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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Mar 28. 2022

시를 써주고 싶은 사람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예전에 

아주 오래 전은 아니지만

문득 시를 써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농활에서 처음 본 그녀에게

헤어지기 마지막 날

마을회관 책상에서 순식간에 써 내려갔던

사랑의 시가 생각납니다

떨려서 바로 전해주지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어렵게 손에 쥐어주었지요

누가 사랑이 순수하다고 하였던가요

시의 약발은 세 번까지였습니다

미적지근한 반응일 때

그만둬야 했는데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남겼어야 할 시

몇 번의 수정 끝에 너에게로 갔을

문장들이 내게로 다시 돌아오지는 못하였습니다

나도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

너를 사랑했을 때 감정으로 쓴 내 시를 

사랑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래야 나는 우승은 못해도 승리를 합니다

덜 떨어진 사랑의 방식은

중세의 수학자가 만든 공식처럼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바뀌지 않은 게 있지요

다시는 사랑의 감정에 빠져 시를 쓰지 않는답니다

절대적이란 말을 쓰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이것만은 결코 다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어차피 사랑은 감정이지 실체가 아니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 후 끌리는 누구를 못 만났습니다

그래서 눈썹 위로 사랑의 운을 띄워놓고

머리를 긁적입니다 좋은 사람이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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