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엔 아빠는 항상 웃고 있었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뭘 했는지 얼굴이 다 타서 돌아온 날
안쓰러운 마음에 선크림을 사드렸더니
얼굴이 달걀귀신이 되었다며 웃고 계셨다.
첫 자취를 할 때 당연히 냉장고, 세탁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계약하고 나서 텅 빈 방안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넓어서 좋겠다며 바닥에 누워 웃고 계셨다.
일하다가 발을 헛디뎌 다리 인대가 파열된 날
수술이 잘 끝났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데
오른쪽 다리는 지켰다며 웃고 계셨다.
아빠가 웃음이 많으신 건지
아님 걱정이 많은 아이인걸 알고 있는 건지
내 옆에선 항상 함박웃음이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걱정하지 말라며 볼일 다 보고 천천히 오라는 말을 듣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울면 안 되는데
이제 힘들어하는 아빠 곁을 지켜야 하는데
난 괜찮아 라는 한마디에 무너졌다.
할머니 영정 사진을 붙들고 목놓아 울던 아빠를 보며
웃는 모습이 아닌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아빠를 보며
힘들면 힘들다 말 한마디 못하게 만든 건 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피곤하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며 괜찮다고 멋쩍게 웃고 계셨다.
슬픔을 웃음으로 포장한 채.
누워있는 아빠를 끌어안고
내가 더 강해져야지 다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게.
그래야 아빠도 내 걱정하지 않고 목놓아 울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