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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kim Mar 09. 2020

일곱 번째 산맥

8. 의식의 흐름

날 보러 10시간이나 날아와준 소중한 나의 친구 쏘쏘



횡단을 하다 보면


시드니 여행을 오게 되면 보통의 여행객들은 오페라 하우스 뒤에서, 옆에서, 앞에서 하버 브릿지의 경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가는데 사실 그 방법은 시드니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완벽하게 즐길수 있는 좋은 방법 아니다.


나는 시드니 여행객들에게 하버 브릿지 횡단을 꼭 한 번쯤 추천한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200 아니, 2000퍼센트로 돌아온다.(이 딴 거 힘들어 죽겠는데 왜 하라고 한 거냐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하버 브릿지가 눈대중으로 보기에는 아주 장대해 보이나 천천히 걸어도 키 작은 여자 걸음으로 40분을 넘지 못한다. 오페라 하우스 경관의 값비싼 호텔을 잡지 않아도 뽀얀 자개 건물 꼭대기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오페라 하우스 지붕이라 하니 언뜻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적어본다. 유아 교육학을 전공하기 전 나는 영어 부족으로 6개월간 어학원에 다녔는데 (남들보다 배로 긴 시간을 다녔다. 대부분 3개월 안에서 끝장을 낸다.) 랭귀지 스쿨 마지막 날, 선생님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오페라 하우스 꼭대기가 보인다며 초대를 했더랬다. 나와 랭귀지 스쿨 친구들, 대략 여덟 아홉의 아이들은 각자 마실 맥주를 한 병씩 사들고 선생님이 사는 아파트로 갔다. 아주 낡은 아파트의 맨 층의 복도빛이 바랜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 옆에 영문 도서가 소량 구비가 되어있는, 아파트 사람들의 공용 공간이 있었다.


어쩐지 대단한 장소를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스러웠으나 우리들 모두는 그 복도에 옹기종기 앉아 어언 삼십 분간 작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지붕을 응시했다. 나는 다소 내성적이라 (실은 아주 많이) 협소한 공간 속 다수의 사람들이 꾸역꾸역 낑겨 있는 상황에 진절머리를 낸다. (예를 들어 클럽 같은 곳) 렇지 이상하게 4월 8일의 그날은, 날의 전부가 좋았다.

그 날의 기록


우리는 맥주 한 병을 비우고서 록스 거리를 따라 내려와 일본식 라면 한 그릇을 사 먹고는, 근처에 있던 천문대로 올라갔다. 이미 컴컴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천문대와, 문을 닫아버린 상점 곳곳에서는 낭만이라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나의 수많은 날들 속에서 이 장면을, 내 기억 한켠 깊은 곳에 고이 접어놓았다.


언제고 한번 그 거리를 나 혼자 걸어 본 적이 있다. 이상하게도 그 때의 기분이 안 났더랬다.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왜 그 순간이 행복했던가를, 왜 스치던 바람 냄새마저 기억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나의 예쁜 기억을 개놓고 다시 하버브릿지로 이동해본다. 그곳을 걷고 있으면 브릿지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 선생님이 종종 보인다. 슬프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버브릿지 위에서 자살시도를 한다고 들었다. 이걸 쓰다 말고 또 생각이 난 건,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청렴결백함에도 불구하고 '경찰 선생님' 앞을 스쳐 지나갈 때면 괜스레 긴장이 된다.(다들 그렇지 않나?) 장소를 불문하고 제복 입은 경찰 선생님만 보면 심장이 우당탕 쾅쾅거린다. 가장 떨리는 순간은 공항에서 빠져나올 때, 제복을 입은 검역관과 그의 깜찍한 강아지가 내 캐리어를 킁킁대기 시작할 때! 그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죄를 짓고 살면 안 되는 거다.



아침 일찍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나의 커스텀 커피


호주에 와서 카페에서만 4년을 일했다. 한국에서의 경험까지 포함하면 난 총 5년의 카페 경험자인 것이다. 고로 조금 아는 척을 해보자면, 내가 즐겨마시는 커피는 Flat White(플랫 화이트)인데, 거품 없이 평평한 화이트 커피 (우유 들어가는 커피를 화이트 커피라고 칭한다)로 그냥 거품 없는 라떼라 보면 되겠다.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의 양은 같으나 맛으로 따지자면 라떼보다는 조금 강한, 카푸치노와는 엇비슷한 정도의 음료이다.


조금 더 자세히 내 커스텀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기에 우유는 언제나 미지근하게, 샷은 Double Ristretto (더블 리스트레토)로 뽑아달라 요청한다.(멋있는 척) 아는 척 한 김에 리스트레토에 대해 짤막한 멘트를 달아보도록 하겠다.(태클은 사절한다.) 간단히 말해 리스트레토란 '에스프레소 엑기스'라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를 22-28초 사이로 뽑는다 치면 리스트레토는 18-19초 안으로 짧게 추출되기 때문에 산미는 강하나, 쓴맛은 적다. 그 에스프레소를 두 번 넣은 게 바로 더블 리스트레토. 언젠가는 꼭 한번 커피가 맛있는 곳에 방문하게 된다면, 리스트레토 라떼를 마셔보시기를 권한다. 아주 고소하고 맛있으니깐.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 본 두서없는 에세이를 여기서 끝 내도록 하겠다.

끝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갑작스레 내야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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