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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6. 2021

아빠는 항상 웃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엔 아빠는 항상 웃고 있었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뭘 했는지 얼굴이 다 타서 돌아온 날 

안쓰러운 마음에 선크림을 사드렸더니 

얼굴이 달걀귀신이 되었다며 웃고 계셨다. 


첫 자취를 할 때 당연히 냉장고, 세탁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계약하고 나서 텅 빈 방안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넓어서 좋겠다며 바닥에 누워 웃고 계셨다. 


일하다가 발을 헛디뎌 다리 인대가 파열된 날

수술이 잘 끝났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데  

오른쪽 다리는 지켰다며 웃고 계셨다. 


아빠가 웃음이 많으신 건지 

아님 걱정이 많은 아이인걸 알고 있는 건지 

내 옆에선 항상 함박웃음이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걱정하지 말라며 볼일 다 보고 천천히 오라는 말을 듣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울면 안 되는데

이제 힘들어하는 아빠 곁을 지켜야 하는데 

난 괜찮아 라는 한마디에 무너졌다. 


할머니 영정 사진을 붙들고 목놓아 울던 아빠를 보며 

웃는 모습이 아닌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아빠를 보며

힘들면 힘들다  말 한마디  못하게 만든 건 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피곤하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며 괜찮다고 멋쩍게 웃고 계셨다. 

슬픔을 웃음으로 포장한 채.


누워있는 아빠를 끌어안고  

내가 더 강해져야지 다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게.

그래야 아빠도 내 걱정하지 않고 목놓아 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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