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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kim Mar 27. 2020

열아홉 번째 산맥

20. 독립

발등에 불 떨어졌다



내가 진과 함께 일했던 카페를 그만둠과 동시에 제나가 난데없이 동생들과 크게 싸웠다. 동생들끼리는 갈라서자고 언성을 높였고 고로 나 역시 집에서 쫓겨날 신세에 처한 것이다. 제나와 나는 같이 살 것을 다짐하며 함께 삼일을 내리 집만 보러 다녔다. 슬슬 나만의 방을 가지고싶었던 때라 소올찍히 이때다 싶었다. 하하.


우리의 조건은 한 주에 내야 할 돈이 $400 아래일 것, 방은 하나 이상일 것(원룸 X), 역에서 가까울 것. 이 전부였다. 여태껏 쉐어 하우스에서만 살아본 나는 집을 통째로 렌트하는 것이 처음 인터라 어떤 것을 챙겨야 하고, 어느 부분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지 몰랐으나, 어쨌든간 들어가게 된 집은 나쁘지 않았다.





1. 처음 간 곳은 락 데일(Rockdale)이라는 곳이었는데 내가 평소 꿈꾸던 동네의 표본이었다. 집은 역에서 10분 거리 었고,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보였기에 휴양지 같았다. 큰 도로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해 선글라스를 낀 호주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 떠드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찐 호주' 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우리가 본 집은 주에 딱 $400. 그러나 집 내부가 아주 좁고, 방이 하나도 없는 스튜디오. (스튜디오는 한국에서 원룸이라 한다.) 동네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으나 포기하기로 한다.


2. 두 번째 동네는 콩코드 웨스트 (Concord West) 란 곳이었다. 이 곳 역시 깨끗하고 깔끔한 동네로 1번 락데일보다는 조금 더 아기자기한 모습을 한 곳이다. 거리는 조금 있지만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공원과 강이 있으며 역은 뭐 500미터도 안 되는 거리. 한국 교민들 또한 종종 볼 수가 있는 곳이었고 근방엔 코리아타운인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가 있었다.


본 집은 유닛(단층 빌라)이었는데 주 $400로 나쁘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하지만 난 절대로 NO! 를 외쳤다. 공교롭게도 바로 앞집이 조디가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으로 온다면 [독립적]이긴 커녕 매일같이 저 집에 드나들게 뻔했다.


3. 세 번째 동네는 웬트워스 포인트 (Wentworth Point) 였는데 다른 동네들과 비교해 신도시다. 한국으로 보자면 송도랄까?(송도 안 가봤다.) 이 곳 역시 바로 앞에 큰 강이 흘렀고 여태껏 봐온 동네들과는 달리 주택이 단 하나도 없는, 오로지 신축 아파트만이 그득한 곳. 방문하기로 한 약속 시간이 조금 떴기에 제나와 나는 단지 내에 있는 양식 레스토랑에 갔다. 그곳에서 먹은 파스타와 감자튀김은 너무나 맛있었다. 음식을 해치우고서 우리는 이 동네에 홀딱 빠져들었다.


방문한 집은 해가 잘 들어오는 3층짜리 유닛(단층 빌라).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조금 낡긴 했으나 집 자체가 꽤나 넓었고, 거실엔 큰 테라스, 방에는 작은 베란다가 딸려있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450. 기차역? 없다. 모든 조건에 완벽히 불일치했으나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계약금을 걸었다. 그렇게 우리는 웬트워스 포인트에 이년 넘게 머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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