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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Nov 08. 2021

내일 정말 출근하기 싫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벌써부터 다음날 출근하기 싫어서 

어떡하면 눈치 보지 않고 결근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렇게 죽기 전까지 일하면 내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출발점은 같은데 누구는 지치지 않고 전력 질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 걸까??

일을 그만두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물속에서 숨을 쉬는 기분이다. 

발버둥 칠수록 숨쉬기 위해 물을 마시지만 

산소가 부족해 폐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랄까.


하루 사이에 누구를 죽였다고 해도 믿을 만큼 뒷이야기가 쌓이고 

누가 저지른 잘못인지도 모른 채 우선 죄송하다며 전화기에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을 

모니터 옆 조그마한 거울을 통해 보았다. 


거울 속에 있는  나는 울상이지만 

내가 울상을 지으면 거울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나를 보고 슬퍼할 테니 너만큼은 슬퍼하지 않길 바라며 애써 괜찮은 척 쓴웃음을 지었다. 

 

침대 위에 걱정 한 가득 뿌려져 있어 뒤척일 때마다 살 속을 파고들어 와 가슴을 후빈다. 


내일은 어떤 사고가 저질러져 있을까?

내일은 어떤 일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까?

내일은 내가 숨은 제대로 쉬고 있을까?


내일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 자전축이 살짝 기울어 기상이변 때문에 출근하지 않길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싱크홀이 생겨 회사가 사라지길 

갑자기 회사 사람들이 전부 퇴사해서 며칠간 걱정 없이 쉴 수 있길 

제발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길 바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벌어져도 안되고 

벌어질 수도 없지만 

이 생각으로 하루가 끝나기 10분 전 처음으로 웃어본다. 


내일 정말 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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