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브랜드가 변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의 중국에서 중문네이밍(중문브랜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바라보면 짧은 유의미한 변화가 보인다. 2006년 초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브랜드들은 브랜드가 가진 의미나 컨셉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1세대 중국어 브랜드 이름의 특징은 영문 브랜드 이름과 발음이 유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브랜드명이 가진 의미와 연상을 고려했다. 또한 발음이 유사하지 않더라도 브랜드의 의미라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이후의 중국어 브랜드명은 경기 둔화와 소비시장 위축,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화장품, 식품, 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수십 여개의 한국 브랜드가 중문브랜드를 갖는 것을 도왔다. 지금도 중문 브랜드를 접근하는 기존의 방법론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B2B 시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의 B2C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 가장 많이 진출한 한국 제품 중의 하나는 생활용품, 화장품이다. 소비 시장을 예로 중문 브랜드 네임에 대한 최근 시사점을 간략히 정리해볼까 한다.
중문네이밍 1세대 : 초기 (2000-2010)
이 시기는 중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의식이 막 발달하던 시기로, 상표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았기 때문에,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중국어 이름이라면 대부분 상표 등록이 가능했던 시기다. 상표등록 측면에서도 경쟁이 덜 치열했기 때문에 이 시기의 브랜드 이름은 대부분 2-3글자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때는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던 초기 단계이기도 하다. 2010년 이후 한류가 중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던 두 번째 단계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다. 초기에 ‘한류 드라마’가 중국 여성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다. 한류 드라마에 나온 PPL 제품들은 당시 20-40대 연령대의 소비자 구매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류 드라마에 등장하는 화장품, 미용제품이 구매 기준이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삼성 핸드폰'이마트', '파리바게뜨', ‘설화수’, '락앤락', '삼성' 등이다. ‘파리바게뜨', ‘이마트’ 등 대부분이 영문의 발음과 의미를 모두 고려한 브랜드들이다. 영문 유사성과 법적 등 록성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네이밍의 의미 전달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설화수, 라네즈는 ‘화’, ‘수’, ‘란’과 같은 중문표현으로 소비자들에게 여성 제품을 직접적으로 연상시켰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재물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관념에 부합하는 소박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했다.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영문발음 유사성의 프레임을 지키기 위해 제품의 명확한 컨셉전달은 포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상표등록이 25년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화적, 감성적 접근등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었다.
중문네이밍 2세대 : 성장기 (2011-2017)
초기 브랜드들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는 시기이다. 시장 내 차별화를 갖기 위해 제품 초기에서부터 중국화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중국본토 전략으로 접근한 브랜드로는 '에잇세컨즈', 'ZONG'(KT&G)이 그러했다. 중국소비자가 선호하는 문화적 코드를 브랜드 컨셉에서 녹여내어 풀어냈다. 또 화장품, 패션 산업에서는 특히 영문 발음을 강조하여 해외브랜드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산업이 갖는 특성도 그러하지만 해외 제품의 호감도가 높다 보니 영문발음을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는 전략이 유효했다. 당시 우리가 접근한 '이니스프리', '아이오페', '올리브영' 등의 중문네이밍 전략도 여기에 속한다. 동시에 중국 로컬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PROYA와 같은 로컬브랜드의 중문네이밍도 현지기업이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감성을 담아서 표현했다. 이렇듯 시장 내 경쟁자가 증가하면서 상표법상 등록이 가능한 이름도 적어지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한자의 선택과 글자 수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자 사용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고, 글자 수는 3글자 이상으로 늘어나 상표 등록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나중에 결정된 최종 중문네이밍을 보면 의미가 이상한 브랜드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의미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등록상황을 이해하기에 수긍이 가기도 했다.
중문네이밍 3세대 : 성숙기 (2018~현재)
2018년에서 2025년의 지금까지의 중국시장 내 중문네이밍을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컨셉을 전달하는 브랜드명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보자마자 충격을 받은 브랜드는 '라미 앤 슈어'라는 중국로컬기업이 만든 생면 라면브랜드였다. '라미 앤 슈어_拉面说(lamianshuo)는 '라면이 말하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라면의 특징과 캐주얼한 디자인은 생면브랜드의 컨셉과 개성을 매우 정확하게 전달했다. 양꼬치 프랜차이즈 '헌 지우이치 앤'도 이에 해당한다. '헌 지우이치 앤_很久以前(Henjiuyiqian)'은 옛날옛적에 라는 의미다. 선사시대, 아주 오래전 원시인들이 먹었던 양꼬치의 신선함을 가져왔다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옛날옛적에 먹던 신선함을 지난 양꼬치를 즐기는 곳. 이름이 가진 의미와 어울리는 분위기와 서비스가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다. '핀뚸뚸'는 타오바오, 징둥닷컴을 넘어선 이커머스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핀뚸뚸(拼多多)' 중국의 대표적인 공동구매 이커머스 브랜드다. 모일수록 더 많은 혜택이 있다는 의미가 사업의 정의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또 'BYD'의 전기차 라인을 보면 '汉(HAN)', '唐(TANG)' 등 중국 역사적 국가명을 브랜드 라인으로 하고 있다. 과거 중국을 통일하고 통치한 권위와 정당성을 자동차 업계에서 리더십을 가지려는 의도가 보인다.
작금의 중국시장은 중문네이밍 등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개인, 기업도 지식 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법적 배타성을 확보하기 위해 등록수도 과거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그렇다 보니 브랜드가 가진 방향성보다는 등록가능한 중문 네이밍을 찾는 것에 급급해있다. 지금 시장에서의 중문네이밍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1세대에서 가졌던 기본적인 접근방법에서 벗어나 제품콘셉트이나 방향성을 표현하는 전략이 더 주요해졌다. 물론 영문발음의 유사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유사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벗어나 제품이 가진 속성, 제품의 철학,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다. 브랜드의 외형적인 형식보다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