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사람

by 글그림



녹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었어

정오의 볕 아래서도

몸속에 오래된 뼈를 품고 있는 사람


거리를 걷다 보면

돌연 멈춰 서서

가슴팍에서 피어나는 붉은 연기


모두가 등 뒤에서 속삭이고 있었지

저 사람을 보았니

가지를 놓아버린

단풍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


그때 너의 손을 잡고

유리 계단을 올랐어

아래에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며 너는 말했지


있잖아, 가끔

네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그러면 나도 네 것처럼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함께 걷던 길 위에서

발목을 다쳐 울고 있을 때

네가 붉게 헐은 심장을 만져주었지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고요가 찾아오고

네 목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어


조금 알 것 같아

왜 너를 따라

먼 평원을 지나는 기차에 타지 않았는지

왜 죽은 사람의 이름을 대신 말하고 싶었는지


돌아온 가을

붉은 잎사귀를 건네주며

너를 다시 불러보려 했지만


이미 늦은 밤


몸을 움츠리고 헤매던 붉은 연기가

저마다의 눈사람이 되어

창백한 사람의 손을 잡고 밤하늘로 떠오르는


긴긴 가을 밤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