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도 꽃은
입꼬리처럼 남아 있더군요
그늘을 피하다가 햇볕에 눌려
아이스크림을 두 번이나 떨어뜨렸습니다
누군가는 벚꽃을 보며 울었고
누군가는 알레르기로 눈이 부었네요
플라타너스 그늘에 앉아
전단지를 주웠습니다
겹겹이 접힌 전단지 안엔
만개한 이율과
무이자 36개월의 봄이 있더군요
전단지안의 봄을 들고
우체통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벚꽃잎처럼 접은
미안함을 넣으려다 말았지요
사람들은 계절에 봄을 밀어 넣습니다
벚꽃 아이스크림 맛도 한정판이고
‘사장님이 망했어요’ 초특가 세일은
벚나무보다 일찍 져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또 벚나무 아래를 걷습니다
아직 흩날릴 꽃잎이 남은 듯
꽃보다 가벼운 한숨을 입에 물고
발자국을 새기며 봄을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