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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01. 2021

배고파서 서러운 날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면서 락다운은 언제 풀리지 미정이고 내 몸무게도 얼마나 늘어갈지 걱정이다.


외출도 제한되고 안티 바이러스 운동으로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밖에 나가려면 큰맘 먹고 나가야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보는 날, 운동복을 벗어던지고 한껏 뽐내고 외출했다. 생각보다 조용했지만 위기는 항상 조용할 때 찾아온다. 신발끈이 풀어져서 묵으려고 고개를 숙일 찰나 빻! 소리와 함께 허벅지 안쪽 바지가 찢어졌다. 


당혹스러워서 마트 불과 몇 미터 남겨두고 집으로 도망갔다. 아무리 속세의 맛에 찌들었다고 하지만 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먹은 기억이 없는데 인생 최대 수치였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친구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한동안 찢어진 바지를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식단을 바꾸고 난 뒤로 밤마다 주방을 기웃거렸다. 먹을까 말까 고민을 수십 번 한 끝에 과일은 괜찮겠지 생각하고 사과를 베어 물면 그 뒤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먹고 싶은 건 늘어가는데 먹는 건 제한적이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예전이 친구와 자취할 당시 친구의 반려묘가 과체중이라 살을 빼야 한다며 쉬는 날 종종 츄르를 이용해 움직이게 만들었다. (물론 집사의 부탁이었다. ) 그 고양이 얼마나 열 받았을까? 나였으면 잠잘 때 몰래 찾아가 숨 못 쉬게 얼굴에 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포스트잇에 먹고 싶은 것을 적어두고 치팅 데이 때  종이 하나를 빼어 나오는 것을 먹기로 했다. 세상에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널렸을까? 손 한 뼘 되는 텀블러 크기를 채우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새벽 네시 어두 컴컴하고 조용한 시각. 배고파서 잠에서 깼다.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배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자려고 이리저리 돌아누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눈뜬장님으로 세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아침 시간 식욕이 정신을 지배했다. 어떻게든 부여잡았던 욕망 덩어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소분해서 먹으려고 샀던 소시지를 팬에 전부 부어버렸다. 기름에 튀겨지는 소시지 냄새에 나의 욕망이 사르르 녹아내려갔다. 


소시지 하나 주워 먹으니 이게 속세의 맛이구나 싶었다. 이제 케첩에 뿌려 먹을 찰나 마지막 이성이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잡아 매달리고 있었다. 


"니 그거 다 먹으며 인간도 아니다 " 


결국 냉장고에 있던 양상추를 꺼내어 양심의 가책을 줄였다. 다이어트 이주 째

평생 다이어트한다는 연예인, 가수들은 하루에 토마토, 바나나 같은 과일 채소만 먹고사는데 어떻게 생활이 가능한지 존경스럽다. 


미안하다 어제의 나, 내일의 나

오늘만큼은 타락해야겠다.    


나의 욕망과 양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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