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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Apr 20. 2019

스타워즈 에피소드 9 예고편 잡설

한 스타워즈 삼촌 팬의 우려와 기대


저는 비행선의 디테일, 병사들의 복식이나 병과, 크고 작은 전투들을 외우는 골수 마니아는 아니지만 스타워즈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보고 또 보고 하염없이 보며 어린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스타워즈는 저의 상상력이나 예술적 감수성, 세계관, 영화를 보는 시선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와 6>을 극장에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티셔츠도 사고한 것 같은데;; 그러니 극장에서의 본격적인 경험은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협>부터 입니다. 극장에 앉아 영화 시작 전 예고편을 보고 있는데, 점점 긴장하고 흥분하는 저 자신이 느껴졌습니다. 극장에서 그렇게 긴장되고 흥분한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경험이 무척 생경했더랬죠.






예고가 끝나고, 극장이 암전 되자마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Lucas Film' 로고와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자막이 지나간 후 빠밤!!!!!! 장쾌한 오프닝 타이틀 곡과 함께 화면에 노란 아웃라인 폰트의 스타워즈 로고가 뜨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이후는 뭐, 세계에 푹 빠져드는 거죠.


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영화, 로고와 오프닝 타이틀 만으로 눈물이 핑 도는 영화는 스타워즈가 유일합니다. 스타워즈는 저에게 영화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억이자 감정이자 하나의 문화입니다.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은 모두 저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욱 함께 해온 특별한 존재로서 내면의 한 부분에 스타워즈가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죠.






각설하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9-스카이워커의 비상>의 예고편이 얼마 전 시카고에서 열린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 9>이 전체 스타워즈 사가 특히 시퀄 3부작 사가(에피소드 7, 8, 9)에서 갖는 의미는 조금 남다릅니다. 왜냐하면 지난 <에피소드 8-라스트 제다이>가 디즈니와 루카스 필름 내부 시사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고, 비평가들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과 반대로 마니아들에게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거든요.



저의 지난 <스타워즈 에피소드 8> 리뷰 https://brunch.co.kr/@josetmojito/19  &  https://brunch.co.kr/@josetmojito/20 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라스트 제다이를 옹호하는 몇 안 되는 팬 중 한 명입니다. 강한 인상을 주는 멋진 미쟝센이 정말 많았고, 스타워즈 뽕을 제외하고도 영화 자체의 플롯과 내러티브 완성도가 상당히 좋았거든요. 특히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서사적으로 정말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라이언 존슨의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디즈니는 다음 트릴로지인 <에피소드 10,11,12>의 감독으로 그를 내정합니다). 아무튼 그건 제 생각이고, 디즈니는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엄청난 공격에 시달립니다. 많은 마니아들은 마치 삭발 시위하듯 앞으로 나올 모든 스타워즈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합니다.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이후 스타워즈를 둘러싼 상황이 얼마나 험악하게 돌아갔는지 조금은 짐작이 되시겠죠. 비판, 냉소, 부정이 팽배했던 분위기. 하지만 <에피소드 9>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광했습니다.


https://youtu.be/adzYW5DZoWs



예고편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마치 영화 <300> 속 "This is Sparta!!!!"처럼, 디즈니는 티저 예고편 하나만으로 등 돌리고 있던 마니아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발로 쳐)넣었습니다. 이 예고편에는 과거의 <스타워즈>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는데 일반인은 별생각 없이 넘어갈 그 사소한 지점들이 스타워즈 마니아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것을 짧게만 짚어보자면



1. 랜도 칼리시안의 등장

생각지도 못한 랜도 칼리시안의 등장. 한 솔로의 허전한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메워줄까요ㅠ



2. 레이아와 레이의 포옹 장면

스타워즈의 대모. 캐리 피셔는 그녀의 죽음 후 스타워즈 화면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아와 한 솔로의 재회 장면은 정말... 스타워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정서적인 울림이 큰 장면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3. 파괴된 데스 스타의 잔해

무슨 사연이...



4. 마지막 웃음소리.

비열하고 음흉한 그 웃음소리..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어???" "어??????" "설마??????????" 하게 만든 그 웃음 소리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죽은 줄 알았던 다스 시디어스, 팰퍼틴의 웃음 소리였습니다.



5. 부제 - The Rise of Skywalker

부제에 떡하니 대문짝만하게 걸린 바로 그 이름.




이 티저 예고편을 몇 번을 봤는지 모릅니다. 많이 보면 누가 예매권이라도 줄 것처럼 하염없이 봤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연관 영상으로 뜨는 reaction 영상으로 넘어갔는데, 이 남자의 리액션은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https://youtu.be/xfkJvhI2oW0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에 삐져도 단단히 삐진 토르(!)의 이 리액션은 아마 스타워즈에 등 돌렸던 수많은 마니아들의 공통된 반응이 아닐까 합니다.


https://youtu.be/d47_0D0uBRw




Here's the catch, though.

이번 <에피소드 9>의 감독인 J.J. 에이브람스는 얼마 전 전작인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를 부정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전작 감독인 라이언 존슨에 대한 험담(?) 아닌 험담을 했죠. 제 생각에 그건 철저한 계산 끝에 라이언 존슨과도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을 이루고 행한 고도의 홍보 활동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너네(마니아) 마음 다 알아, 우리도 그러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는데 라이언이가 막 밀어붙여서 좀 그렇게 된 게 없잖게 있었어. 너네 말 무시한 거 아니고 이번에 참고해서 잘 만들었으니까 한번 기대해봐"


하는 뉘앙스랄까? 불만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J.J. 감독의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는 사실 이야기랄 것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인 레이와 벤을 소개만 시켜주는 정도였고 영화 대부분은 예전 스타워즈의 추억팔이(!)에 할애 됐거든요. <에피소드 3> 이후 아주 오랜 기간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화끈한 서비스 영상(!) 같은 느낌. 스타워즈 팬으로서 물론 너무 좋지만, 그 단맛 끝에 남는 씁쓰름함이란.





언제까지 과거에만 머물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쨌든 새로운 캐릭터가 기존 캐릭터를 대체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에피소드 7>은 모든 껄끄러운 이야기 진행을 다음 영화인 <에피소드 8>에 떠넘기고 자신은 팬들을 위해서 신나게 볼거리만 전시한 모양새. 조금 비겁하고 무책임한거죠. 어쨌든 그런 화끈한 서비스 후 후속 에피소드를 라이언 존슨이 맡아서 존경과 애정을 담아 과거와 작별을 하고 새로운 챕터를 열었는데(적어도 저와 소수의 팬들에게는), 이번에 J.J. 가 나서서 그런 라이언 존슨을 비난한 것이니 J.J.의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미국 프로레슬링에서 각본에 의해서 착한 놈과 나쁜 놈이 싸우는 것처럼 디즈니가 짜놓은 큰 판에서 J.J.가 착한 놈, 라이언이 나쁜 놈을 맡아 치고받는 느낌이기도 해요). 예고편에서 보여준 랜도와 팰퍼틴, 즉 과거의 <스타워즈> 요소를 다시 끌어다 놓는 것은 이미 서사적으로는 흘러간 이야기 진행을 뒤집어버리는 것입니다.


"과거랑 작별한 줄 알았지?!? 아니지롱!!"


이야기를 이미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는데, 옛 것이  다시 나타나니깐 이야기 흐름이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J.J.의 발언과 예고편, 여러 오고 가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상황은 마니아들의 공격에 결국 디즈니가 백기를 들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바람에 프랑켄슈타인같은 스타워즈를 만들었다는 느낌이랄까요?




알지 못하는 것을 욕망할 수 없듯

역사적으로 훌륭한 작품은 대중의 입맛에 맞춘 작품이 아닌 대중이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준 작품, 그래서 그들을 앞에서 이끈 작품이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욕망할 수 없는 것처럼, 비전을 가진 이가 새로움을 보여주면 세상은 그때서야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욕망하고 갈구하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스타워즈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지지자였던 이들의 많은 비난에 직면해 있지만 어려움을 뚫고 새로운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가 새로운 비전을 훌륭한 이야기로 엮어내면 등 돌린 마니아들도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를 주 시대를 역행하는 모양새로 보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지금까지 이렇게 명맥이 이어져 온 것은 마니아 커뮤니티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는 것 말이죠. 조지 루카스가 짜놓은 거대하지만 헐거운 스타워즈 세계관을 수 십 년에 걸쳐 다양한 소설과 만화책과 게임으로 촘촘하게 메워온 그 엄청난 작업들, 계속 이어져온 후속작은 마니아들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 9>이 오리지널 클래식 사가(에피소드 4, 5, 6)의 뒤를 이은 시퀄 3부작(7, 8, 9)의 마지막 편이니 만큼 이번 에피소드까지는 버리는 셈치고(!?) 마니아들이 원하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 다음, 이후 시퀄 3부작(10, 11, 12)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디즈니 입장에서는 큰 모험을 하지 않는 선에서 마니아들을 달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타협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됐건 이제 막 티저 예고편만 봤을 뿐이고 실제 영화의 내용이 어떤지는 모르는 일이니 속단하기는 이르죠.






어쨌든 티저 예고편을 보니 가슴 한편에서 또 서서히 끓어오릅니다. 12월 중순 개봉 예정이니 지금 쯤이면 편집은 이미 끝났고 그래픽 터치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겠고, 스코어와 사운드 믹싱 작업이 한창이겠네요. 지난 <우상> 리뷰 https://brunch.co.kr/@josetmojito/98 마지막에 한국 영화의 안일한 사운드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요, 조지 루카스가 관여했던 지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사운드만 1년에 걸쳐 작업했다고 합니다. SF 영화인 만큼 많은 음향 효과가 필요하고, 예산이 뒷받침해주는 초거대 프랜차이즈이기도 하지만, 사운드가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 사운드는 정말 중요합니다. 영화의 몰입감을 결정하는 요소이거든요.



끝으로...


https://youtu.be/swlM2onuQfE




"Role it AGAIN!!!!"


소오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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