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현 Josh Kim May 21. 2023

EP1:대기업 임원 출신이 택시를 운전하게 된 이유

늦은 밤, 지방출장을 마치고 도착한 용산역에서 시작된 택시기사님과의 수업

지방 출장을 마치고 밤늦게 도착한 용산역.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에서 내려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무리한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면서 마치 잠에서 막 깬 사람처럼 몽롱한 정신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마침내 배정받은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고 탑승하게 되었다.

기사님은 밝은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쳐주시며 힘찬 목소리로 나를 반겨주셨다.

“어서 오세요!”

지친 상황이었지만 나도 밝게 인사를 드렸다.

“네, 선생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택시 기사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출장 다녀오시나 봐요?”

나는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한창 일할 때 출장을 많이 다녔었어요. 손님의 깔끔한 비즈니스 케쥬얼 복장도 그렇고 보통 이 시간대에 많이들 출장을 마치고 올라와서 여쭤봤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네요.” 기사님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고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생 많았다는 그 말이 지친 심신에 참 큰 위로가 됩니다. 따뜻한 말씀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오늘 일정이 많이 빡빡해서 많이 지쳐있었거든요. 이곳저곳 시간 맞춰 다니느라... 힘이 됩니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생각보다 고생했다, 수고한다는 말을 듣기 참 어렵다. 이런 작은 위로의 한마디가 지친 나에게 위로가 되듯,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따뜻함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왠지 오늘 만난 기사님과 많은 대화가 오고갈 것 같아 나는 호칭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화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선생님 : “아유 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 손님처럼 젊은 분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제 젊을 적 생각도 나고 해서 저도 자연스레 그런 말이 나왔네요. 어쩐 일로 지방까지 출장을 다녀오셨어요?”

나 : “사실 저는 스타트업 창업을 해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오늘 지방에 지원사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 “그러셨군요. 아주 젊은 리더, 창업가이시군요?”

나 : “네. 맞습니다.”


선생님 : “젊은 나이에 참 대단하네요.”

나 :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라서요.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현실의 벽은 높고 매일이 생존의 문제이고 그럴 때 리더로서 너무 부족함을 느껴 참 아쉽고 팀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선생님 : "그러시군요. 리더로서의 부족함을 고민하시는 건 너무 건강한 고민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본인의 틀에 갇혀있다보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저 또한 나름 리더십으로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좋은 리더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마 제 이야기를 좀 들려드려야 될 것 같네요. 저는 한때 큰 기업의 임원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회장님을 보필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리더란 무엇인지, 또 리더의 고뇌와 어려움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었죠."

나 : "정말입니까? 그런 분을 여기서 만나뵙다니.. 너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시네요."




리더란 외롭고 고독하다 그렇기에 더욱 감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선생님 : “아니에요. 저도 젊은 날 남 부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고 그 열심을 회사가 잘 봐준 것이죠. 제가 기업의 회장님을 가장 가까이 보면서 느낀 점은 리더는 언제나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이에요. 몇만 명이 밑에 있고 한 명의 결정이 그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영향이 생기고 그 책임감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이건 무게감이 다를 뿐 손님처럼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도 동일한 것들을 경험할 거라 생각이 돼요.”

“그 큰 규모를 책임지던 분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다 보니 때로는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저에게도 그 고충을 한 번씩 이야기하곤 하셨죠. 물론 감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으셨지만 오히려 그 힘듦과 어려운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얼마나 외롭고 고독해 보이셨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 여유 있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밑 사람들을 대하셨어요. 저야 가장 가까이 있었기에 이면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죠.

다른 사람들은 아마 회장의 자리가 돈도 많이 벌고 밑 사람들이 해온 일을 앉아서 보고를 받으며 결정만 몇 개 딱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부러워하겠지만 그 자리가 그리고 그분이 그 무거운 책임감과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계시는지는 모르고 있기에 하는 말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불안해하지 않도록 철저히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죠. 리더라면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오히려 밑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인 어려움들을 잘 흡수해 줘야 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리더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건강 관리와 루틴의 중요성

나 : “역시 리더들은 그런 어려움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해야 되겠군요. 사실 저는 아직 제 감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감정도 생각도 셧다운이 생기기도 하고 표정에서 들어나기도 합니다. 아마 제가 아직 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도 있고 덜 성숙해져서 그런 것 같네요. 모시던 분은 그 압박감과 무게를 어떻게 관리하시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셨나요?”

선생님 : “제가 모시던 분은 굉장히 규칙적이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으셨어요. 그것이 본인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자 흔들림 없이 매일을 지내실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우선 일찍 일어나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셨어요. 그분이 말씀하시길 체력과 건강은 리더가 챙겨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하셨죠. 나이가 있으심에도 매일 아침 그렇게 운동을 하셨어요. 대단하시죠. 맑은 정신과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신체와 정신적 건강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이죠.

이게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보니 매일 아침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습니다. 운동 후에는 가볍게 아침식사를 꼭 챙겨 드셨어요. 아침은 절대 헤비 하게 드시지 않았어요. 그다음에는 신문이나 경제 매거진들을 보셨죠. 이후에 업무를 시작하셨는데, 시작 직전에 꼭 혼자 깊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짧게라도 보내셨어요. 흔히 명상 또는 묵상이라는 표현으로 그 시간을 설명하는데, 바로 그것이였죠. 그리고는 업무를 시작하셨는데, 보통 가장 중요한 업무들은 항상 오전에 꼭 하셨어요. 그게 그분의 루틴이었죠. 아마 이러한 루틴이 익숙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지속성과 꾸준함이에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은 절대 아침시간 때에 복잡한 스케줄들을 잡지 않고 꼭 자신의 루틴에 맞춰 진행하셨었죠. 손님은 운동하고 계시나요?”


나 : “아뇨, 잘 못 챙기고 있습니다.”

선생님 : “그러시군요, 젊은 시절부터 꼭 루틴으로 잡으셔서 꼭 챙기셔야 해요. 이건 꼭입니다.”


나 : “네, 알겠습니다. 꼭 챙길 수 있도록 할게요.”




가족과 주위 사람을 챙기는 것

나 : “선생님, 그럼 모시고 계셨던 분은 취미나 기타 다른 시간에 뭘 주로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셨나요? 맨날 일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선생님 : “그렇죠, 우선 나머지 시간에는 무조건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셨고 그 다음 주위 지인들을 많이 챙기셨어요.”


나 : “골프나 개인적 재미를 위한 활동들은 따로 없으셨나 봐요?”

선생님 : “그런 활동들은 거의 없었고 저에게도 강조하셨던 것이 가족을 잘 챙기라는 말씀이었어요. 그다음 꼭 시간을 내서 주위 사람들을 챙기라고 하셨죠. 그분도 젊을 적 일에 매진되어 있느라 가족들을 많이 돌보지 못한 게 그렇게 마음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하셨어요. 챙길만할 때가 되니 자녀들도 다 성장하고 아내분도 이미 나이가 꽤 드셨죠. 저에게도 더 늦기 전에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후회 또는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이 가장 남는다고.. 손님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챙길 수 있는 때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많이 바쁘겠죠. 앞으로도 많이 바쁠것이고요. 시간을 온전히 회사에 쏟아붓겠지만 그럼에도 꼭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지금부터라도 실천해 보세요. 대부분 착각하는 부분이 내가 잘 되면, 내 회사가 잘 성장하면 그때가서 더 좋은 거, 더 좋은 환경을 가족들, 지인들과 나눠야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때는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손님, 꼭 부모님께 잘하시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는 삶을 사시며 비즈니스를 하시고 그런 리더가 되세요.”

 “사실 저도 그렇게 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어요. 계속 이야기했듯 저도 열심히 살았어요. 제 커리어와 그에 따른 보상으로 가족들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제공하고 싶었던 거죠. 그렇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더라고요. 어느새 돌아보니 아이들이 부쩍 크고 아내도 많이 나이가 들었죠. 그때를 돌이켜보면 가족들과의 추억들이 많이 쌓여있지 못해서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기업의 임원이라는 위치를 부러워하고 특히 높은 분은 모신다는 것을 대단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가족들의 희생으로 얻은 것들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이 전혀 좋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네요.”




택시 운전을 하고 계시는 이유

나 : “지금은 택시를 운행하고 계시는데 퇴직 후 가족분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계시나요?”

선생님 : “저는 회사에서 나가야 할 때가 되었을때 더 미련 갖지 않고 바로 나왔습니다.  더 늦기 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특히 제 아내 하고요. 안타깝게도 그때쯤 제 아내 건강이 조금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간 같이 다녔던 해외 여러 나라 중에 좋았던 곳을 골라서 이사를 해버렸죠. 그렇게 한 이유는 단순히 쉬고 놀고 싶어서가 아니였고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저희가 꾸준히 지원하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그 나라에 있었고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남은 시간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둘이 그렇게 결정하고 익숙했던 나라, 도시에서 벗어나기로 한 거죠.”


나 :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럼 지금은 어떻게 국내에 다시 계시는 건가요?”

선생님 : “저 혼자만 잠깐 나와있어요. 아내는 해외에 있죠. 이사를 한 나라에서도 계속 일을 하면서 원래 후원하던 아이들을 꾸준히 경제적 후원을했고 그런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단체를 도왔어요. 경제적으로 돕기도 하면서 시간 될 때 그 단체에서 봉사도 했었죠. 제가 지금 나와있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에 그 나라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저희가 후원하던 아이들과 단체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왔어요. 그걸 계속 해나가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와서 택시를 운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버는 돈들을 저희가 원래 후원하던 데로 계속 보내고 있죠.”


나 : “두 분 정말 존경심이 들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까지 하시면서 후원을 하시고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 너무나 멋지십니다.”

선생님 : “허허 감사합니다. 저보다 제 아내가 더 대단하고 멋지죠. 지금 아내와 같이 보내는 시간과 같이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희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실 아예 해외로 가게 된 것도 아마 한국에 있으면 계속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일들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아내의 건강을 위한 환경적 변화 명목도 있지만 앞서 말한 그런 뻔한 환경에서 벗어나 저희가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나 : “오늘 우연하지만 정말 엄청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네요. 리더십에 대한 부분도, 인생에 대한 교훈도 정말 많이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말이죠. 그저 잘되셨으면 해서 하는 말들이었고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손님한테 좋은 느낌과 기운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해서 용기를 가지세요. 아마 꿈이 정말 많으실 것 같은데, 꼭 기업인으로서 멋지게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빠르게 변할 거지만 더더욱 리더의 중요함이 부각될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리더들은 많이 없고 한정적입니다. 앞으로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정말 다방면에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많을 것이고 그만큼 비난과 비판도 감수하셔야 할 거예요. 그럼에도 손님처럼 젊을 적부터 꿈과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한 걸음씩 가시는 분들이라면 우리나라도 참 미래가 밝을 거라 생각됩니다. 꼭 건강 챙기시고 가족과 주위 사람을 챙기세요.”

나 : “진심 어린 응원과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용기가 많이 부족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고생한다고 이런 말이 필요로 했었는데 오늘 선생님이 그 모든 걸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 와갔다. 예사롭지 않은 선생님과의 짧은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여쭤보았다.

나 : “선생님, 기회가 된다면 또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들 듣고 싶습니다. 혹시 연락처를 공유받을 수 있을까요?” 기사님은 흔쾌히 좋다고 하시며 나의 명함에 연락처를 적어주셨다. 나는 지금 까지도 그분의 연락처와 카카오톡을 가지고 있다.


내리기 전 한 번 더 나에게 말을 건네셨다.

선생님 :  “손님, 앞으로도 많이 힘드실 겁니다. 수많은 고통이 따를 거고 사람들에게 많은 어려움도 당하실 겁니다. 그럼에도 잘 견디십시오. 좋은 날은 반드시 옵니다. 꿈이 있고 비전에 사로잡힌 리더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납니다. 꼭 언젠가는 손님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건강 챙기시고 잘 준비하고 계시면 현재 고민하고 보내고 있는 이 힘든 시간들이 빛이 되어 손님을 빛나게 할 겁니다. 힘내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고요.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이전 01화 프롤로그 : 택시에서 삶을 묻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