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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Oct 22. 2024

열일곱째날 - 하늘을 날다

기어하고 싶은 순간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순간 중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대체로 행복한 순간들이 그런 순간이지 않을까 한다. 오늘 그런 순간이 있었다


가을비가 강하게 내리는 오전 시간에 찾은 수영장에 사람이 없었다. 실내외가 함께 있는 수영장이라 비를 맞고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중간에 배영처럼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누워 눈을 감는 순간에 갑자기 내가 하늘을 날고 있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중력의 힘을 물속에서 그 힘이 줄어들 때 느낄 수 있다, 아! 지금 중력의 힘이 줄어들었구나. 그리고 몸에서 힘을 빼어본다. 발가락, 발목, 허리, 목, 팔 이렇게 하나하나 의식하며 힘을 빼어 보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어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잠시 숨도 조용히 하며 물이 받쳐 추는 힘에 몸을 맡겨본다. 딱 그 순간 하늘을 난다. 아니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온몸에 오직 물이 주는 작은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나를 버리면 찾아오는 그 순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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