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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Oct 14. 2024

아홉째 날 - 빈 공간 만들기

타이탄의 도구들 중

조시라는 인물은 '나는 창조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삶을 빈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한다. 삶을 빈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감정이 혼란스러운 날이다. 온전히 혼자 있지만 혼자인 것 같지 않다. 자꾸만 머릿속이 불편한 생각들로 가득 차고 있다.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지 못해 책도 글도 어렵다.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전에는 이런 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본다. 해결할 수 없는 감정들은 지나며 옅어지기도 하고 다행히 다른 생각으로 옮겨져 잊히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혼란스러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있는 것이 나은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매번 그렇게 지나온 것이 어떻게 보면 편하기도 하지만 나를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생각의 고리를 잘 이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글로 한번 정리해보려 한다.


상대의 불편한 감정을 쏟아낼 때 나는 그것을 받지 않고 싶다. 나에게 쏟아내는 것이 아니니 무시하여도 된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감정들이 나를 통해 지나갈 때 그것에 담겨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다른 생활의 변화가 없으면 그것에 그냥 담겨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친구나 다른 일을 하면서 잊으려 하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멍한 느낌으로 어제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혼자이고 싶은 날이 오늘인데도 혼자이지 못하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 때로는 커피가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하여야지 이런 기분이 아닌 다른 기분으로 보낼 수 있었을까. 몸이 받지 않아 술도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의 혼란스러움을 읽는 사람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첫 줄에 삶을 빈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오늘 내가 꼭 필요한 것이다. 꼭 공간적인 의미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못하였다. 감정의 공간도 마찬가지로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공간은 그래도 쉽게 표시 나니 정리하기가 수월하다. 나는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 갈 때 집에 있는 묻어둔 것 하나는 들고나가자고 생각한다. 때로는 옷, 책,  빈통등 자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을 하나씩 치우고 있다. 고민하지 않기 위해 신발 신는 곳에 생각나는 물건을 미리 둔다. 


감정은 물건처럼 쉽게 정리하기 힘들다. 감정의 혼란스러움은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처음과 끝을 찾을 수 없다. 선명한 여러 개가 섞인 것이 아닌다. 하나의 색을 따라 분리할 수 없다. 실타래가 여러 개 섞여있다. 일상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평소에는 혼란스럽지 않은데 어떤 격렬한 감정이 들어오면 그것들이 혼합되어 섞여버린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을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 믹서기로 마구 흔들어 놓은 것 같다.


글로 감정을 표현하니 조금씩 가라앉고 평소에는 어땠는지 생각이 난다. 그래서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어떤 생각으로 마음이 편안하였는지 생각이 난다. 어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제의 마음에 불편한 마음이 더해져 혼란스러웠는데 어제의 마음에 집중하니 불편한 마음만 따라 분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점점 어제까지 가진 부분이 더 커지고 불편한 마음이 점점 줄어든다. 


공간의 비움에 더해 감정의 비움에 대한 생각도 자주 해보아야겠다. 매일 버리는 물건처럼 감정도 불필요한 것들을 잘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버리는 물건에 함께 버리고 싶은 감정을 담아 버리는 훈련을 해보자. 오늘은 나에게 담긴 타인의 불편한 감정을 담아 잘 버리고 집에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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