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봤던 숏츠를 ㅋㅋ 거리면서 보고 있다가 벌써 56분임을 확인하고 '카운트다운'을 검색했다. 10, 9, 8, 7, 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종이 울리고,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이렇게 한 해가 또 시작되는구나'
자의적 타의적으로 많은 탐색과 도전을 했던 한 해였다.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럼에도, 작년 1월 1일과 비교했을 때 나의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갑갑했다. 한숨이 삐져나왔다.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가 늦게 잠들었고, 당연하게도 매우 늦게 일어났다.
영하 10도의 날씨였지만 새해 첫날부터 방 안에 구겨져 있고 싶지는 않아서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집 근처 북카페에 도착하고, 손때 묻은 파스텔 톤의 책 표지에 시선이 갔다. 이름 정말 많이 들었던 책.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할 때, 우리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
인간의 관성, 습관에 따끔한 한 마디였다. 아무리 자신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불만족스러워도 아예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은 불확실성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가 불안하니까 결국 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면공포증을 앓는 한 그 여학생은 "내가 그 남자와 사귀지 못하는 것은 적면 공포증 때문이야"라고 할 수 있어. 고백할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고, 설령 차인다고 해도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지. 마침내는 "만약 적면공포증이 나으면 나도..."라는 가능성 속에서 살 수 있다네.
자신의 열등 콤플렉스를 말이나 태도로 밝히는 사람, "A라서 B를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A만 아니면 나는 유능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셈이지.
화자는 가정환경, 작은 키, 적면공포증과 대인기피증, 낮은 학력 등 열등 콤플렉스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지금 불행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무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사자는 이 콤플렉스를 선택했는가. 모두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거절당하는 게 두렵고,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찾은 핑계.
오늘날 연약함은 매우 강한 권력을 지닌다. 갓난아기는 연약한 존재라서 어른들을 지배할 수 있네.
그리고 연약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지.
하지만 자신의 불행을 '특별'하기 위한 무기로 휘두르는 한
그 사람은 영원히 불행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네.
물리적으로 가장 약해서, 사회적으로 가장 강한 존재가 되는 갓난아기.
성급한 일반화는 아닐까 이건 좀 무례하다란 반감도 들었지만, 갓난아기가 더 이상 아닌데도, 가족과 친구에게 특별한 존재로 군림하기 위해 '불행'프레임을 가져온다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면접을 봤는데 몇 군데나 떨어졌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하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업무상 큰 실패를 맛봤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다음 날부터 회사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모두 일 자체가 싫어진 상황은 아닐세.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비판과 질타를 받는 것,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 이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나'의 존엄에 상처가 나는 것이 싫은 걸세. 요컨대 모든 것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지.
어느 단계에서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라고 결심하고, 관계를 끝내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기 때문에
상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네.
자신의 '목적'이 변했을 뿐이지.
사람은 그럴 마음만 있으면 상대의 결점이나 단점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이기적인 생물이네.
아들러가 말하는 '인생의 과제' - 자립하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하여 -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그 책임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전가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인생의 거짓말'이라 한다.
몇 년간 들었던 (자발적인) 퇴사사유를 곱씹어 보았다. 더 많은 보상, 더 좋은 기회, 번아웃, 일신상의 이유... 사랑하던 두 남녀가 이별하는 이유는 더 다양했었다. 경제적인 이유부터 성격과 가치관 차이... 상대는 변한 게 없는데, 어떤 (주관적인) 계기로 내가 이 관계를 끝내야겠다는 판단이 선 이후 만들어졌다라.
내용이 길어져서, (상)과 (하)로 나누어야겠다. '미움받을 용기' 책 후반부에는, 그럼 어떻게 이 '불행이란 무기'와 '인생의 거짓말'을 극복하고 미움받을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발상의 전환이 소개된다.
정말 오랜만에 집중해서, 중간중간 곱씹으면서 종이책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나의 생활양식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자주 들여다보고자 1년 만에 북리뷰를 남긴다.
져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