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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의 일기

비우고 채우는 시간

by Jeoney Kim


가정의 달 5월, 따뜻한 연휴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며칠 전 집 근처 작은 카페에 들렀다가, 한 커피 잔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잔 위에 적힌 글귀는 이랬습니다.


People empty me. I have to get away to refill.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문득, 이 잔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어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비워지고 채워지는 잔의 마음은 어떤 걸까 하고요.


사람들은 나를 비우니까, 다시 채워지기 위해 잠시 떠나야 해.

이렇게 해석해 보니, 왠지 잔의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문장은 단순한 글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것의 가치를, 그리고 그 비움이 결국 새로운 온기를 담기 위한 준비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합니다.






비움의 시간, 그리고 채움의 기다림

이 잔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제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우리도 늘 무언가를 채우려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즐거움, 행복, 새로운 경험들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일은 분명 소중하지만, 가끔은 잠시 멈춰 비우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정의 달 연휴,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음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잠깐의 비움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 한구석을 비워내며, 새로운 온기를 담을 준비를 해보는 거예요. 잔이 다시 따뜻한 온기를 안고 돌아오듯, 우리도 비움의 시간을 통해 더 큰 따스함을 품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컵의 일기

여느 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내 안을 채워갔다.

따뜻한 커피, 향긋한 차,

가끔은 달콤한 라테까지.


그들의 목을 축이고,

잠깐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긴 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그냥 텅 비고 싶다.

계속 무언가를 담고 있으려니

안쪽도 지치고, 겉도 쉽게

상처받는 기분이 든다.


묻은 얼룩들을 닦아내고,

눅눅함을 털어내고,

나만의 시간을 좀 갖고 싶은 거다.


사실 그건

다시 채워지기 위한 준비야.


말끔히 비워져야 새로운 온기와

향도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마.

빈 잔을 다시 채워주기 위해,

지금 잠깐 비워지는 중일뿐이니까.


곧 다시 돌아갈게.

전처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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