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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kim Apr 01. 2020

스물한 번째 산맥

22. 내 이름은 도비, 아기천사죠

둘째


꾸꾸를 데려온 지 두 달쯤 되었을까, 나는 새로이 취직을 하게 되었다. 제나는 아침 6시에 나가 오후 3시면 집에 왔고 나는 아침 9시에 나가 오후 6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게 되었으니, 어린 강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은 6시간 남짓. 처음 몇 주는 꾸꾸를 데이케어 (강아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기를 반복했으나 하루에 거진 $50불이란 금액이 쌓이니 만만치 않았다.


제나와 나는 둘째 강아지를 데리고 올 준비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순전히 꾸꾸를 위해서였다. 꾸꾸가 외로우니까, 꾸꾸에게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테니까 로 시작했던 만남이기에 아직까지도 난 우리 막둥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둘째 애기를 데려오는 조건 역시 꾸꾸와 같았다. 파양 혹은 유기된 아이일 것, 책임비는 $400불 이하일 것. 이번에는 내가 직접 사이트를 뒤져보았다. 그러다 조금 안타까운 사연의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바로 우리 애기 도비다.





애기



도비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둘 도 없는 순둥이에 애교덩어리, 제나고 꾸꾸고 나발이고 오로지 김지윤만 바라보는 나의 보물. 이런 도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큰 강아지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강아지는 종,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아주아주 극도로 혐오한다. 이유는 따로 있다. 도비는 8주가 갓 지났을 때 전주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전주인의 아들 생일이라고 누군가 선물로 도비를 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집에는 대형견인 그레이 하운드가 살았는데, 그 그레이 하운드는 상당히 독립적인 친구로서 우리 도비가 그의 공간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못 견뎌했다고. 둘이 함께 있으면 그레이 하운드에게 늘상 공격을 받고, 밥을 빼앗기기 일쑤. 도비는 결국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아주 작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함께 자고 싶고, 함께 놀고 싶고, 더 많이 사랑받고 싶은 고작 8주 차의 강아지에게 무척 힘든 나날들이었을 테다.


결국 방도가 없던 전주인은 gumtree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 한 장 없이 올라왔던 글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작디작은 꾸꾸와 체급은 맞아야 할 것 같았기에 아이의 크기를 물어봤더니 다행히 비슷한 나이, 꾸꾸와 비슷한 크기. 당시 우리에게는 거진 3주간의 긴 휴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그 기간을 이용해 꾸꾸와 새 친구를 적응시켜볼 생각이었고, 주말 저녁에 데려가겠다 일렀다.


첫날부터 어찌나 꾸꾸와 잘 놀던지, 몇 주간은 분리시켜 생활을 하라고 들었는데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둘 다 워낙 성격이 좋고 아직 어린 나이어서인지 그저 행복해 보였다. 만나자마자 한 시간을 뛰어놀고 같은 소파 위 쌍둥이 쿠션 안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때때로 아니 매일 두세 번씩은 놀다가 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크게 싸워도 절대 서로 물지 않는다. 그게 저 둘의 룰인가 보다. (지금도 그들은 끄아아앙, 와아앙 하는 식의 말싸움만 한다.)





도비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도비는 안타깝게도 애기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이유는 오드아이기 때문. 눈동자 색이 다른 그녀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엔 조금 낯선 것 같다. 둥그런 몸에 복슬복슬 부드러운 갈색 털, 까만 얼굴과 까만 귀. 앞발엔 하얀 양말이 신겨져 있고 뒷 발은 발목 양말. 매력이 터지는 그녀의 대외용 이름은 버스터, 집에서 부르는 이름 도비.


꾸꾸로 인해 시작된 관계였으나 이제 나의 삶의 반은 꾸꾸, 그리고 나머지 반은 도비를 위해 산다. 물 마신 후의 축축한 코와 입, 아침마다 닦아줘야 하는 눈곱, 눈뜨자자마 내 앞에서 하품을 하는 모습, 우주에서 산책을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 옆에 누우면 단 하나의 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내 곁을 파고드는, 세상 가장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털북숭이들. 이 작은 생명이 내 삶의 전부를 꽉 채울 줄이야.


도비가 없었던 지난날의 삶은 상상조차 안된다.

우주가 담긴 파란 눈동자와, 오직 나만이 들어찬 까만 눈동자를 나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롯이 사랑 안에서만 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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