀스입니다. 사실 하이퍼스페이스에 관한 설정을 깼다는 이유로 마니아들이 가장 싫어하는 씬 중 하나인데, 저는 이 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이퍼스페이스를 하는 순간 모든 사운드가 일순간 사라지면서 전함들이 파란빛과 함께 찢어지는 이 시퀀스를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처음 볼 때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소름이 엄지발톱까지 돋았더랬습니다.


암튼, 사운드 이야기를 해봅시다. 수송선이 폭발이나 포를 쏘고 하는 등의 음향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대사 전달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어폰(헤드폰이면 더 좋습니다)을 귀에 꼽고 오디오 볼륨을 살짝 높여서 링크된 영상의 사운드에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영상 00:25 ~ 00:37초. INT. 퍼스트 오더 군함 함교


#1

초급장교(?)의 대사 "적의 함선이 하이퍼스페이스 점프를 하려고 합니다."

장교가 화면의 오른쪽에 있으니 오른쪽 귀에서 소리가 들리죠. 그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자세히 들으면 대사의 볼륨이 살짝 작고 에코가 살짝 있습니다. 천장이 높고 면적이 넓은 함교의 공간감과 화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감이 나타납니다.


#2

헉스 장군 "저 함선은 비었다. 우리 관심을 끌려고 하는 거야. 한심하군. 공격을 수송선에만 집중해"

스크린 속 헉스 장군의 프레임은 미디엄 클로즈 업~클로즈 업. 관객과의 거리가 초급장교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습니다. 초급 장교의 대사보다 헉스 장군 대사의 볼륨이 더 큽니다. 넓은 장소에서 울리는 대사의 에코도 더 명확하게 들리죠. 






영상 00:44~00:48초. INT. 반란군 수송선


#3

"홀도 지휘관이 도망가고 있어요." "아니야."

대사에 에코가 전혀 없습니다. 볼륨이 큽니다. 비좁은 수송선에서 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씬이 이뤄지는 공간, 그리고 배우의 위치에 따라 대사의 볼륨과 질감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관객의 정서를 움직이는 것은 사운드입니다. 우리의 정서는 무의식 중에 크고 작은 다양한 소리들에 크게 반응하고 공명합니다. 그래서 사운드는 관객의 몰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운드를 끄고 무서운 영화를 보면 무섭지 않은 이유입니다. 대부분 관객은 영화에서 비주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비주얼에 집중해서 영화를 관람하지만 한번 귀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사운드를 유의 깊게 들어보세요. 화려한 비주얼 뒤에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리와 음악이 깔려있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연출과 편집에서 사운드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하이라이트를 향해 치닫는 편집


이야기가 나온 김에, 편집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봅시다.


이 영상의 길이는 총 2분 2초. 그중에서 이 시퀀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홀도 지휘관의 '자폭 하이퍼스페이스'가 시작되는 시간은 1분 30초. 이 시퀀스는 총 5개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는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진행됩니다. 


1. 반란군 함선(홀도 지휘관)  2. 반란군 수송선(포와 레이아)  3. 퍼스트 오더 함선 함교(헉스 사령관)  4. 퍼스트 오더 함선(벤과 레이)  5. 퍼스트 오더 갑판(핀, 로즈, 파즈마)


유의해서 볼 것은 이 시퀀스의 흐름이 하이라이트인 1분 30초에 가까워지면서 어떻게 흘러가느냐입니다. 하이라이트에 가까워지면서 각 장소의 쇼트 길이가 짧아지면서 속도감이 높아집니다. 스코어와 음향 효과의 볼륨도 차츰 높아집니다. 인물들의 프레임도 점점 스크린에 가까워져 미디엄-> 미디엄 클로즈 업 -> 클로즈 업 -> 익스트림 클로즈 업으로 커져갑니다. 앞뒤에 이어지는 쇼트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영화 전체 사운드의 볼륨이 높아지면서 속도와 긴장이 최고조에 치달았을 때, 모든 사운드가 사라지고, 홀도 지휘관의 전함이 퍼스트 오더 함대를 찢고 지나갑니다.


한 가지 유의해서 봐야 할 것은 영화의 분위기가 하이라이트를 향해 고조되며 전체 사운드의 볼륨도 높아지는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배우들의 대사는 깨끗하게 들린다는 것이죠.


 




영화에서 소리란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일상생활에는 다양한 소리들이 존재합니다. 입고 있는 옷의 재질에 따라 걸을 때 옷깃이 스치며 내는 소리가 모두 다릅니다. 발자국 소리도 마찬가지이죠.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어떤 바닥 위를 걷는지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납니다. 위의 스타워즈 예에서도 봤지만 대화를 할 때도 상대와 떨어져 있는 거리, 공간의 면적과 모양 등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발생하죠. 우리는 주변에서 듣는 수많은 소리들을 사소하게 여기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연히 나야 할 소리가 나지 않으면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아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나야 할 소리, 잘 들려야 할 소리, 흐릿하게 들려야 할 소리, 멀리 들려야 할 소리, 가까이 들려야 할 소리 등 당연히 들려야 할 소리들이 들리지 않으면 관객은 본능적으로 어색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어색함이 반복되면 무의식적으로 관객은 영화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에 몰입하는데 소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소리는 영화 속 상황의 '현실성'과 관객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영화가 일상과 다른 점은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그 모든 소리를 영화에서는 하나하나 다 잡아내고 만들어내고 조정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운드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소리들을 잡아내는 것도 후반 작업에서도 조정하는 것도 사운드는 모두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 사운드라는 요소가 관객이 신경도 안 쓰고 잘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에 제작자는 대충대충 넘어갈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최근 본 <사바하>, <우상> 모두 100억 가까운 거대 예산이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질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도 모를 것', '이 정도면 괜찮을 것'이란 대충의 유혹에 빠진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PS.

하지만 영화 업계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는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직무는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분 배우, 감독, 촬영감독을 하고 싶어하지 사운드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히려 페이가 꽤 짭짤하다고 합니다. 사운드 작업은 중요한데 인력이 부족하니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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