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커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shlog May 24. 2022

서울 속 작은 호주, 루시드 서울

#6 루시드 서울 바리스타 김예원 Lucy  인터뷰



지난 3월, 3주간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들었던 호주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진짜 호주 카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마포구 상수동, 호주인 셰프와 호주 바리스타가 만드는 호주식 브런치와 커피. 서울 속 작은 호주, 루시드 서울

바리스타 루시와 호주 카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Interviewee: 루시드 바리스타 김예원(Lucy) @lucyd_seoul

바리스타 Lucy

J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L 저는 마포구 상수동에서 루시드 서울을 운영하는 루시라고 하고요. 커피는 5년 정도 했어요.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터내셔널 한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면 호주에서 일을 구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았어요. 제가 다시 호주에 갈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먼저 한국 스타벅스에 입사했어요. 영어가 안 되더라도 매뉴얼을 알고 있으면 비슷할 거 아니에요. 그런 이유로 시작했어요. 커피를 잘 안 마시는 사람이었는데요. 일해 보니까 정말 잘 맞고 매번 배우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어쩌다 보니 지금 이렇게 장사를 하고 있네요.


Loyd & Lucy

J 가게 이름 루시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L 제 이름이 루시(Lucy)고 남편이 로이드(Loyd)여서 둘이 합쳐서 루시드라고 정했어요. 우리 둘이 만드는 공간이니까 이 이름을 꼭 쓰고 싶었어요. 또 루시드 드림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자각몽이라는 뜻인데요. 저희가 꿈꾸고 계획한 것들을 이루고 싶다는 느낌을 담았습니다.


J 호주식 브런치 카페를 어떻게 한국에 열게 되셨나요?

L 우선, 제가 호주 브런치 문화를 좋아해요. 언젠가 열겠다. 계획은 막연하게 있었어요. 한국에도 브런치 문화가 점점 커지고 있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서 예쁘게 하는 곳도 많이 보였고요. 호주에서 아침에는 빵이랑 계란 요리, 아보 온 토스트나 그래놀라 같은 음식이 많이 먹어요. 점심에는 빅 브레키 같은 메뉴나 여러 나라 음식이 섞인 브런치 메뉴가 많이 나가거든요. 저희도 그런 브런치 문화를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또 아직 서울에는 호주 셰프가 하는 가게는 없더라고요. 남편인 로이드 씨가 호주인 셰프거든요. 브런치도 셰프가 만든 하나의 완성된 요리 느낌이 잘 살 것 같았어요. 현지 느낌도 나고 블루오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루시드 빅 브레키

J 제가 브런치를 자주 먹진 않지만, 호주 셰프가 직접 하는 곳은 못 본 것 같아요.

L 처음에는 브런치라고 하면 샌드위치나 간단한 요리만 생각하고 오시는데요. 저희는 하나의 디쉬를 셰프가 계획하고 레시피를 만들어요. 하나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가 없거든요. 많은 분이 퀄리티 있는 요리를 브런치에서도 즐기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커피도 맛있어요. 커피도 맛집인데 아직 아무도 몰라요. (눈물)


J 식사와 커피를 같이 하는 문화가 아직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L 호주에서는 식사하면서 커피 한 잔, 식사하고 나서 커피 한 잔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호주 대사관 분들은 오시면 식전에도 커피 한잔하시고 그래요.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생각했는데요. 식사와 커피를 같이 드시는 분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어요. 한 50% 정도인 것 같아요. 식당과 카페를 딱 나누는 게 있어서 그런지 브런치 카페를 소비하는 문화가 호주와는 다른 거 같아요.


J 손님들이 루시드를 어떤 공간으로 느끼셨으면 하시나요?

L 루시드는 바와 키친이 모두 오픈되어 있어요. 식사하고 커피만 마시고 가는 곳이 아니라, 소통하고 한 번 더 말을 건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호주에서 커피 마시러 가면 스몰토크를 진짜 많이 하잖아요. 그런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원래 말이 많거든요. 그래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음식이 맛있다고 기억할 수 있지만, 인사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면 더 기억에 많이 남잖아요. 웃고 떠들고 행복한 느낌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J 저도 호주 갔을 때, 커피 맛보다는 소통할 수 있고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곳이 좋았어요.  

L 이름을 기억하고 주문을 기억하면 손님이 다시 올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에서는 문화 차이로 이름을 불러 드리지 않지만, 바 테이블에 앉으시는 분들은 조금 더 오픈 마인드이신 것 같아요.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돼죠. 저희가 오픈된 레이아웃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재밌게 떠들고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오픈바

J 손님들이 바 자리에 잘 앉으실까요?

L 브런치는 일반 테이블 자리가 없으면 바에 앉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디너 타임에는 예약했는데도 어떻게 바 테이블을 주냐?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해요. 저희 부부는 어디 식사하러 가면 바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거든요. 셰프가 요리하는 것도 보고 바리스타가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게 좋아요. 일행분들과 마주 보고 앉지 못해서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요. 막상 식사하시고 나면 바 테이블에 앉길 잘했다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외국인 분들은 대화하고 싶어서 바에 앉으시는 분들이 많고요. 한국분들 중에서도 호주에 뭔가 좋은 기억이 있거나, 호주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익숙하시니까 바 테이블에 많이 앉으세요. 처음에는 일반 테이블에 앉으시다가 여러 번 오시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져요. 어저께 오셨던 분들도 처음에는 부끄러우니까 일반 테이블에 앉으셨는데요. 어제는 바 테이블에 앉으셨어요. 흥미로워하시고 슬슬 말을 걸기 시작하더라고요. 다 먹고 나서는 다음에 또 오겠다 하셨어요. 그리고 바 테이블에 앉으신 분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캐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지 않는 피드백도 잘 들리고요.

J 또 다른 장점이네요.

L 단점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호주 느낌은 단절된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거잖아요. 손님들과 거리도 가깝고 앉으셨던 분들 얼굴도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다시 오시면 바 테이블에 앉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길 잘한 것 같아요.

J 다른 카페에서도 점점 바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L 맞아요. 요즘에 에스프레소 바도 많이 생겼고요. 코로나 때문에 호주에 계셨던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죠. 호주식 문화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진짜 커피 잘하는 분들 너무 많고요. 저희 커피도 맛있습니다. (웃음)


루시드 브런치 메뉴

J 그럼 루시드 브런치 메뉴를 한 가지 추천해주세요.

L 다 맛있는데 어떡하죠? (웃음)

J 하나만 꼽자면요?

L 저는 개인적으로는 아보 온 토스트 좋아해요. 호주에서는 아침에 아보 온 토스트가 진짜 많이 팔려요. 그리고 아보 온 토스트는 시드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해요. 손님들이 아보카도를 무슨 맛으로 먹지? 하시다가 여기 와서 이렇게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가격이 상관없다면 스테이크 메뉴도 추천해요. 셰프가 호주 사람이라서 스테이크를 굉장히 잘 굽거든요.


카푸치노

J 커피 메뉴도요.

L 커피는 개인적으로 카푸치노를 좋아하는데요. 호주에서는 초콜릿 파우더를 뿌리잖아요. 라떼를 먹을 때보다 입에 닿는 달달함이 살짝 있고 또 너무 달지도 않아서 카푸치노를 제일 추천해요. 아니면은 모카를 아몬드 밀크로 마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모카 자체가 초콜릿이니까 달달하고 고소한데요. 아몬드 밀크로 만들면 더 고소하더라고요.

J 호주에는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어요.

L 저희도 아몬드랑, 오트는 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안 바꾸시더라고요. 일반 우유로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비건 문화가 점점 자리 잡으면서 오트밀 찾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J 호주 스타벅스에서 근무하셨죠. 몇 년 전만 해도 스타벅스가 많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L 지금 진짜 많이 생겼어요.

J 가보니까 꽤 보이더라고요

L 골목골목은 아니라 이제 건너 건너 시티에는 진짜 많아요.


J 호주 스타벅스는 어떻게 달랐나요? 호주 로컬 카페들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L 제가 생각하기에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는 늦게까지 열어서인 것 같아요. 로컬 카페들은 보통 일찍 닫거든요. 호주에는 밤에 커피를 마신다는 개념이 전혀 없어요. 커피는 일할 때 카페인을 위해서나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 마시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밥 먹고 뭔가 가라앉히기 위해서 아이스 아메리카 한번 먹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호주는 그런 문화가 아니었어요. 스타벅스에 오시는 분들 보면 늦게까지 여는 곳이 없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물론 스타벅스도 열심히 하겠지만 커피 퀄리티는 로컬 카페가 훨씬 더 좋거든요. 스타벅스가 빨리빨리 잘 나오고 딱 필요한 것만 해줘서 오시는 것 같아요.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잘 안됐던 이유는 스몰토크가 전혀 없고 정말 기계적으로 커피만 내려줘서였어요. 정말 호주 정서에 안 맞잖아요. 요즘에는 그런 부분을 알았는지 손님들에게 피드백도 하고 인사도 하고 하죠. 제가 호주 처음 갔을 때는 브리즈번 시티에 스타벅스가 하나 있었어요. 지금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관광객은 자기가 아는 것을 가장 편하게 느끼잖아요. 한국분들도 진짜 많이 오시는데요. 자신이 아는 맛이고 뭘 주문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로컬 카페가 어떤 분들에게는 챌린지일 수도 있잖아요. 처음 가면 플랫화이트가 뭐지? 할 수도 있고요. 소통을 로컬 카페처럼 하지 않는 게 가장 달랐던 것 같아요.


J 메뉴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요?

L 메인 메뉴는 어느 나라를 가도 다 똑같고요. 호주 스타벅스는 로컬 카페에 잘 없는 것들이 많이 나가요. 프라푸치노나 아이스커피 종류요. 핫 커피 나가는 게 정말 손에 꼽았던 것 같아요. 스팀 성애자는 울었습니다.(눈물)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초콜릿 파우더 뿌릴지 말지 물어보는 것. 그리고 커피 사이즈가 달라요. 보통 호주 카페에 가면 12온스나 16온스가 제일 큰데요. 스타벅스는 20온스까지 있어요. 사이즈 때문에 가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J 브리즈번 스타벅스 라떼아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셨다고 봤어요.

L 커피에 관심이 있고 업으로 삼아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보통 로컬 카페에서 일하세요. 스타벅스는 잘 안 오시죠. 대단한 대회는 아닌데요. 조금 힘들었던 건 스타벅스 저그가 정말 크고 무겁거든요. 핸들링이 잘 안 돼요. 핸들링하면 거품이 다 말려 들어가서 띄우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될까 했는데 우승해서 트로피랑 에어로 프레스를 받았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멜버른에도 가고 아시안 예선으로 올라갔을 텐데요. 코로나로 비대면으로 녹화해서 보내는 거라 약간 어색했어요. 그리고 라떼아트 대회 나가고 느낀 게 있는데요. 호주 사람들은 진짜 베이직한 패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통 생소한 드로잉을 하면 좋아하잖아요. 저를 이기고 우승한 친구는 백조를 그렸어요. 그건 저도 할 줄 아는건데(눈물)


라떼아트

J 루시의 시그니처 라떼아트가 있을까요?

L 물론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요즘에 해마도 많이 그리긴 하는데요. 베이직 패턴을 좋아해서 백조 많이 그려요. 예쁘잖아요. 하트 이후로 처음으로 그린 아트가 백조라서 더 의미가 있어요.

J 라떼 아트 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요?

L 제일 중요한 건 밀크 스티밍 같아요. 정말 결이 좋으면 자기가 알아서 떠가거든요. 처음 라떼 아트를 하시면 다들 핸들링하시거든요. 멋지게 하고 싶으셔서 그런데요. 베이직이 제일 중요해요. 하트를 완벽하게 한 다음에 조금씩 핸들링을 더 해 나가는 게 좋아요. 수순대로 하는 게 실력이 잘 느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커피 만드는 게 재밌고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게 재밌었어요. 라떼아트에 관심을 가지니까 성취감이 엄청나더라고요. 계속 연습하고, 인스타에서 새로운 패턴 보면 한 번 더 해보기도 하면서요. 성취감이 원동력이 돼서 계속 커피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J 호주 로컬 카페에서 일하실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L 일하다 보면 친해지는 손님이 있기 마련에요.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도피오에서 일할 때 처음 만난 분이에요. 제가 아이코닉으로 옮겼을 때 따라오셨어요. 은퇴하고 주식하시는 분이었는데요. 항상 운동 끝나고 30분 정도 커피 마시면서 앉아있다 가셨어요. 매일 오시니까 제가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부터 말동무가 됐죠. 저랑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하시니까 다른 카페로 옮겨서도 "루시 보러 왔다, 루시 때문에 커피숍 옮겼다." 하셨어요. 브리즈번 강이 보이는 펜트하우스 같은 집에 사시는데요. 저 한국에 오기 전에 저랑 로이드를 집으로 초대해주셨어요. “너는 매일 아침 나에게 커피 만들어주고 기분 좋게 해 줬는데, 이런 한 끼는 나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식사를 대접해 주셨어요. 너무 감동받아서 울었잖아요. (눈물) 그런 환대를 받았죠.

J 손님과 친한 친구가 됐네요.

L 저희가 인스타도 친구예요. 제가 커피 사진 올리면 "서울 사람들은 럭키하다. 너의 커피와 로이드 푸드를 먹을 수 있는 서울 사람들 얼마나 럭키하냐?" 하세요. 그럼 저는 빨리 한국에 오시라고 하죠.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손님들이 많은데요. 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꽃이나 초콜릿 등등 선물을 진짜 많이 주셨어요. 자랑 타임입니다. (웃음) 호주 사람들 은근히 정이 많아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시면 더 챙겨드리고 싶었어요. 말동무해 드리다 보니까 영어가 늘더라고요. 그분들이 멈블링을 하시니까 더 잘 들어야 했고요. 제가 크게 말해야 해서 진짜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영어가 안 되던 정체기가 있었는데요. 손님들이랑 얘기하고 듣고 표현도 이런 상황에서 쓰는구나 알게 되고 늘더라고요. 손님들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는 거지만 대화하고 이름 외워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표현을 많이 해 주세요. 호주 다시 가면 또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요.


호주시절

J 환대해주는 문화구나 저도 느꼈어요.

L 호주에서는 일상이니까요. 손님의 주문을 기억하고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끔찍하게 느끼는게 아니라 나를 기억해준다고 느끼는 거죠. 그리고 이건 조금 웃긴 이야기인데요. 가끔 텃세를 부리는 나이 많으신 손님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새로운 카페에서 일하게 됐어요. 그럼 와서 "Hmm, As usual"이라고 해요. '먹던 걸로 줘'라는 건데요. "나는 오늘 처음인데 먹던 게 뭐야?" 물어보면 "옆에 누구누구는 알아. 쟤한테 물어봐"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처음에 좀 충격이었잖아요. 제가 아시아인이라 인종 차별하는 건가 했는데요. 그게 아니라 새로운 직원이 올 때마다 하더라고요.

J 처음 왔다고 하는 신고식이네요. 그만큼 단골손님이 많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L 한 번은 새로운 스태프가 와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새로운 스태프 말고 저한테 커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었어요. "오늘 커피가 쓴 것 같은데 왜 이러냐, 쟤가 만든 것 같은데 네가 다시 만들어줘" 하면서 갑자기 팁을 주는 분도 있었고요.

J 호주는 커피가 약간 이상하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L 맞아요. 호주는 핫 커피가 일반적인데요. 저희 단골 아저씨는 갑자기 커피에 손가락을 넣고 저를 봐요. 그러면 딱 봐도 안 뜨겁구나 느끼죠. "알았어. 다시 해 줄게" 하고 다시 커피를 내려드려요. 피드백을 바로바로 해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직접 말하면 무례하니까 그냥 먹고 다음에 안 와야겠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호주에서는 직접 말하고 다시 해주면, 아 여기는 내 의견을 수용해주는구나 싶어서 다시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J 한국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L 아! 또 생각난 게 있어요. 가끔 기분 좋거나, 주말이나 연휴 전에 다음 사람 커피까지 결제하는 손님이 계시거든요. 그게 한 30명 가까이 이어졌던 적이 있어요. 자기만 공짜 커피 받을 수는 없다고 다음 사람 커피까지 결제해서 계속 이어지는 릴레이 문화가 정말 신기했어요.


J 소비자로서 호주와 한국 카페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L 호주는 카공족이 많지 않아요.

J 카페에서 노트북 사용하는 걸 거의 못 봤어요.

L 카페라고 하면 커피 마시는 곳. 신문이나 책을 읽어도 커피 다 마시면 가시죠. 정말 쉬었다 가는 쉼터 느낌이랄까요? 저희 가게는 좁기도 하고 식사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라 오래 있는 분이 없긴 한데요.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카페에서 공부하시는 게 일반적인데 호주에는 그런 게 없잖아요.

J 와이파이도 없더라고요.

L 맞아요. 어차피 금방 갈 거니까 핫스팟 쓰라고 해요.


플랫화이트

J 사용하시는 원두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L 인스타그램에 호주커피 태그를 팔로우하고 있었어요. 거기에 항상 아이딜 커피가 나오는 거예요. 저희 집이랑 가까워서 가봐야겠다 하고 알고만 있었죠. 루시드 오픈 준비하면서 원두를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다녔거든요. 호주식 브런치 카페니까 호주 원두를 사용하는 유명한 곳도 많이 가봤어요. 처음 간 카페가 아이딜 커피인데요.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해요. 저는 에티오피아 필터 커피 마셨거든요. 너무 맛있었어요. 다음에 다시 가서 다른 커피를 마셨는데 여전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원두 혹시 납품하시냐 물어봤어요. 어디를 가도 아이딜 커피만 하지 않더라고요. 아이딜 커피가 블랙도 맛있지만, 우유랑도 잘 어울려요. 호주 커피는 우유랑 잘 어울려야 진짜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J 직접 마셔보시고 제일 좋았던 원두를 고르신 거네요.

L 사장님의 스몰 토크도 이유였겠지만 커피가 맛있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로이드가 정말 좋아했거든요. 여러 군데 가봤지만, 아이딜에서 맛 본 커피가 너무 좋아서 기준이 높아져 버렸어요. 다른 곳은 안된다 하더라고요. 여담이지만 몇 달 전에 듁스커피 대표님 오셨어요. 그날 제가 캘리브레이션을 잘하기도 했는데요.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어디 원두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아이딜 커피를 적어가셨어요. 자타 공인 커피 맛집입니다. 뿌듯하죠. 커피 맛있다고 하면 물론 제가 내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원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가게를 열겠다 마음먹었을 때 고민이 많았는데요. 내가 커피를 내세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인가 걱정됐어요. 라떼아트에는 자신 있었는데, 커핑하고 브루잉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가게 열 수 있을까? 했지만 아이딜 커피 맛있는 거 보고 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J 호주에 계실 때 대학교 다니시고, 풀타임 근무하시고, 유튜브도 하시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한 번에 하셨는데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L 호주에서 커피를 하면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아침 일찍 카페를 열어야 하거든요. 저는 아침형 인간은 아닌데요. 제 자신을 꾸역꾸역 일으켜야 했어요. 풀타임 근무해도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서 끝나고 수업도 들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커피 계속 먹을 수 있잖아요. 수업 갈 때도 커피 들고 가고 했죠. 일하면서 당연히 힘들 수 있는데요. 바리스타 직업이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골골대면서 출근해도 커피 마시면 살아나요. 저는 손님들이랑 떠들면서 에너지를 더 얻은 거 같아요. 그렇게 에너지 얻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유튜브도 하고 했던 것 같아요. 집에 가서 녹초가 되기도 하지만 진짜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J 바리스타라 직업이 정말 잘 맞았네요.


J 커피 공부도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L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커피 하다 보니까 배울 게 너무 많더라고요. 틈나는 데로 하고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에 좋은 콘텐츠도 많이 올라오고요. 정말 잘하시는 바리스타분들이 많아서 그런 분들 카페도 시간 날 때 가서 먹어보고 있어요. 많이 먹어봐야 느는 것 같아요. 똑같은 원두여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요. 요즘엔 집에서 진짜 골골대고 있습니다.


J 루시의 쉼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L 진짜 완전 극과 극인데요. 평소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쉬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MBTI 완전 E에요. 완전히 내 육체를 쉬게 하지는 않지만, 사람들 만나면서 쉬는 것 같아요. 물론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있어요. 자영업이니까 매출에 따라서 정말 업 앤 다운이 심해요. 날씨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불가항력적인 여러 가지가 있죠. 오시는 분들이 많으면 힘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반대로 너무 피곤할 때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요. 요즘에는 그럴 시간도 없지만요. 두서없지만 일하는 게 쉬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ENTJ거든요. 이렇게 일하면서 떠드는 게 좋아요. 적성에 너무 잘 맞고 재밌어요.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식사하러 오셨다가 갑자기 친구가 된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요일에는 일찍 끝나서 저녁 시간에 비거든요. 그럴 때 여기서 만난 손님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다니고 해요. 네트워킹하는 것도 너무 좋고 같이 떠드는 게 제일 좋아요.

J 사람들을 만나면서 충전하는 스타일이시네요.

L 로이드가 싫어하기도 해요. 저는 이렇게 말 거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요. 저는 직업이 바리스타라서 말을 걸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셰프는 말이 없어야 하고 멋있어야 해요. 그들의 식사를 방해하면 아주 무례하다고 해요. 제가 말 걸면 손님들 식사 좀 하게 놔두라고 하죠. 아까도 단골분들 오셨는데요. 그분들이 저한테 말을 걸었단 말이에요. 근데 로이드가 와서  밥 먹는데 자꾸 말 좀 걸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싸울 뻔했잖아요. "저기요. 저분들이 먼저 말 걸었거든요." 저는 사람들이랑 만나고 대화하는 게 너무 좋아요. (웃음)


J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L 저는 제가 오디오를 꽉 채우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주말에 시간 내서 글 쓰고 하시는 게 너무 멋있네요. 인터뷰 요청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대부분 셰프를 궁금해하고 저를 궁금해하지 않거든요.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말 할 줄 알아서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서운해요. 저는 제가 일하고 제가 주목받아야 하는데 로이드가 주목받아서요. 인스타에 올라온 거 보면 셰프 이야기 뿐이에요. 다들 커피 언급은 하지 않으세요. 제 사진은 잘 안 찍어주더라고요. (눈물) 이런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