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식 문제로 속이 많이 상하신 기사님의 이야기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리프레시도 할 겸 한강에 갔다. 한강 물살과 햇빛에 나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흘려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택시를 탑승하게 되었다. 날이 좋아 사람들이 많아 술 마시고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듣다 택시에 탑승하니 그리 조용할 수가 없었다.
한숨을 돌리며, 기사님께 밝게 인사를 건넸다. 기사님도 나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기사님 : 오늘 사람 정말 많죠? 날도 따뜻해서 그런지 더 많이 모인 것 같네요.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아주 정신이 없네요.
나 : 맞아요. 저도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예상보다 일찍 나와버렸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택시는 얼마나 하셨는지 여쭤봤다.
나: 택시 운행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선생님 : 가만있자… 벌써 한 15년 되었네요. 원래 직장 생활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했었죠. 근데 모든 회사원들이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잖아요? 자유롭게 일하고 싶고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요. 저한테도 그런 게 있었고 결국 저는 행동으로 옮기고자 퇴사를 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물론 끝까지 잘만 되었다면 지금처럼 택시를 안 했을 텐데 결국 사업을 접게 되어서 그 이후에 이렇게 택시운행을 하게 되었죠.
한강에는 혼자 가셨나 보네요? 바람 쐬고 싶으셨어요?
나 : 네, 여러모로 기분도 안 좋고 속상한 일들이 있어서 한강에 흘려보낼 겸 왔어요. 선생님은 혹시 자제분들이 있으신가요?
선생님 : 네 그럼요. 다 커서 벌써 시집 장가갔어요.
나 : 그러셨군요. 저랑 자제분들이랑 비슷한 나이대 일 것 같은데, 자녀분들에게 자주 하시는 말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도 교훈이 될까 해서요.
선생님 : 요즘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콕 집어서 질문을 주셨어요 하하. 질문 주시니까 말씀드리면 사실 제가 우리 아이들, 이미 다 시집 장가간 자식들이지만 최근 정말 호되게 혼낸 적이 있어요.
한숨을 푹 쉬시면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선생님 : 무슨 일이 있었냐면 자식들이 다 시집 장가갔는데도 자꾸 필요하면 부모에게 와서 돈 달라고 아직까지도 그러고 있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자식인데 필요하다면 부모가 좀 줄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아뇨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자식이지만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식들이 필요하다는데 우리 와이프가 안 줄 수가 없으니 부족한 돈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자식들에게 주었고 빌린 지인한테는 얼른 또 갚아야 하니까 이를 갚기 위해 우리 음식점에서 일을 나갔어요.
와이프는 자식들 키우고 늘 집 살림을 하던 사람이라 제가 더 고생하면 했지 와이프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일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그랬던 우리 와이프가 나이 먹고 일을 하려니 어디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음식점에 가서나 일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계속 일하고 와서 손을 보니 손가락이 굽어가고 마디마디 쑤셔하고 그런 걸 보면서 보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든지요.
근데 이놈의 자식들은 엄마가 그런지는 별로 관심도 없고 돈이 그렇게 생겨서 주는지도 모르고 계속 필요할 때마다 집에 와서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 제가 자식들과 자식들의 사위, 며느리까지 불러서 거실에 모아놓고 우리 와이프 손을 보여주며 너희가 이렇게 만들었다 책임져라 그리고 앞으로 돈 달라고 찾아올 거면 오지도 말라고 이야기했죠.
제가 아까 말했듯 직장생활도 했고 이후에 시작한 사업이 처음에는 잘되어서 여러 가지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후반 후에 사업도 망하고 그로 인해서 택시 하면서 근근이 살고 있으니 우리 부부는 얼마나 안 쓰고 안 입고 하면서 돈을 모아 왔는지 몰라요.
자식들에게 따로 내색하거나 힘든 모습 보이지 않았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힘들 땐 힘들다고 돈이 없을 땐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할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 : 아버지로서 그 정도까지 말씀하실 정도면 정말 속이 많이 상하셨을 거고 말하시면서도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선생님 : 그럼 물론이죠. 그래도 자식들이 이 부모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요. 흔히 가정교육이라고 하는 거 따로 안 해도 부모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고 희생해 왔는지 그런 모습을 모인다면 자녀들도 자연스레 배우고 알 꺼라 생각했던 거죠. 근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미 다 크고 결혼까지 했기 때문에 이미 늦은 거겠죠.
지금까지 그런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생각이 순간 스치더라고요.
사실 제가 굉장히 엄한 부모님 아래서 자랐기 때문에 괜히 반항의 마음으로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는 싫은 소리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했었어요. 저도 어릴 적에 자녀 된 입장에서 그저 잔소리로 생각되고 왜 이렇게 혼내시는지, 왜 뭐든 이렇게 내 맘대로 하기가 힘든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거죠. 그래서 제 자식들도 다 사회생활하고 살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건데 굳이 내가 나서서 안 좋은 말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들이 저와는 조금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욕심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제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쓴소리도 별로 안 하고 하고 싶은 거 가지고 싶다는 거 최대한 다 해주면서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가면서 말이죠. 근데 커서도 어릴 적과 그렇게 똑같이 부모한테 행동하는 게 너무 속상해서 한소리 한 거예요. 심지어 자기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이 나이 먹어서까지 부모님의 마음을 더 이해할 게 남아 있을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우리 부모님이 왜 우리 형제들에게 그렇게 호되게 가르치시고 잔소리를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단순히 우리 실수나 잘못하는 것을 혼내시는 게 아니라 바르게 키우시기 위한 마음이었다는 게 이번에 자식들한테 쓴소리를 하면서 또 느껴졌어요. 그것이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는 걸 말이죠.
결국 제가 잘못한 가정교육이 부메랑처럼 이렇게 긴 세월 돌아와 이렇게 나이 먹어서 자식들이 이런 문제로 속상하게 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결국 저희 부부가 부모로서 가르쳐야 하는 것들을 잘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을 겪게 되는 거죠.
비록 이렇게 제가 화를 내고 심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제 자녀들이 또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점이 되면 그때는 와서 사과도 하고 깨닫기도 하면서 지금 잠깐 어색해진 사이가 다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제가 제 자식을 욕한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 이유는 제가 겪어보니 이런 문제가 너무 안타까워서 그런 거에요. 물론 안 그런 집안도 많지만 대부분의 집안이 요즘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굉장히 부족한 거 같아요. 우리 집도 그랬고요. 그게 많이 후회가 됩니다.
손님도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이나 이런 것들을 잔소리로 생각하지 마시고 다 애정과 바르게 자라길 바라시는 마음으로 한다는 걸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자식으로서 한 번씩 부모님의 감정도 물어봐주시고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신지 물어보면서 많은 대화 나누시길 이 나이 든 사람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