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구슬> 한솔
어릴 때부터 나는 촉이 좋았다.
중학생 때 선생님들은 수업시간마다 질문을 하고 출석번호를 불러 랜덤으로 발표를 시키곤 했다.
'아, 오늘 나 시킬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내 번호가 불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촉이 좋은 건 그만큼 예민했다는 것 같다.
그래도 발표쯤이야 자리에서 일어나 답을 말하고 나면 끝날 것이었다.
요즘에 가지고 있는 불안도 사실 한 번의 발표처럼 소소한 것들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꽁꽁 묶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거기에 더해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까지 들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다.
검은 그림자가 슬글슬금 다가와서 내 마음과 몸을 잠식해 버린다.
나에게 불안은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검은 괴물 가오나시와 같은 이미지로 떠오른다.
나의 걱정들을 게걸스럽게 와구와구 먹으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그 크기가 커지면 어느새 불안이 내 마음을, 몸 전체를 삼켜버리고 있다.
한솔작가의 <불안구슬>에서는 어릴 적,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 같은 '아리'가 있다.
그런 아리에게 반갑고 고마운 와구와구가 나타나 아리의 걱정을 없애준다고 한다.
나의 걱정을 와구와구의 먹는 모습으로 불안의 실체를 떠올렸는데, 오히려 같은 이름으로 걱정을 없애주는 와구와구의 모습이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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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글쓰기 #5 (1주 5일 차)
불안의 이야기. 불안은 어떻게 찾아왔나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타이머를 5분에 맞추어 써보세요. 쓴 글을 읽고 얻은 통찰이 있나요?
-<나를 돌보는 글쓰기> 캐슬린 애던스 지음, 신진범 옮김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평화를 찾게 해주는 366개의 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