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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May 12. 2024

매기의 추억

러브 스토리


어렸을 때 여름방학에 시골 할아버지 동네 개울에서 족대질을 하면 작은 붕어와 버들치, 미꾸라지 등이 잡혔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덥고 거머리가 물어도 떼어내고 계속 고기 잡던 추억이 있다.

어쩌다 이쁜 메기 새끼라도 올라오면 신났다.


그런 작은 메기가 타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와 미국 등지에서는 아주 크게 잘 자라 주민들의 훌륭한 단백질 보충원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메기는 큰 놈이 보통 30cm 정도지만, 미국이나 남미에는 2~3m까지 자라는 몬스터 메기도 있다.

전에 장마로 폭우가 쏟아진 청주의 한 저수지에서 길이 1.5m 무게 40kg인 초대형 메기가 잡혔는데 20년 이상 산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지의 모든 메기의 공통점은 고양이같이 수염이 달려 영어로는 'cat fish'라고 부른다.

수염으로 먹이를 찾기에 수염은 메기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다.

먹성이 좋아 큰 입으로 물고기든 개구리든 움직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먹어 삼키는 포식자이다.

자연에 이상 징후가 느껴지면 물 밖으로 뛰어올라 일본에서는 지진을 예측하는 고기로 알려졌다.

색깔은 어두침침한 색깔 위주로 일종의 보호색이고 수명이 약 60년으로 꽤 오래 사는 편이다.

메기는 주로 하급수에서 살아 중금속 오염 등의 우려가 있다.

요리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와 흙냄새를 잘 잡아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미국 남부에서는 엄청난 양이 양식되고 또 수입해서 먹는다.

튀겨서 옥수수, 상추와 함께 먹는 것이 전형적인 미국식 식단의 한 종류이고 생선가스로 만들어 아이들 급식으로도 많이 먹는단다.


그 메기와 발음이 비슷한 매기가 있다.

마거릿의 애칭인 '매기의 추억'이란 노래는 세계인이 좋아하는 동요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옛날의 금잔디'란 곡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매기의 추억' 가사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해밀턴 출신의 학교 선생인 조지 존슨이 썼다.

그의 학생인 마거릿이 세 살 위인 조지를 흠모하여 사랑에 빠졌고, 그는 해밀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나이아가라 절벽 가장자리로 걸어가 시를 썼고 '단풍잎'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판됐다.

그들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매기가 건강이 나빠져 일 년 후 사망했다.

영국 출신의 제임스 버터필드는 이 시를 작곡하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두 연인이 만났던 집은 여전히 해밀턴 절벽에 있고, 노래 가사가 적힌 명판이 세워졌다.

이 노래는 캐나다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번안된 백발이 된 매기는 실제와 다르다.


이와 비슷한 러브 스토리가 있다.

'사랑이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젊은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에릭 시걸의 소설 '러브 스토리'.

영화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25살에 죽은 한 여인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총명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흐를 사랑했고, 비틀스를 좋아했으며, 저를 사랑했습니다.'라고 시작된다.

벌써 한 분위기가 잡힌다.


부잣집 아들인 하버드 대학생 올리버는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 출신인 제니와 도서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결혼에 이르게 되었으나, 이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가 의절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끊는다.

올리버는 어렵게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고 제니는 선생으로 취직하여 학교 근처의 옥탑방에서 힘들게 생활한다.

올리버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 취직하여 이제 봄날이 오는 듯했으나 제니가 백혈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제니는 25살에 백혈병으로 죽는다.

학창 시절 눈싸움을 하며 놀던 교정 벤치에 앉아 지난 사랑을 회상하며 우리를 울렸다.


살날이 많이 남았고 할 일이 많았던 젊은이가 짧은 사랑을 끝으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애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랑했던 그때의 진정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기에 우리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없는 애인에 그런 사랑을 갈구하고 상상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생 때 꿈에 그리던 외항선을 타면서 남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사랑도 싹이 텄다.

그녀를 알고부터 그녀의 이미지는 거의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곁눈질하지 않으며 당차게 자기 삶을 살면서, 변화해야 할 때는 단호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학창 시절에는 홍일점으로 미친 존재감을 보이며 궂은일을 도맡아 해 동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사회에 나와서도 전공을 잘 살려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어가며 상사와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다.

뭐든지 징징대지 않고 그저 간단명료했다.

그런 그녀가 특파원 그만두고 음악 공부하러 헝가리로 갈 생각을 한다니.

테레사의 연인처럼 수녀가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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