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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log Feb 23. 2022

오늘 당신의 커피는 어떠셨나요?

#4 아마렐로 문상헌 대표 인터뷰


Interviewee: 아마렐로 문상헌 대표 @amarelo_coffee

아마렐로 문상헌 대표


Josh(이하 J)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상헌(이하 M) 영등포 끝, 끝등포 아마렐로에서 바리스타, 파티셰와 각종 업무를 맡고 있는 문상헌입니다.

J 끝등포는 직접 만드신 단어에요? 

M 네, 요즘 제가 밀고 있습니다.(웃음)


J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M 작년에 5월에 오픈을 해서 해가 바뀌었고요.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서 신메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이드 쪽으로 잘할 수 있는 킬링 메뉴를 개발 중입니다. 커피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네요.


J 브이로그 하시죠. 재미있게 봤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M 제가 진짜 소심한 관종인데요. 유명해지고 싶기는 한데 관심을 못 버티는 사람이에요. 혼자 하면서 유명해지려면 뭘 해야 할까 하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어요. 혼자 찍고, 편집하니까 좋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컨텐츠가 인기 있을지 알 것도 같았어요. 백화점 브이로그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조회수가 터졌어요. 흔히 떡상이라고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악플이 많이 달려서 1년 동안 영상을 안 올렸어요. 관심을 끌어서 좋은데 진짜 제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때 계속 이어갔으면 지금쯤 구독자 만 명은 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유튜브 Lua-Log 채널


J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어요. 축구선수, 모델, 패션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일을 하셨더라고요. 유튜브에서 기억에 남는 게 우리가 유명해져야 하는 이유 편이었어요. 

M 자뻑인지는 모르겠네요. 어렸을 때부터 제 주위 사람들이 저로 인해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돈을 많이 벌려면 유명해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유튜브도 시작한 거고요. 유명해지면 당연히 돈이 따라오겠죠. 나이가 들면서 돈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기부라든가 남을 도우는 거예요. 뉴스를 보면 답답한 일이 얼마나 많아요? 예를 들어 경비원이 주민에게 맞아서 자살하는 일이 라든지요. 말이 안 되잖아요. 내가 유명해서 그런 일에 귀 기울인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왔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요.


J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편에서 “행복의 정점을 추구하기보다 만족감에 비중을 두자”라고 하셨어요. 이것도 더 얘기해주세요. 

M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원 없이 썼어요. 외제차도 2대 타보고 명품도 사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죠. 그런데 SNS를 보면 비교도 안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내 딴에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불행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한 6-7개월 정도 안 하니까 다른 취미도 찾게 되고 자존감도 조금씩 돌아오더라고요. 그 기간 동안 책도 많이 읽었는데 거기서 한 구절이 기억에 남았어요. 행복에 정점을 추구하기보다 만족감에 비중을 두자. 나도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만족감으로 살면 괜찮더라고요. 이제는 만족감이 인생의 모토입니다.


J 다음에 연봉 7천만원 대기업 퇴사 편, 적지 않은 연봉인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M 영상에도 나오겠지만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갈 수 없게 되었죠. 제가 2016년도에 입사했는데, 그때까지는 서울 아파트가 한 10억 아래였거든요. 정권이 바뀌고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살 수 없게 됐어요. 그러면서 퇴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퇴사하는 동료들이 이해가 안 됐어요. “월급도 이 정도면 많이 주는데 왜 퇴사를 하나? 나가서 뭐 하려고?” 생각했죠. 퇴사하는 것도 엄청 큰 용기잖아요. 막상 저도 퇴사를 마음먹고 나가려고 하니까 겁이 안 나더라고요. 이만큼 벌어봤으니까 나가서도 이만큼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연봉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J 퇴사하고 카페를 차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M 저는 회사 다닐 때도 제 사업(브랜드)을 하고 싶었어요. 대기업을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사업을 회사 돈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업을 하려면 팀장, 부장 정도 돼야해요. 팀장, 부장까지 최소 10~15년인데, 저는 대리였고 15년은 못 기다리겠더라고요. 입사하기 전에 홍콩에 놀러 갔었는데 아라비카 커피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어요.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한국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한창 회사 그룹적으로 신사업 공모전이 열렸어요. 그러면서 아라비카 커피를 내가 가져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아라비카라는 일본 커피 브랜드 아시죠? 그 퍼센트(%) 로고

J 아 네, 로고 알아요.


아라비카 커피 홍콩


M 블루보틀이 우리나라에 성수동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요. 타이밍도 좋았죠. 우리나라에 런칭을 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냈어요. 몇 번 보냈었는데 처음에는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했어요. 일본이랑 중국이 가까우니까 와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거절했죠. 그래도 계속 메일을 보냈어요. 시간이 흐르고 무인 편의점 같은 여러 신사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아라비카 커피에서 한국에 진출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조건은 회사가 자본력이 있는 큰 회사면 좋겠고 유동인구도 많은 곳에 차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딱 저희 회사였어요. 저희 회사가 F&B 사업이 좀 약했거든요. 그리고 롯데월드타워가 처음 지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였고요. 거기 바이어도 아는 분이 있어서 월드타워로 입점하고 수입하자고 생각했어요. 신사업부에서도 이거 어떻게 했냐? 대단하다고 좋아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이 틀어졌죠. 이후로 회사 다닐 의욕이 다 떨어졌어요. 그럼 내가 나가서 카페를 차리자 마음먹게 됐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밌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J 퇴사를 마음먹고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M 제가 회사를 5년 다녔거든요. 4년 차부터 나갈 준비를 했어요.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여러 분야를 리서치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걸 알게 됐어요. 펠트와 앤트러사이트, 블루보틀 같은 브랜드와 브랜딩에 매력을 느낀 거죠. 공간에 인테리어, 디자인도 들어가야겠다 생각해서 전문업체를 알아보고 준비했습니다. 1년 정도 준비했는데 컨셉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슬로우 커피, 대화하는 분위기로 정했어요. 손님으로 카페를 다닐 때 바에 앉으면 여러 가지 편안하게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누구한테 말하기는 그런 것도 여기 와서는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저에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J 이해관계가 없는 관계에서 편하게 대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죠. 소통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M 소통하면서 느낀 게 생각보다 힘들고 체력 소모가 컸어요. 저는 제가 외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사실 가오픈 3일 하고 너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공황장애 증상 같이 와서 가게를 팔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님이 들어오면 겁이 나는 거예요. 손님을 알아봐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지? 멍해지더라고요. 지금은 그렇지 않죠. 나중에 MBTI를 알게 되어서 해봤는데 저는 INFP였어요.(웃음) 


J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역에서도 거리가 좀 있고요. 카페를 이 자리에 오픈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M 사실 어디에 오픈할지 정말 생각이 많았어요. 처음엔 압구정, 성수, 연남, 망원, 합정, 당산 등 제가 잘 아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카페 컨셉을 슬로우 커피, 소통하는 필터 커피 정하면서 너무 번잡한 곳에는 차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앞면 유리창이 크게 두 면이 있고 13~18평 정도의 상가를 원했어요. 먼저 우선순위로 마포구를 살펴봤죠. 쉬는날 마다 따릉이를 타고 합정부터 아현동까지 다 돌았어요. 마포가 한창 재개발 중이어서 신축이 많이 생기고 있더라고요. 마땅한 곳을 못 찾다가 보라매역 근처에 마음에 드는 상가가 발견했는데요. 잠깐 망설이는 사이 그냥 나가버렸어요. 부동산 사장님이 마음에는 안 들겠지만 신도림 쪽에 한 번 가보자고 하셨어요. 저녁이었는데 위치나 구조는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제가 찾던 구옥에 앞면 유리창이 두 개였어요. 건물주분이 곧 편의점이 들어올 것 같다고, 본사랑 얘기 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동네여서 일단 고민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동산 사장님께 다시 전화해서 바로 계약하자고 했어요. 지쳐서 그런 건지 제가 왜 그랬을까요?(웃음)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에 나와있으니까 거기서 시청해주세요.


J 아마렐로라는 네이밍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M 영어 같지 않나요? 아마렐로 Amarelo는 포르투갈어로 노란색을 뜻해요. 후보에 라란자 Laranza 주황색, 베르디 Verde 녹색도 있었어요. 얼마 전 문래에 베르디라는 카페가 생겼더라고요. 색깔 중에 억양도 괜찮고 어디든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가 아마렐로였어요. 처음에 노란색이 괜찮을까 반신반의했지만 포인트 주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노란색이 밝은 느낌도 있으면서 어두운 느낌도 있단 말이에요. 나중에 브랜딩을 했을 때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여러 페인트를 샘플링해서 고급스러운 노란색을 골랐어요.


마크 로스코의 작품


J 붓터치한 것 같은 로고는 마크 로스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죠. 인터뷰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자주 가는 카페에 마크 로스코 그림이 걸려있어서 반가웠어요.

M 마크 로스코가 현대미술의 거장인데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작가예요. 어렸을 때 미술에 관심을 갖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다닐 때 르네상스 미술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마침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한가람 미술관에서 하고 있었어요. 그림이 엄청 커요. 한 3~4m 정도? 마크 로스크는 감정을 선과 색감으로 표현하는데,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고 해요. 그림에 압도되는 것도 있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공감하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저는 눈물은 안 났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까 뭔가 뭉클했어요. 아마렐로를 준비하면서 이런 선이 있는 로고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붓터치 질감을 표현하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하려니까 어려웠어요. 여러 번에 거쳐 지금 로고가 나왔고요. 간결함도 좋고 붓터치에 여러 스토리와 감정선을 담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아마렐로 로고


J 로고는 직접 그리신 거예요?

M 머릿속에 여러 로고가 있었고요. 아이패드로 그렸고 시각 디자인하는 동생이 수정해줬어요. 다 만들고 로고를 찍으려니까 질감 표현 때문에 색이 4개, 4도가 되는 거예요. 색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비용이 추가돼서 컵 하나에 400원, 500원 꼴입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브랜딩 생각하면서 했죠. 


J 드리퍼랑 유리컵에도 잘 어울려요.

M 운 좋게 한 번에 잘 나왔어요. 실크 인쇄라서 잘 안 지워집니다.


J 마크 로스코 그림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보러 가고 싶네요. 인테리어도 디자인 업체에 맡기셨다고 했는데 어떤 포인트들이 있을까요?

M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원해서 라운드 없이 각을 줬어요. 보시면 가구나 몰딩이 다 직각으로 되어있습니다. 또 독특한 느낌도 주고 싶어서 약간 위트를 더해달라 부탁했어요. 포인트로 곳곳에 비정형과 타공이 있어요. 보통 색깔만 다를 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손님들은 관심이 없더라고요.


비정형과 타공


J 저도 몇 번 왔지만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것 같아요.

M 팀 커튼콜이라는 젊은 신생 디자인 회사인데요. 비정형을 저희 때부터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저번에 스토리 보니까 코어커피 가셨던데 같은 곳에서 디자인했거든요. 기둥이 포인트고 앉았던 테이블도 삼각형이죠.

J 오! 맞아요. 재밌네요. 설명 안 해주시면 모르겠어요. 어떻게 써놓을 수도 없고요.

M 그리고 벽에도 질감을 살리려고 뿌리는 페인트를 사용했어요. 이것도 위트를 준거죠.


J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커피 스타일이 있나요? 싱글 커피는 레드브릭과 에이프릴 원두를 사용하시는데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M 산미와 과일의 단맛이 좋은 커피를 좋아합니다. 산미 그냥 신맛이 아니라 단맛이 받쳐주는 긍정적인 표현이잖아요. 전에 다니던 회사가 청담동 쪽에 있었어요. 압구정 카시나 아카디움에 가서 코아바라고 미국 포틀랜드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커피 산미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카페 준비하면서 유명한 로스터리는 다 가본 것 같아요. 레드브릭, 마켓 레인, 오닉스, 듁스 등 수입 원두도 마셔봤고요. 수입 원두는 보통 캐릭터가 강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었어요. 그중에 레드브릭은 깔끔하고 향도 충분히 잘났어요. 레드브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어요. 미팅을 했는데 추구하는 바가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필터를 매개로 스토리도 담고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보시면 원두 포장지도 다 친환경이에요. 또 라인업이 또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좋았어요.


레드브릭 에티오피아 하데소 내추럴


J 에이프릴 원두는요?

M 호주 커피가 워낙 우리나라에 자리를 많이 잡았기 때문에 약간 식상할 때가 됐어요. 새로운 커피를 찾고 있었는데 일본에 위켄더스라는 로스터리가 있어요. 문의를 했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가깝고 관세도 없는데도 비쌌어요. 그래서 아직 한국에 안 들어온 걸 찾다 보니까 에이프릴까지 가게 됐어요. 노르딕 스타일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J 공식 수입도 생각하시는 건가요?

M 그렇죠. 아직 여러 수입 로스터리 등도 더 찾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수입 원두를 샘플링하려고 컨택 중입니다. 그리고 아직 직원이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영업하려면 카페를 비우고 나가야 해서요. 


J 에스프레소 원두는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시죠?

M 맞아요. 오픈 전에 1구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서 집에서 연습했어요. 그라인더까지 300만원은 줬던 것 같은데요. 다양한 원두를 내려보고 벙커 컴퍼니 원두로 결정했는데, 1km 이내에 거래처가 있으면 납품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쓰다가 지금은 영앤도터스 원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J 최근에 센서리랑 로스팅도 배우셨잖아요. 어떠셨어요?

M 저는 사실 자격증을 안 따려고 했어요. 독학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운영을 하다 보니 로스팅 필요하다 절실히 느꼈어요. 로스팅에는 생두, 원산지, 품종, 선별, 로스팅, 센서리, 커핑, 추출까지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어요. SCA 로스팅 시험을 봤고요. 몇 년 만에 시험 보려니까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깊게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음 가게는 로스터리로 할 생각입니다.


게스트 아르바이트


J 게스트 바리스타는 많이 하는데 게스트 알바는 처음이에요. 한번 꼬아서 재밌습니다. 

M 5월에 오픈하고 의욕적으로 가게를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일하던 부서가 세일즈 마케팅이어서 이것저것 다룬 경험을 살리려고 했죠. 해시태그랑 팔로우 이벤트도 했는데 동네로만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동네에도 알려야겠다 해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자 생각했어요. 아는 동생이 팔로우가 많아서 게스트 알바를 한 번 하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들이 와서 태그하면 이 동네에 노란색 카페가 있다는 걸 각인이 시킬 수 있잖아요. 마침 카페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재밌었는데 전문 바리스타 아니다 보니까 제가 계속 알려줘야 해요.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니 힘들고 지치기도 했어요. 편집도 만만치 않고 코로나도 심해져서 지금은 멈췄어요.

J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데요. 코로나 괜찮아지고 다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 효과가 없을 줄 알았는데 다른 카페 가서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오기가 멀어서 그렇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다 위치를 아쉬워해요. 다른 곳으로 가서 하면 잘 될 거라고 해요. 


J 단골손님들은 많이 생겼나요?

M 꽤 생겼는데요. 얼마 전에 동네 아주머니 두 분이 처음 오셨어요. 작년에 오픈했는데 왜 이제 오셨냐고 물어봤더니 매일 지나가긴 하는데 선뜻 못 들어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동네 사람들이 뭔가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잘 즐기셨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J 아무래도 연령대가 좀 높아서 그럴까요?

M 그런 것도 있고 편안하지 않은가 봐요. 


NOT PLASTIC


J 모든 카페가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시는 이유는요?

M 동네 카페에서 무슨 유난이냐 할 수 도 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이에요. 친환경도 트렌드잖아요. 트렌드는 계속 변하니까 잘 따라가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시켜주고 싶기도 합니다.

J 사실 저는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에요. 거의 브루잉 커피를 마시다 보니 빨대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M 두배, 세 배도 하고요. 빨대는 거의 몇 배해요. 저희는 일회용 컵부터 포장지 비닐봉투 등 다 친환경이에요. 요즘 세계적인 브랜드들도 다 친환경에 신경 써요. 나중을 생각하는 거죠.(웃음)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서 저희 카페를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 때문에 계속 찾으시는 손님도 있어요. 


J 눈이 가는 소품들이 많아요. 코끼리로 된 소품들이 몇 개 보이는데 코끼리 관련해서 기부도 하신다고요?

M 코끼리 기부는 아니고 평소에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갤러리에 그림 보러 갔다가 산 거예요. 레진으로 만들어서 수작업으로 색칠하는 건데요. 네팔 코끼리입니다. 네팔이 분쟁 지역이잖아요. 지뢰 밟고 다친 코끼리들이 많아서 그런 코끼리를 치료해 주는 보호소가 있어요. 코끼리 작품을 구매하면 그곳에 10%가 기부되거든요. 그래서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집에도 몇 개 있고 선물도 주고 했습니다. 

J 저기 의자도 코끼리인데 같은 브랜드인가요? 

M 저건 비트라라고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나온 건데요. 코끼리를 찾기 시작하다 보니 예쁜 게 있어서 구매했어요. 키링에도 코끼리가 있습니다. 또 코끼리가 부를 불러다 준다고 해요. 이 외에 HAY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소품도 있습니다.

 

artek 수평자


J 바에 앉으면 수평자와 스피커가 눈에 띄는데요.

M 연희동에 P 로스터스 카페 가보셨어요?

J 네, 가봤어요.

M 손님이 찍어 보내주셨는데 가보시면 카운터에 수평자가 있어요. 저희가 먼저입니다.(웃음) 이것도 Artek이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서 나온 거예요. 매장에 의미 있는 소품을 놓고 싶어서 찾다가 수평자를 발견했어요. 예쁘고 실버라서 바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요즘은 회사에서도 갑을 관계라는 말은 잘 안 써요. 대신 파트너십이라고 하거든요. 예전에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도 많이 했죠. 그렇지만 여기에선 우리는 수평적인 존재다. 친한 친구같이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둔 거예요. 꽤 많이 물어보고 재밌어해 주세요.

J 잘 어울리고 좋은 의미까지 담고 있네요.

M 물어보시면 쑥스러워서 대답을 잘 못해요. 인스타에 글이 있어서 거기서 보라고 말씀드려요.


BANG & OLUFSEN X AMARELO 


J 뱅앤울롭슨 스피커를 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M 이런 것도 있다고 손님들께 경험시켜드리고 싶었어요. 뱅앤울롭슨은 접하기 쉬운 브랜드는 아니에요. 스피커는 얼마나 좋은지 알아야 사는 거잖아요. 모르면 평생 이어폰으로만 노래를 들을 수도 있고요. 그런 욕심이 있어서 스피커, 이어폰, 헤드폰 등 자유롭게 청음 할 수 있게 뱅앤울롭슨과 컬래버레이션도 했었어요. 스피커 때문에 매일 오는 손님도 있어요. 가끔 다른 손님 없을 때 좋아하는 노래 틀어드리기도 해요. 알아보시고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면 뿌듯합니다. 이런 경험도 드리고 싶어요. 

J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시면 손님들이 좋은 경험하실 것 같아요.

(잠시 청음하는 시간을 가졌고 사운드는 충격적이었다.)


오늘 당신의 커피 어땠나요?


J 간판 없이 How’s your coffee today만 쓰여있죠.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M 중의적인 표현이에요. 저는 간판을 하기 싫었는데 카페라는 건 알려야 했죠. 커피가 들어가 있으니까 여기가 카페인 걸 알 수 있고요. 오늘 커피 어떠셨나요? 라면서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진짜 커피 자체가 어땠는지 일수도 있고, 그날의 분위기, 바리스타와 손님으로서 어땠는지 모두 담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복합적인 걸 담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문장인데요. 제가 너무 어렵게 하고 있는 건가 생각도 듭니다. 이어지는 얘기인데 세상은 이야기라는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어디서 하게 되든 이야기들이 합쳐서 아마렐로가 되었으면 해요.


J 아마렐로는 어떤 브랜드가 되길 꿈꾸시나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꿈꾸시는 건가요?

M 커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아마렐로 컴퍼니를 만들고 싶고요.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은데요. 마케팅 용어 중에 브랜드 시티즌십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브랜드가 하나의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있듯이 이 브랜드는 이런 느낌이 있구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마 다음 가게를 내면 브랜딩을 약간 수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 제 손에서만 탄생한 거라 미흡한 게 많아요. 전문가의 손을 한번 거칠까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요. 


J 쉼을 갖는 방법은 제가 꼭 물어보는데요. 사람마다 개념도 접근도 달라서 어떻게 쉬시는지 궁금합니다.

M 어떻게 쉬세요?

J 저는 쉬는 방법을 잘 몰라요. 시간 있으면 카페 가서 책 읽거나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데요. 일 같아 보이지만 재밌어서 하는 거라 그게 쉼이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정의는 못하겠어요

M 쉼은 에너지가 회복이 돼야 하잖아요. 저는 에너지가 회복이 되려면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누워 있어야 해요. 아무 소리도 들리면 안 돼요. 그래서 독립을 한 것도 있어요. 회사 다닐 때도 종종 호캉스를 했는데요. 아무것도 신경 쓸 게 없잖아요.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빨래랑 분리수거 빨리하고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습니다.

J 자신에게 맞는 쉼의 방법을 알고 있다는게 부럽기도 합니다.


J 혼자 카페를 하시면 쉬는 날이 많지 않죠?

M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시장조사도 해야 하고, 커뮤니티도 쌓아야 하고요. 사실 약간 지쳤어요. 카페인도 계속 쌓이다 보니까 요즘 잠을 잘 못 자요.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잤는데 이제는 깊이 잠에 못 들어요. 중간중간에 깨고 자도 피곤하네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J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M 저희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주는 손님이라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감동이잖아요. 제 이야기가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다 얘기해 줬을 때 너무 반가웠어요. 준비하는 동안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J 저도 감사해요. 늘 잘 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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