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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Apr 05. 2024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항에서 추억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라플라타 강과 우루과이 강을 경계로 접해 있다.
지구에서 우리나라 정반대 편에 있는 우루과이는 계절, 시간대 등이 모두 한국과 반대이다.
 나라의 수도인 아름다운 몬테비데오 항에 입항한 적이 있다.
그때 같이 타던 조리장이 몬테비데오의 L 사범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설이라는 건 조금 와전되었을 수도 있겠다.


우루과이는 17세기 이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브라질에 흡수되었다가 1828년 독립했다.

국토가 남한보다 훨씬 큰데 인구는 사백 만 명이 안 된다.

그나마 수도 몬테비데오에 반이 몰려 살고 있다니 얼마나 널널하겠는가.

지도상 커다란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여 우루과이가 작아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덴마크보다 5배나 큰 국토를 가지고 있고 일본보다 더 넓은 경작지를 가졌다고 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낮은 구릉과 초원 지대로 고기, 양고기와 양털 등을 많이 수출하며 OECD 회원국인 그리스, 터키보다 잘 고 남미에서 국민소득이 제일 높다고 한다.

이 나라는 오죽 산이 없으면 '산이 보인다.'라는 뜻인, 수도 'Monte Video'에서 높은 곳이 해발 200m밖에 안 되고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 500m라나.


우루과이는 인구도 적은데 축구는 잘한다.

오래전이지만 월드컵 우승을 두 번이나 하고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다.

몬테비데오 항이 남대서양에서 조업하는 우리 원양어선의 전진기지가 되면서 교민이 수백 명 살고 있단다.


이곳에는 여자와 남자 성비가 7:1 정도 란다.

나라가 제법 사니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이다.

반면 국내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 남자들이 외국으로 취업을 많이 나간다.

그래서 남성들의 천국이라 할까, 혼자 사는 여자가 수입 좋은 유능한 여인이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듯한 남성을 데리고 산다.

부인은 일하러 나가고 남편은 집에서 하고 아이 보면서 정원이나 돌보고 지내는 백수가 많단다.


이곳 겨울에는 좀체 영하로 안 내려가고 추워봤자 살얼음이 겨우 얼 정도이다.

그런데 추위가 뼛골까지 시리다고 한다.

캐나다, 러시아 영하 2~30도 하는 곳에서 살다 온 사람도 이곳 추위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한다.

겨울에 노숙자들이 저체온증으로 많이 죽는다.

현지인들이 겨울에 완전무장하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호세 무히카는 영원한 농부에 독재 시절 민주화를 염원하던 도시 게릴라 출신이다.

군부에 잡혀가 13년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진 고문과 옥 생활을 겪었다고 한다.

전 재산이 낡은 구형 폭스바겐 한 대에 기사 없이 직접 운전해 시골집과 대통령 궁에 출퇴근했단다.

대통령 공관을 추운 겨울에 노숙자에게 개방하고, 월급의 90%를 사회기금으로 기부하였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 우정과 가족 등이라고 말한다.

또 자기에게 붙여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말은 틀린 거라며, 진짜 가난한 사람은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몬테비데오에서 일주일 동안 하역하면서 매일 일과 끝나면 L 사범님과 선원들이 함께 어울려 시내로 놀러 다녔다.

소고기가 아주 싼 나라에서 매일 아사도라는 소갈비에 와인 마시며 헨떼라는 클럽에서 7일 동안 광란의 밤을 보내다 출항하니 세수하면서 쌍코피가 터졌다.

이 정도 놀아야 겨우 대항해시대의 마도로스 후배라고 할 수 있을까.


‘남미 오래 살면 아무리 힘들어도 농담을 잃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괜찮고 먹을 게 넉넉한 남미에 오래 살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유머 감각이 절로 생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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