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카페 포레스트 이태호 대표 인터뷰
Interviewee: 카페 포레스트 이태호 대표 @for__rest___
Josh(이하 J)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Forest(이하 F) 커피 쪽에서 매니저 및 바리스타로 10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대 중반에 전문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늦은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야 했고, 용돈벌이 정도는 해야 했기에 카페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J 왜 테이크아웃 카페로 시작했나요?
F 카페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1분 정도의 쉼이 필요한 순간도 있겠죠. 맘 편히 앉았다 갈 수 없는 분들에게는 자판기가 더 큰 쉼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특별한 자판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J "포레스트"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F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다 보면 불필요하게 경험을 강요하게 되기도 합니다. 커피를 오래 하기도 했고, 손님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준을 가지고 맛있는 커피를 골라놓고, 손님은 아메리카노나 라테로 먹을지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단히 편한 의자나 안락한 공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어낸 가게가 정체성으로 드러나면서 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J 카페에서 일과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F 싱글 커피 전문점이라는 이름에 맞게 에스프레소 세팅으로 시작합니다. 오전 10시 오픈이기 때문에 인근 상가 또는 프리랜서들의 늦은 모닝커피를 내려드리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8시 반까지 영업합니다.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점심은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편입니다.
J 카페 위치를 선택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F 철저한 상권분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상가는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게 합니다. 오피스가 적고, 가격경쟁에 밀리는 저가형 카페 근처에 있는 건 크게 고민이 안 될 정도로 말이죠. 여유 있게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출과 이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지만 만족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J 카페가 아주 작습니다.
F 여기는 제 출근길이었습니다. 건물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고, 저 정도 사이즈면 재미있는 걸 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담도 적으니까요. 보통 서울에 상가를 구하려고 하면 기본 100만원이 넘어가죠.
J 구조적인 비용에 따라서 커피 가격이 결정되기도 하죠?
F 안 묻어날 수가 없어요. 유동 인구가 많고 자리 좋은 곳은 월세가 200만원이 넘어가는데, 커피 한 잔당 가격은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데 들어가서 좋은 커피를 쓸 수 없게되죠. 좋은 자리는 프랜차이즈가 들어갈 수밖에 없게됩니다. 박리다매해야 하니까요. 사실 저는 좋은 원두를 쓰고 싶어서 새가 싼 곳을 구했습니다. 블렌딩 커피로 단가 맞춰서 차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잘하는 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J 선택한 위치에 아쉬움은 없나요?
F 없습니다.
J 요즘 카페가 정말 많고 편의점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포레스트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요?
F 싱글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카페는 흔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원두를 골라 메인 커피로 사용하는 것은 큰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러 메뉴에 적합한 원두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죠. 사장이 괴로우면 손님들은 행복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고민해야 즐거울 수 있고, 아무도 고민하지 않으면 즐거울 수 없습니다. 자발적 괴로움 추가 시스템인 거죠.
J 음료가 빨리 나가야 하는 테이크아웃 매장에 슬레이어 머신이라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요?
F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객을 위한 머신이 아닙니다. 카페를 차리는 것은 생각보다 낭만적인 일이 아닙니다. 작은 공간에 큰 몸을 가두는 일이죠. 제 취향입니다. 좋은 커피에 대한 수요, 비싼 머신을 얼마나 알아보는가? 이런 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감옥에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들어간다면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즐겁게 읽을 책이 필요하겠죠? 다양한 변수를 다룰 수 있는 머신이라 골랐습니다.
J 카페 포레스트 찾아주시는 단골이나 주요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요?
F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프리랜서나 바리스타가 많고 음악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10시 정도 열다 보니 느지막이 출근하시는 분들이셔서 그런 것 같은데요. 확실히 젊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열려 있는 가게라서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지나가는 분들이 냄새 맡고 오시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방앗간 같은 느낌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씩은 다 오셨던 것 같습니다.
J 카페 운영하시면서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F 친해진 손님이 이사를 하게 돼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와서 “이사 가요” 얘기 하는게 지나가던 젊은 아가씨 눈에는 이상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언젠가 술 취한 상태로 지나가다 물어봤습니다. “여기 뭐 하는 곳인데 사람들이 자기 이사 간다고 얘기하러 오냐?” 2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까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쉬워서 얘기하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어이없어하면서 커피를 한 잔 사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은 가끔 오시는데 꼭 취한 상태로 오십니다. 맨정신으로 온 적은 없습니다. 재미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
J 동네에서 어떤 카페로 자리 잡기를 원하시나요?
F 가게 앞을 수놓은 화단은 손님만을 위한 볼거리가 아닙니다. 이 거리를 지나는 모든 분에게 삭막한 빌라촌 초입의 볼거리가 되길 바랍니다. 가게에서 새어 나가는 커피 향은 공짜입니다. 제가 제 밥벌이로 먹고사는 일이 누군가의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J 시즌별로 원두를 변경하시죠. 원두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F 블랙커피와 밀크 베버리지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균형감만으로 커피를 고르면 재미 요소가 감소하게 됩니다. 킥이 있어야하죠. 그 지역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사용하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로스팅을 잘해서 좋은 맛을 내는 것보단 원두 자체가 좋은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철저하게 맛과 향을 위주로 선택하지만 동일 지역은 피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J 그럼 지금까지 블렌딩 없이 모두 싱글로만 시즌 원두를 구성하신 건가요?
F 맞습니다. 이벤트성으로 인근 로스터리의 블렌딩 커피를 판매해볼까 하기도 했는데, 저희 가게가 큰 규모도 아니고 제가 홍보해 준다고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서로 상생해야지 한쪽만 이득 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J 블렌딩 커피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F 제가 블렌딩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 건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로스팅에도 의도가 들어가 있지만, 싱글 커피는 생두가 결정해 주는 요소가 많습니다. 싱글 커피를 쓴다는 건 다른 것 보다 산지의 자연환경이 묻어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J 지금 생각해보니 싱글 커피로만 운영하는 카페가 딱 떠오르지 않네요.
F 쉽지만은 않습니다. 싱글 커피로 구성하려면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음 시즌 원두를 언제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새 원두를 구할 때쯤에 좋은 원두가 없으면 진짜 피 말리기도 합니다. 1년 지난 올드 크롭에서도 좋은 원두가 있긴 하지만, 저는 웬만하면 뉴 크롭을 고르려고 합니다. 그래야 로스터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요.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J 시즌 원두를 소개하는 일러스트도 눈에 띕니다.
F 컵 노트와 생산지 정보만으로는 사전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색상, 채도 등으로 커피에 대한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러스트를 신경 쓰는 편입니다.
J 스몰 로스터리의 원두를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F 대형 로스터리의 장점은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납품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새 원두에 대한 경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로스터와 의견을 나누기 어렵습니다. 소형 로스터리는 피드백이 즉각적이며 새 원두에 대한 경험을 반겨줍니다. 늘 새 싱글을 사용하는 저에게는 소형 로스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J 이번 시즌 원두 엘 모리토를 정말 맛있게 마셨어요. 저번에 대화 나눴던 79점짜리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F 커피 상품의 가치를 나누기 위한 기준으로 스페셜티 커피, 프리미엄 커피, 커머셜 커피 등의 기준으로 나눠집니다. 저는 바리스타로서 그 의견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저평가된 원두의 상품성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미 나온 점수를 무시하기보다는 아쉬운 점수대의 커피도 싱글로써의 매력이 있는지 다시 보는 편입니다.
J 저번에 여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컵 노트에 집착하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F 저는 쉬는 날 커피를 마실 때, 자연스럽게 커피를 분석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컵 노트가 느껴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커피를 즐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J 카페 운영에서 특별히 공들이는 부분이 있나요?
F 시즌제로 싱글 커피를 사용하다 보니 해당 시즌 동안 해당 원두를 가장 맛있게 내리기 위해 로스터와 함께 고민합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원두를 가장 맛있게 추출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묻는 편입니다.
J 카페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을 꼽는다면요?
F 가게의 규모와 커피의 맛이 비례하지 않지만, 어떤 고객들에게는 작은 가게가 낮은 기대치로 반영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편견을 가지고 커피를 대할 때 좋은 맛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J 반대로 가장 큰 즐거움은 어떤 건가요?
F 같은 상황 속에서 편견을 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대를 넘어선 커피 맛에 지불된 가격을 아까워하시지 않는 모습을 볼 때 힘이 납니다.
J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F 작은 가게의 다음 목표는 큰 가게뿐일까? 요즘 들어 스스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아마도 저는 큰 가게를 선택하진 않을 거 같습니다. 더 작고 더 멋진 가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밀입니다.
J 사장님 개인은 어떻게 쉼을 가지시나요?
F 서비스직에 오랜 시간 있다 보니 스스로 쉼을 따로 부여하진 않습니다. 주 6일 근무에 공휴일, 휴무가 없어 왔기 때문이죠. 열심히 살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는 편입니다. 택배 소리에 힐링 받는 타입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