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네가 오던 길목(木)
스스로 날개를 꺾어
앉아 세월이 지나고
오래전에 저버린 약속들
떨어져 바스락 거린다
계절이 저물고
날도 저문 지 한참인데도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다
살아만 있다면 언제고
길목(木)은 새 잎을 내고
봄꽃이 흐드러질 터인데
내가 남길 마지막 시는
가을 녘을 물들여가는
붉은 노을처럼 고와야 할 터인데
나는 몇 번의 고뇌와 슬픔을
머금어야 아무 부끄럼 없이
살아서 너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