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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그림 Sep 04. 2024

바다

글그림

나는 바다 없는

도시에서 태어난

촌놈이었다


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를 따라

바다를 처음 보았다


브라운관 티브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바다는 보기에는 좋았으나

나에게는 악몽이었다


비릿한 냄새와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찔러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쉴 새 없이 헛 구역질을 했다


그러던 도시 촌놈이 짠내 맡으며

삼십여 년간을 살다 보니

바닷가에 살아도 바다가 그리웠다


넓은 마음으로 내 힘들었던 투병생활과

가슴 아픈 이별도 시린 사랑이야기도


한마디 불평 없이 꾸지람도 없이

들어주는 바다를 존경했다


늘 한색이던 바다가 붉게 물들어

윤슬로 가득할 때면 나도 같이 울었다


바다가 되지 못한 눈물들이

마음에 강을 이루고 바다가 된다


나도 너에게 혹은 다른 이에게

넉넉하게 아름다운 바다가 되는

삶을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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