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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Apr 06. 2024

마리네로의 천국 브라질 비토리아 항


브라질은 인구가 2억 이상이라 일 인당 국민소득은 그리 높지 않다.

국토가 세계 5위권으로 넓고 자원이 풍부하여 압도적인 국력으로 국민 총생산이 세계 10안에 든다.

우리나라보다 생산이 훨씬 많 나라이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먼저 깃발을 꽂았다.

당시 브라질 원주민은 부족 단위로 소수가 자급자족해 살았고 문자나 문명이랄 게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포르투갈인이 퍼뜨린 전염병에 많이 죽었다.


스페인이 중남미에서 황금과 은으로, 포르투갈은 브라질 사탕수수의 하얀 설탕으로 돈벼락을 맞았다.

걸 보고 영국,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이 집적댔으나 스페인, 포르투갈의 해안포 폭격에 상륙도 못 하고 쫓겨갔다.

결국 영국은 당시에 불모지였던 미국 동부의 버지니아로, 프랑스는 춥고 황량한 캐나다로 갔다.

이때 네덜란드가 브라질 점령지였으나 경비가 허술했던 가이아나, 수리남 지역에 들어가 여기서 생산하던 사탕수수는 나중에 안틸레스제도에 뿌리를 내려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을 능가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50개 가운데 중남미 도시가 39개나 선정되었고 그중 17개 도시가 안타깝게도 브라질에 있다.

공권력과 갱들의 힘이 대등한 나라이다.

큰 도시는 부촌이 따로 있으며 이곳에 사는 이들은 치안이 너무 좋지 않아서 헬기로 출퇴근한단다.

갱들이 관리하는 구역에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은 예사이고,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에서는 툭하면 대낮에도 총 들이밀고 강도질하며, 꼬마들조차 약 먹고 총을 꺼내 들고는 돈 달라고 한다.

차 타고 신호 대기에 멈춰 서있을 때 더워서 창문이 열려있으면, 오토바이나 젊은이가 다가와서 총을 겨누고 털어간다.

마이클 잭슨이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스태프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갱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주었다고 한다.

갱이나 마피아도 문제지만, 경찰도 믿을 수 없다.

이 나라 경찰은 월급이 적다 보니 부업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러니 뇌물과 부정, 부패가 심하고 경찰과 공무원이 갱들과 공생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렇듯 브라질에서는 치안이 좋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아수라장에도 불구하고 리우데자네이루는 나폴리, 시드니 항과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고 있다.

모든 안 좋은 건 다 우리 인간 탓이네.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어마어마한 사탕수수 농장에 아프리카 흑인이 노예로 잡혀 와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원주민의 존재감은 미미한 모양이다.

일본 본토를 제외하고 일본계가 제일 많이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매년 2월 카니발에 삼바 축제가 열리는 데 참가한 이와 구경 온 관광객 수가 엄청나다고 한다.

오죽하면 브라질 사람은 일 년 벌어 삼바에 다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현재 브라질은 브릭스라고 불리는 세계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국가이지만, 고질적인 빈부격차와 치안 부재 문제가 심각하다.


술자리에서 선원들의 승선 경험담을 들어보면 중남미 중에서도 브라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결같이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예찬 그리고 브라질 여인들의 미모에 대한 극찬이다.

브라질 여러 항구를 가 본 중에 비토리아 항에서 알게 된 한 아가씨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그녀의 이름은 잊었지만, 순백의 티를 입고 하얗게 웃던 그녀가 생각난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의 선율이 나오면 떠오르는 그녀.


비토리아 항에 입항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원들은 모두 신났다.

남미는 선원들의 파라다이스라고나 할까, 맑고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따뜻하고 광활한 대지 뭐 하나 나무랄 게 없는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현지인들의 밝은 미소와 아름다움.


배가 항구에 접안한 후 수속을 마치고 선원들은 삼삼오오 아름다운 비토리아 항에 상륙을 나간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오랜만에 땅을 밟아 본다.

긴 항해 끝에 육지를 밟으면 땅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짠 바닷냄새가 아닌 육지의 사람 사는 냄새, 그리고 만 날 시커먼 머슴아만 보다가 스쳐 지나가는 이국의 아름다운 여인들.

여기저기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며 발품을 팔다가 아름다운 해변 비치파라솔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신다.  

이 맛에 그 힘든 면허를 따서 이렇게 배를 타는 거지.

이 순간에는 걸핏하면 나를 쥐어박던 동기 남희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만끽한다.


옆자리에는 젊어서 아름다운 현지 아가씨들이 재잘거리고 있다.  

하얀 티를 입은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헉! 태어나서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는 처음 보는 거 같다.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와는 또 다른 발랄한 아름다움이다.

한국에서는 좀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 말을 걸어봤다.

지르지 않으면 성공이나 실패도 없으니까.

같이 맥주 한잔하자고 하니 그저 하얗게만 보이는 아가씨가 잠시 망설이다가 친구들끼리 까르르 웃더니 오케이라고 말하며 일어선다.  

눈부신 순백 티 반바지를 입은 아가씨.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잘 통하지 않는 말을 잘도 하면서 두 젊은이는 밤이 깊어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눌 때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리네로에게 항구와 이별은 동의어인가 보다.

아, 그저 하얗게만 기억나는 아가씨, 그리고 아름다운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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