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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Dec 05. 2024

예순째 날 - 즐거움이 아닌

일을 시작하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왜 그 일을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 온다. 오늘이 그렇다. 글을 쓰려고 하는데 즐거움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힘든 때라서 여유가 없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족을 돌보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그래도 꾸준히 매일 글을 쓰면서 이 순간 만이라도 나에게 충실해질 수 있는 순간이었어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에너지조차 생기지 않는 날이다.


화면 앞에서 글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행복이 아닌 무언가 가슴이 막막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런 느낌이 오늘이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느낌이 들 수 있지 라는 의아함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인데 왜 이런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단지 몸이 너무 힘들고 마음이 지쳐서 그런 것일까.


한 글자 한 글자를 어떤 길을 가기 위해 적어나가야 하는지 갑자기 길을 잃었다. 길에 이정표도 없다. 방향을 모르겠다. 다시 처음부터 조용히 읽어보며 어떤 길을 가고 있었는지 보아야겠다. 내가 왜 글을 시작하고 어떤 글을 쓰고 있었는지 찾아보고 생각해야 될 시기이다. 


때로는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나의 길이 아닌 것을 안다. 그래서 이제는 막막한 길조차 감사하다. 내가 내 길을 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은 그것만으로 갑자기 행복해진다. 


오늘 글은 막막함에 주저앉았다가 행복함으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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