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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an 12.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01 편의점&대형마트

다른 길을 선택한 GS25와 CU/토끼 이마트, 거북이 롯데마트

Prologue

저는 기업을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기업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주식 투자로 이어지게 되었죠. 그런데 주식 투자를 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왜 PER, PBR 같은 가치평가 기법을 적용해도 주가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워런 버핏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수십년 동안 반복됐지만 결국에는 가치투자가 승리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가치 사이에 괴리가 벌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가치를 찾아간다는 불변의 진리를 증명한 셈이죠.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보지 않고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며 가치를 평가하는 진정한 투자자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주가 없는 주식학’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편의점: 당신이 매일 들르는 그곳도 기업이다.

#BGF리테일 #GS리테일


아침 출근길에 삶의 유일한 낙인 담배 한 갑을 구매하는 곳, 점심 식사시간에 라면에 삼각김밥을 야무지게 말아먹는 곳, 저녁 퇴근길에 수입맥주 네 캔을 품 속에 안아 챙겨 오는 곳을 상상해보라. 당신이 지불하는 돈은 누가 가져갈까? 바로 편의점 기업과 그 주주들이다. 당신은 푼돈을 쓴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루에도 편의점에 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이윤이 창출된다. 그런데 당신이 매일 허투루 쓰는 그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흥미롭지 않은가? 바로 편의점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그 방법이다. 주식 투자 입문자라면 가장 친숙한 기업과 산업부터 공부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이다.



우리나라에는 5개의 편의점 브랜드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바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2개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고, 2개는 일본 주식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우리나라 편의점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없고, 1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전체 기업에서 편의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 유의미하지 않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국내에서 편의점 주식에 투자하려면 CU와 GS25만 보면 된다. 이 둘은 현재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나머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은 그들만의 경쟁을 따로 벌이고 있다.


전국에 편의점이 몇 개나 있을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편의점은 약 5만 개가 있고 이중 절반 이상을 CU와 GS25가 차지하고 있다. 점포 수에서는 CU(1만 4923개)가 GS25(1만 4688개)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매출액에서는 GS25(9조 6359억 원)가 CU(6조 7429억 원)를 압도하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투자마인드 1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기업과 브랜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CU라는 편의점 브랜드 자체는 기업이 아니다. GS25도 마찬가지다. BGF리테일이라는 기업이 CU라는 편의점 브랜드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GS리테일이라는 기업이 GS25라는 편의점 브랜드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편의점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라고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둘 중 하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전략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BGF리테일은 편의점에 올인하는 기업이고, GS리테일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부를 함께 운영하는 기업이다. 만약 편의점 트렌드가 발전해 사람들이 편의점을 더 많이 찾게 되고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BGF리테일에 투자하는 것이고, 편의점 자체보다는 편의점을 기반으로 다른 서비스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GS리테일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전망이 없어 보인다면 투자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BGF리테일은 CU라는 편의점 브랜드를 메인으로 모든 전략이 '어떻게 하면 편의점에서 넘버원이 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곰표 맥주를 비롯한 콜라보 제품, GS25의 혜자 도시락을 꺾은 집밥 백선생 도시락, 헤이루라는 PB 브랜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입점 등 고객들이 다른 편의점에서는 즐길 수 없는 CU만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여담이지만 옛날 사람이라면 훼미리마트(Family Mart)가 CU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보광이라는 기업이 일본 편의점 훼미리마트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국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다가 2012년 BGF리테일로 사명을 변경하고 CU라는 토종 편의점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GS리테일은 GS25라는 편의점이 메인 사업부이기는 하지만 편의점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예를 들어 GS리테일은 작년 하반기에 같은 GS그룹 계열사인 GS홈쇼핑과 합병하고,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인수했다. 'GS25가 요기요를 갖고 있다니...'라며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은 GS더프레시라는 슈퍼마켓,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라는 호텔, 랄라블라라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도 보유하고 있다. GS리테일의 목표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같은 전국에 깔린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퍼즐 조각은 많이 모았다. 이제는 이 조각들을 맞출 때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은 직접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이슈인 미니스톱 인수를 다뤄보려고 한다. 세븐일레븐은 코리아세븐이라는 롯데 계열사가 운영하고 있고, 이마트24는 신세계 계열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다. 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매물로 나왔다. 업계 1위는 CU와 GS25가 겨루고 있지만, 3위 싸움도 나름대로 치열하다. 원래는 세븐일레븐이 안정적인 3위였는데 이마트24가 약진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품으면 3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작년에도 이베이코리아를 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을 벌였는데 연초부터 편의점에서 새로운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한편 업체를 가릴 것 없이 최근 편의점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2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와인 프로모션이다. CU는 '음!(mmm!)'이라는 와인 브래드를 런칭했고, 이마트24도 와인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무인점포다. GS25는 SK쉴더스와 손 잡고 AI 카메라가 작동하는 무인 방범 매장을 도입할 예정이고, 세븐일레븐은 카카오톡 지갑 QR과 제휴를 맺어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그니처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집 앞의 편의점에 갈 때는 과자에 맥주만 사 오지 말고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관찰해보길 권장한다. 기업과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주식 투자의 시작이다.


대형마트: 장 보러 가서 물건만 보지 마라.

#이마트 #롯데쇼핑


어릴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심지어 때로는 카트에 타고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시식코너에서 아주머니들이 쥐어 주는 치킨너겟을 먹고 어머니에게 사 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장난감 코너에서 떼를 쓰면서 울다가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새는 대형마트에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쿠팡이라는 혁신 기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굳이 춥고 더운 날에 시간을 내서 장을 보러 갔다가 무거운 짐을 들고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대형마트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형마트에 어떤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지, 대형마트는 쿠팡의 기습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지켜보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주식도 편의점처럼 접근하면 간단하다. 우선 대형마트 빅3라 하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의미한다. 셋 중에 국내에서 주식 투자가 가능한 기업은 이마트와 롯데마트다. 이마트라는 대형마트 브랜드는 이마트라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고, 롯데마트라는 대형마트 브랜드는 롯데쇼핑이라는 기업에서 하나의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삼성물산에서 시작되어 테스코라는 영국 회사에 넘어갔다가 2015년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매각되어 현재는 비상장 기업이다. 비상장 기업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뜻이며, 상장 주식 투자도 안 해본 사람은 굳이 지금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대형마트 소개로 들어가기 전에 대표적인 유통 채널 5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바로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이다. 여기서 슈퍼마켓은 SSM 또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라고도 부른다.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 이마트의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SSM 4사라고 칭한다. 다만 편의점과 대형마트 사이에서 입지가 애매하고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유통 채널을 정리한 이유는 롯데 그룹과 신세계 그룹의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두 유통 공룡의 가장 큰 격전지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산업 소개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이마트를 중심으로 설명하겠다. 이마트는 신세계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신세계 그룹은 신세계라는 기업을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이마트라는 기업을 통해 대형마트 사업을 하고 있다. 2021년 5월 전국 점포 수를 기준으로 보면 이마트(161개)가 업계 1위이고 홈플러스(139개), 롯데마트(112개)가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점포 수를 줄이고 있는 반면 이마트는 늘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라면 쿠팡이라는 온라인 몰의 공습에 맞서 오히려 오프라인 몰을 늘리는 이마트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효과가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마트의 전략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신년사를 보면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온라인이 편리하지만 오프라인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미 SSG닷컴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쿠팡이 막강하고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 같은 스타트업과도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네이버, CJ대한통운과 동맹을 맺으며 데이터와 물류에서 경쟁력을 더했다. 그리고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공격적인 M&A를 단행했다. 작년에는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 그리고 SK와이번스 야구단까지 인수했다. GS리테일과 비슷하게 이마트도 퍼즐 조각은 많이 모았다. 퍼즐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의 숙제가 남아있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역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롯데마트 빅마켓, 코스트코와 유사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무료 회원제를 도입한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이마트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매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배송해주고 가성비가 훌륭한 PB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호평을 받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복합쇼핑몰이다. 하남과 고양에서 시작한 스타필드는 오프라인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는 공간이다. 애완동물과 함께 쇼핑할 수도 있고, 식사부터 레저까지 즐길 수 있는 스타필드는 없는 게 없다는 올인원 경험을 제공해 가족, 친구, 연인끼리 많이 방문한다.


다만 이마트 투자 시 리스크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좌초 자산의 처분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결국 양날의 검인데 잘만 활용하면 쿠팡에게 없는 이마트만의 특별한 경험이 되지만, 잘못 활용하면 비용은 비용대로 발생하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결국 SSG닷컴, 작년에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이마트를 어떻게 결합해서 시너지를 내는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는 정부 규제다. 정부는 지역상권 상생을 이유로 대형마트에게 의무휴일을 강제하고 있다. 문제는 그 수요가 지역상권이 아닌 쿠팡 같은 경쟁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규제의 역차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이마트 투자 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수년 전에 미국에서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월마트는 망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아마존은 혁신적이었고 월마트의 몰락은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월마트는 아마존의 맹공을 이겨냈고 더 강해졌다. 그리고 아마존도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홀푸드를 인수했다. 쿠팡과 이마트의 경쟁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주식 투자자는 현재가 아닌 한 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래를 상상하는 힘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느껴야 한다. 대형마트의 트렌드를 공부하고 직접 방문해서 그 안에 있는 물건이 아닌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대형마트에 투자할 때가 보일 것이다.



-> To Be Continued...

주가 없는 주식학 #02 백화점&면세점 (1/26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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