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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Nov 30. 2021

일기

일기를 쓰면서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다. 

나이가 들수록 입 밖으로 생각을 꺼내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켜버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고 있을 때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일까?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어느 순간 집에서만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고 

웃음이 많던 아이는 무표정을 짓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한 고민들

시간이 흘러 정리되지 못하고 남은 생각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나를 감싸더니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횡단보도에서 상대방이 핸드폰을 보고 걷다가 부딪혔는데 적반하장으로 화내던 날

친구들 모임에서 어느 순간 나를 부르지 않게 되던 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삼켜버렸다. 


그저 마음속으로 삭히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다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샀던 일기장을 어느새 몇 장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 빈종이를 보고 몇 줄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조금씩 내 이야기를 적어가면서 

그동안 삼키기만 했던 감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행을 갈 때 짐을 줄이기 위해 옷을 빼도 일기장은 꼭 챙긴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 준 나의 고마운 친구이자 

나조차도 조용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던 나를 다시 알게 해 준 친구였다.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웃음기 많은 아이를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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