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우리가 시를 사랑하지 않아서
시는 더더욱 사랑스러워졌다
가여워졌다 보듬어주고 싶어졌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딘가엔 존재하지 않았다
평평한 땅 위에 당신을 지어 올리는 일이
시를 짓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태풍이 불어야만 창문이 그 기능을 다 하듯
시는 밤의 불빛도 아니었고
곡기의 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생존의 한 조각으로
물 한 모금으로 내 곁을 꽤 지켜왔다
이제와 묻는다
시여 왜 내 삶에 침투하였는가
왜 나를 뒤흔들어 놓았는가
나는 얼마의 고통을 감내하고
몇 자의 글자들을 되뇌었는가
자기반성의 글은 쓸수록 죄를 뒤집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