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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20. 2020

Ep. 48   연말 파티  

지인이 자주 가는 칵테일 바에서 연말 파티 행사를 초대받았다.   펍 이름은 캐래비안의 해적을 연상시키는 이름 ' 블랙펄 '이었다.  연말 행사 때문일까? 바텐더들은 다양한 콘셉트의 코스튬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나와 같은 손님인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간단한 포옹을 마치고 2층으로 안내받았다.

1층은 부드러운 재즈바 분위기 라면 2층은 클럽 같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보는 사이키 조명에 흥이 살짝 났지만 아직 제정신이었기에 주변만 살폈다. 


처음이 어색할 뿐, 술이 들어가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새 적응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Black Pearl / 304 Brunswick St, Fitzroy VIC 3065


카우보이 코스튬을 한 바텐더에게 칵테일을 주문하면서 연말 파티를 하는 취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 날 발생한 수익 전액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판매용 달력을 보여주는데 깜짝 놀랐다.   달력 안에는 여기서 근무하는 바텐더들의 사진이 있는데 올 누드사진이었다. 월마다 콘셉트를 잡고 사진을 찍었는데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나라 아니랄까 봐 12월에 가까워질수록 수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달력 또한 판매금액 모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고 하니 방문한 사람들이 입장권처럼 다들 한부씩 사갔다.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옷까지 벗어던지는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밖이 어두워질수록 바의 조명은 선명해지고 사람들은 더욱더 활기차게 놀기 시작했다.   

사이키 조명 속에 있으니 한국에 있던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가요톱텐이라는 곳이 생각났다. 건강히 다녀오라는 친구들의 안부를 듣고 헤어질 찰나, 이대로 가기 너무 아쉬워서 무작정 들어갔던 감성주점이었다.

90년대 노래가 나오는 술집은 애매모호하게 클럽 나이 커트라인에 걸리는 우리들이 가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다음 노래 전주만 들어도 주점에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스페이스 A - '죽도록 너만 사랑했는데 왜 날 믿지 못하니 나는 죽을 때까지 너 하나뿐이야 ' 노래를 부르면서 언제 한번 노래 가사처럼 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해봤나 생각들 정도다.  노래 하나로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아마 다들 이 노래를 들었을 당시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국 한잔만 마시기로  약속하고서  마지막 노래 까지 듣고 해장술과 함께 아침햇살을 받았다. 


노래만 들어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할 일인 것 같다.  사람들과 섞여 즐기려고 해도 

' 이 노래 알지?'라는 그들의 질문 한마디에  이질감을 느꼈다. 다들 추억에 빠져서 그때 당시 유행하던 춤을 추는데 아무것도 공유할 수 없었던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노래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기만 했다. 



연말을 빌어 친구들과 모여 술 한잔 기울이던 날들이 그리웠다.  해외에 있으면 다양한 경험과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정작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기에 종종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 다들 연말 파티 잘하고 있겠지? 다음 해에는 이번 년에 즐기지 못한 연말까지 몰아서 즐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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