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아주 건방지게
밤을 가졌다
고속도로 앞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넘쳐나는데도
세상을 멈추었다
음악이 흐르는 것을 빼면
세상엔 오롯이 나뿐이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간다
하지만 아직 서울이 아니다
서른다섯이지만 나는
서른을 넘지 않았다
아프다 어딘지도 모르고
찌르고 후벼 팠던 내가
이제야 아파온다
밤이 연고가 되어 나를 문지른다 밤새 나를 괴롭힌다
한 잔의 술이 놓여있다
마시다 말다 너는 남을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일까 거리가 희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