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뉴올리언스에 두고 온 미국인 동생
'HAPPY LATIN' 호는 잔잔한 코발트 빛 바다 멕시코만에 들어와 뉴올리언스 항으로 가고 있다.
파일럿 스테이션에서 뉴올리언스 항까지 약 80해리.
미시시피 강을 따라 8시간은 올라가야 한다.
부두는 바다가 아닌 강 옆으로 곳곳에 있다.
강가에 튼튼한 제방을 설치한 뉴올리언스 자동차 부두에 접안하고 시내 상륙을 나갔다.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한 재즈 뮤지션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스는 문화와 관광 도시답게 기념품을 파는 화려한 수버니어 샵이 곳곳에 보인다.
남북전쟁 때 남군이 썼던 회색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영감님이 '하이' 하며 손을 올려 인사하길래 맞장구치며 구경하러 가게에 들어갔다.
예쁜 장식품과 미니어처, 인디언 장신구 등 오만 것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를 둘러보며 예쁜 것들을 다 사서 선물하고 싶은데 쪼깨 참고, 지포 라이터가 보이길래 집어봤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이차대전 때 적군 타깃에 기름과 함께 지포 라이터를 던지면 안 꺼지고 불이 잘 붙던 유명한 라이터이다.
베트남 전쟁 때는 가슴에 총을 맞은 미군 병사가 지포 라이터 때문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총알을 맞은 지포는 고장이 나지 않고 불이 잘 켜졌다는 전설이 있다.
예편하시고 바람 많은 바닷가에 사시는 아버님께 선물하면 좋아하실 것 같아 영감님에게 이거 얼마나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영감님이 환하게 웃으며 짙은 남부 억양으로 '원 헌드레드 이어스 모어'라고 대답한다.
하긴 안 쓰고 놔두면 백 년도 가겠지.
한 개 가격을 물었다.
5불이라 해서 세 개 사면 얼마냐고 했더니 20불이란다.
'어, 강적을 만났네.'
씩 웃으며 십 불을 내고 세 개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영감이 웃으면서 조크라며 내 이름을 물었다.
나도 한 유머 하지.
'마이 네임 이즈 형님.'이라고 대답하니 '헹님... 행님...?' 두어 번 소리 내 반복하더니 물건을 담아주었다.
"미스터 행님, 쌩큐 베리 머치."
"노 프러블럼, 써! 유 룩 라이크 제너럴 리."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리 장군같이 생겼다니 너털웃음을 웃으며 좋아한다.
나도 나이 많은 미국 동생 한 명 생겨 유쾌하게 웃으며 다음에 보자고 인사하고 근처 바로 들어갔다.
땅을 밟고 흙냄새도 맡아보고 아름다운 여인이 갖다 주는 육상 맥주 몇 잔 마시고 기분 풀다, 돌아가 출항 준비를 해야 한다.
벌크 타고 만만디로 다니다가 자동차를 싣고 다니니 정말 땅 밟기가 무섭게 귀선해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은 1861년부터 4년간 벌어진 내전으로 6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죽었고 패한 남부가 연방으로 복귀하는 데 십여 년이 걸렸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영향으로 인간이 최소한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노예제를 폐지하자고 했다.
이 때문에 1776년 미국이 독립하고 대부분의 북부 주는 1850년까지 노예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당시 세계 면화 생산량의 3/4을 차지했던 미국 남부 지역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노예제 폐지를 인정할 수 없었다.
미국 남부를 제외하면 유럽 등 근대화된 국가에서는 노예무역이 끝났고 미국도 노예 수입은 이미 법으로 금지되었다.
그런데도 남북전쟁 때까지도 노예 가격은 시장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꾸준히 올랐다.
담배 농업이 무너졌다가 면화 농업이 다시 뜨기 시작한 1800년에서 50년 동안 노예 가격은 오십 달러에서 천 달러까지 올랐다.
노예를 가진다는 것 자체로 부유함의 상징이 되는 것이 이 시기 남부 백인 사회였다.
가난한 백인 남성이 돈 벌어서 농장을 사고, 노예를 부리는 것이 그 당시 남부 사람의 아메리칸드림이었다.
거기다 작가 해리엇 스토우가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란 소설로 노예제의 비도덕성을 꼬집었고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렇게 북부의 노예 폐지 주의자와 남부 노예 지지자들이 반목하면서 1860년 대선이 열린다.
링컨이 남부 주에서 선거인단을 단 1명도 얻지 못했는데도 대선을 이기자 남부 주들은 권력이 북부로 넘어가고 노예제가 폐지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부 주는 연방을 탈퇴하고 임시 대통령을 추대하여 새 헌법을 만들어 남부 연맹의 독립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연방정부의 영토였던 섬터 요새를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북부에서 나온 노예제 폐지론이 남부 부자들은 자기들의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무너질까 봐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흑인 노예보다 백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남부의 자영농, 하류층은 정작 자신들이 가진 노예가 없는데도 남북전쟁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북부 연방은 정부 조직이 잘 구성되어 신속하고 유연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고 인구도 4배나 많았다.
잘 갖추어진 철도망으로 병력이나 물자 수송도 수월했고 공업이 발전하여 전쟁 물자 생산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당시 북부의 농장에는 곡식을 베고 동시에 탈곡하는 콤바인이 도입되어 남자들이 군대에 가도 남은 여자와 아이들만으로도 충분히 농사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아돌아, 전시 중에 영국에 식량을 수출할 정도였다.
당시 미합중국 정부는 전쟁 중에도 계속 이민을 받았고 주요 항구를 다 북부가 장악해 도착한 젊은 이민자들은 정착하는 대가로 북부 군에 입대해 싸웠기에 병력 차가 더 벌어지게 되고 거기에 18만 명의 흑인들이 북군에 입대했다.
북부의 목표는 연방의 재통일과 남부 반란군 진압이었고 많은 병사가 남북전쟁을 노예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생각했다.
북군 병사들이 커피와 빵, 베이컨으로 유럽 중산층만큼이나 잘 먹으면서도 반찬 투정할 때, 남군 병사는 배고픔에 시달렸다.
군화도 없어 맨발로 행군하고, 군복도 부족해 입대할 때 입은 옷으로 참전한 군인도 있을 정도였고, 무기의 질도 북군보다 훨씬 떨어졌다.
그러나 남군은 자기 주와 노예제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병사들의 사기는 북군보다 높았다.
북군은 미국의 민주주의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연방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연방과 미국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전투 의지는 남군에 뒤지지 않았다.
전쟁 초기에 북군은 객관적인 전력이 남부보다 월등히 우세했지만, 전세가 딱히 우세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남부의 목표는 최대한 버티면서 남부 연합의 존재를 인정받아 독립하는 것이었다.
남부는 당시 면화가 많이 필요한 영국을 압박,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여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북부가 제해권을 잡아 해상을 봉쇄해 버리자, 면화를 수출할 길이 없게 되었다.
마침, 면화 산업에 뛰어든 이집트와 인도가 유럽에 면화를 댔다.
게다가 대다수의 유럽 국가는 노예제를 폐지하였고, 이미 유럽의 지식인은 노예 제도가 비인간적인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유럽의 강대국들은 전세가 기운 남부를 외면했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것만큼 민주주의를 요약한 말이 없다고 말했다
1863년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에서 열린 전몰장병 추도식에서 링컨 대통령이 이삼 분의 짧은 연설이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중 하나가 되었다.
전쟁 초반 남군은 명장 로버트 리 장군과 고향을 지키겠다는 열의로 모인 병사들이 병력과 물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북군 그랜트 장군에게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남부의 주요 보급 도시였던 애틀랜타를 북군의 셔먼 장군에 빼앗기고 이어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패하면서 전세는 북군 쪽으로 기울게 됐다.
1865년에는 남부의 수도인 리치먼드가 함락되었고 결국 남군 총사령관 리 장군이 버지니아에서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 문서에 조인하며 남북전쟁은 끝났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자국민이 사망한 전쟁이었으나 미국은 민주국가로서 정치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통합을 이루었다.
이후 미국이 열강 국가가 되는 틀이 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명목이었던 노예제가 폐지되었으며 흑인의 지위가 마침내 백인과 동등해지고 공직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흑인 대통령도 나왔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