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얼어붙었던 검은 가지 끝에
침묵이 웅크린다
움터운 시간만큼
깊어진 눈꺼풀 아래
문장 한 줄이 굳게 서있다
바람 끝에
마지막 낙엽처럼
위태로운 날들 속
흐르지 못한 눈물은
돌처럼 굳어 간다
벌판에 홀로 선 듯
하늘은 매서웠고
흰 숨조차 아득한
봄의 지도를 그려본다
II
깊은 밤
청각은 흐르는 물이 되었다
눈물이 겨울을 녹이는 노래가
원을 그리고 있었다
단단히 묶였던 응어리가
흘러내려
조심스러운 야생화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아직 두 뺨은 발갛고
코부리는 차갑다
III
접힌 겨울의 모서리에
밤새 내려 앉은 서리는
별처럼 반짝인다
떠나보낸 강물이
넘어졌던 자리에
새로운 잎이 돋아
피우리라 믿는다
겨울을 지나온 눈물은
창가에 새끼 방울을 남기며
일렬로 흘러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