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길

by 글그림



산책길 모서리에 작은 숲이 엎드려 있다

발끝이 스치기 전까지는

일어나지 않는 일


닿았다는 감각은

심장에 숨어 있던 오랜 침묵을 깨고

이름을 부르는 바람처럼 다가온다


한 알씩 떨어지는 옥수수 별빛

무리를 벗어난 어둠의 이랑 위로

네가 웃던 장면이

실눈 사이로 걸어 나온다


작은 손으로 쥐고 있던 솔방울 하나

잠든 줄만 알았던 체온이

풀숲에서 동그랗게 숨 쉬고 있었다

그제야 덥석 안아 들어

너를 알아보았다


어려진 밤은

먼발치에서 주춤거렸다

풀벌레의 화음은

차가운 공기를 뚫고 올라와

이불처럼 나를 덮었다


걸음을 멈추었다

별들이 서로를 부르며

노니는 거울 속 세상


내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줄 수 있다면

너를 만날 수 있을까


풀숲 어귀에 남은 발자국에 귀를 대보면

작은 기억들 나부끼며 닿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