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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Apr 10. 2020

그게 혁신이야?



얼마 전 타다가 논란이더니 이번엔 배달의 민족이 논란입니다. 그것과 관련해선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참 놀라운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얼마 전 많은 사람들이 타다를 욕하며 한 말이 "그게 혁신이야? 그냥 콜택시"였습니다.


이번 배달의 민족 논란에도 똑같은 댓글들이 많더군요. "그게 혁신이냐? 전화로 배달시키는 거 앱으로 하는 거지".


얼마 전에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쓴 글이 있었는데요, https://brunch.co.kr/@josetmojito/172 한국에서는 마크 저크버그가 나오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은 "그거 강아지 사진에 좋아요나 누르는 게 혁신이냐" 할 테니까요. 제프 베조스도 나오지 못하겠네요, "시장에서 파는 거 앱으로 사는 게 혁신이냐"할 테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간단해 보이는 앱. 그냥 누르면 연결시켜주는 앱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짜여 어떻게 GPS와 맞물려 구동되는지는 생각 안 합니다. 어떻게 심리학적 요소와 미학적 요소가 결합해서 UX를 만드는 지도 신경 안 쓰죠.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를 이용해 구매와 이용 패턴을 분석해서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마케팅에 적용하는지 등도 알바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근본적인 생활 패턴의 변화. 그리고 이어지는 경제, 사회. 산업, 문화, 예술 등 총체적인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이 모든 앱들과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바 아닙니다. 많은 이들의 눈에는 그저 콜택시와 배달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거 그냥 사람이 전화받아도 상관없는 거 아니냐?" 지금 엑셀로 하는 작업들도 자로 그리고 주판으로 계산하면서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FANG 기업들보다 타다나 배달의 민족 같은 앱이 '후져'보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도 처음부터 지금 같은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규모를 확장시키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한 우산 아래 모아 왔기 때문에 지금 같은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플롯폼 위에서 모든 서비스와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문어발식 경영 확장', '재벌의 폐해'라고 진작에 욕먹고 문 닫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어느 기업도 항상 좋고 항상 위대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오르락과 내리락을 반복합니다. 그 변곡점을 만드는 원인은 변화하는 환경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여러 문제적 요인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에 국민 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망해야 한다' 몰매를 때려대면 세상에 남아날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치인 분들 한국에 유치하지 못해서 안달인, 젊은이들 다들 취업하지 못해서 안달인, 존경하지 못해 안달인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디즈니, 테슬라, 페이스북 등은 모두 과거에 구설수에 올랐거나 여전히 여러 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업들을 다 문 닫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똑같은 일 정부가 해야 할까요? 그 기업들이 사회에 주는 효익이 크다면 좋은 점은 그대로 남겨두면서 조금씩 단점들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요. 만약 독점적 지위가 문제라면 그 기업을 문 닫게 하는 대신 다른 경쟁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사회와 산업적 측면에서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지금의 한국처럼 기업가에게, 기업에게 지독할 정도로 냉소적이고 배타적이면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환경에서는 좋은 기업이 나오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절대 기업가 정신이 꽃피울 수 없습니다. 도전적인 기업가가 아닌 안정적이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사회.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사회, 새로움을 위해 도전하지 않는 사회, 조금만 엇나가도 논란과 구설수에 휘말리는 사회, 무모한 도전, 한계에 대한 도전을 비난하는 사회,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 착하고 온순한 양만 길러내는 사회.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피해를 입는 이는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 더 높은 급여, 더 쾌적한 환경에서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사족.

지금 여기저기 지방 정부에서 배달 앱을 만든다고 합니다. 잘 나가던 기업이 수수료를 올린 것 때문에 정부가 앱을 만든다고 나선다면, 현대가 잘못하면 자동차도 정부가 만들 것이고, 현대중공업이 잘못하면 유조선도 정부가 만들 건가요? 삼성은 한국에서 제일 부패한 기업이니 이참에 반도체와 갤럭시도 한번 정부가 만들어볼까요?


만약 어떤 한 기업이 잘못했다면, 다른 경쟁 기업을 이용하면 되는 것, 그게 우리가 말하는 시장의 원리가 아닌가요? 언제부터 한 기업이 잘못하면 정부가 나서서 때려대고 그 비즈니스를 정부가 하게 된 거죠? 적어도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확연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자 본연의 역할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비즈니스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들이 창업될 수 있는 환경과 시장을 조성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하고 그 경쟁을 통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 효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런 역할은 기업은 절대 할 수 없는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정말 중요한 본연의 의무는 망각하고 직접 기업활동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 한국에는 기회만 주어지면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우수한 인력들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 왜 그런 이들이 더 많은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생각은 안 하고 능력도 없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하는 건가요. 지금 이런 정부의 모습은 레토릭이나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회주의에서나 할 법한 일입니다. 왜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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