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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Sep 15. 2021

[폭스바겐]의 본능을 자극하는 마케팅

# HMW 질문법 : 고객이 원하는 빨리빨리,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OO 하지 마! 

안 OO 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OO 좋아하지 마세요!"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나 칭찬을 표현하는 클리셰입니다. OO의 팬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이름만 들어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대뜸 좋아하지 말라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기도 합니다.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덕질 명언'에 따르면, 마치 내일이 되면 내일의 해가 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합니다.


"걷거나 뛰지 마세요!"
"지금 바쁜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연예인에 관심 없는 분들도 이런 경험은 많이 하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느 지하철역에 가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빨간 고딕체로 몇 번씩 반복해 쓰여 있는 경고문구인데요. 사람들은 경고문구에 눈길도 주지 않고, 당장 급하니까 걷거나 뛰어오르내립니다. 한편, 겁주고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출근길의 바쁜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을 사용하게 만든 회사도 있습니다. 


2009, 스톡홀름의 한 지하철 역에서 촬영한 아래 영상을 보신 적 있으세요? 한 남자가 검정 하양 스티커가 붙어있는 계단 앞에서 고민하는가 싶더니, 두 마리 반려견들과 우당탕 계단을 올라갑니다. 오늘날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최초의 경쾌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피아노 계단'은 바로 폭스바겐의 캠페인이었습니다. 

출처 : Volkswagen | The Fun Theory 1 - Piano Staircase Initiative  091026



이동 속도는 계기판이 아닌
고객 마음속에 있다


분명히 사람들은 약속에 늦었으니까, '당역 접근'중인 지하철을 타야 하니까, 걷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빨리 움직이기는커녕,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 계단을 왜 선택한 것일까요? 


비슷한 사례로 같은 엘리베이터지만 더 '빠르게' 만든 OTIS 엘리베이터의 혁신이 있습니다.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된 것이 150년 전이라, 당시의 기술로는 빠르게 만들 수 없었는데 어떻게 한 것일까요. 느리다, 답답하다 등 고객 불만을 어떻게 잠재웠을까요. 배달의 민족 CEO가 바람직한 서비스 엔지니어링 사례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티스는 엘리베이터에 거울 한 두 개를 설치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옷매무새를 가다듬느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만히 대기하던 예전보다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꼈겠지요. 또 엘리베이터 안이 비좁고 답답하다는 인식도 줄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엘리베이터를 좀 더 넓고 빠르게 만들까 기술적인 답을 내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엘리베이터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다고 느끼게 할까? 


피아노 계단 사례나 엘리베이터 거울 사례나 오래된 이야기 모두 How Might We...? 문제 정의의 좋은 예시입니다. 겉으로 표출된 고객의 불만에 대해, 이미 있는 기술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나타나지 않는 고객의 요구(needs), 고객이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피아노 계단은 폭스바겐의 Fun Theory 이니셔티브라는 친환경 엔진 기술 Blue Motion을 홍보하기 위한 브랜디드 캠페인 중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빠르다는 기준이 다르고, 빨리 이동해야 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놀이, 재미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전보다  66% 더 많은 이용객, 아니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본성)들이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반절 넘게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서 환경에도 기여했습니다.


Fun can obviously change behaviour for the better.




미래의 모빌리티 경험도 우선 
가장 깊숙한 니즈부터 찾고서  


사람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두 발로, 바퀴 달린 교통수단으로, 하늘을 나는 UAM 등 미래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의 에스컬레이터나, 150년 전의 엘리베이터 사례와 차원이 다른 신기술과 뛰어난 인프라 덕에 절대적인 이동 시간이 단축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가용뿐 아니라 자전거, 택시, 버스 등 공공교통수단도 정거장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필요할 때 호출하면 (On-demand) 바로 탑승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획일화된 경험이 아닌, 그때그때 사용자가 이동하게 되는 계기, 이동하는 중에 느끼는 바가 더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정거장이 될 뿐 아니라, 그다음 해야 할 일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금방' 이동했다고 느낄 수 있게 이동하는 동안 어떤 재미 또는 정보를 주면 될까요? 


진정한 모빌리티의 게임 체인저는, 단순히 각각 교통수단을 빠르게 만들고, 하나의 인프라로 묶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How Might We...?  미래의 모빌리티 경험도 결국 가능성을 열어놓고 어떠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져니박 씀.


커버 출처 : Unsplash Joey K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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