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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Dec 18. 2021

밤공기가 차가우니 어서 집에 들어가

잘 가

' 어서 들어가, 눈 내리는 게 신기해도 바깥에 오래 있으면 감기 걸리니 빨리 집에 들어가. '

' 나는 네가 들어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 


이게 우리의 마지막 인사일 줄 꿈에도 몰랐다. 

눈 내리는 날이면 아직도 네가 생각난다. 

수 없이 떨어지던 눈을 보며 추운 것도 잊은 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너를 

헤어지고 나서 왜 그런지 알게 되었어. 


정말 네 말대로 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


바닥에 닿으면 사르르 녹아버리던 눈이 한눈판 사이 새하얗게 쌓여있더라. 

아주 잠깐의 찰나였는데 미적지근한 아스팔트가 어느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웠어.


작은 눈송이도 쌓이다 보면 넓디넓은 바닥을 차갑게 만드는 것처럼 

조그마한 일들이 쌓여 어느 순간 우리 사이를 차갑게 만들었지.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잠시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버려 더욱 차갑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화해할수록 냉정해지고 차가워지더라. 


봄이 온다면 그동안 쌓여있던 오해가 녹아내릴까? 아님 우리의 관계가 흔적도 없이 녹아내릴까? 

봄이 오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미련만 남아 오늘도 누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네가 넘어지지 않길 바란다. 


오늘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어디선가 네가 눈을 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지랖 일지 모르지만 눈송이에 마음을 전한다. 

 

' 밤공기가 차가우니 어서 집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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