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비가 추적추적 옵니다
가을에 내리는 첫 비 인 게 분명합니다
열 두시는 되어야지 동네가 조용해집니다
이제 오롯이 나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일 일을 하다 집으로 오지만
나는 종일 집에 있다가 지금 나갑니다
현대인들은 하루 두 끼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사이에 커피나 케잌 같은 쓰거나 단거를
입에 자꾸 갖다 댑니다.
출근보다 퇴근이 더 괴롭다는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퇴근은 곧 다시 올 출근을
의미하기 때문이겠지요
나는 출근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알람을 맞춰서 잠에 들면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깹니다
옆에는 아무도 없고 그 흔한 꿈자리에도 사람은 없습니다
서 너번 깨다가 퀭한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알람을 끄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아침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으니 전화벨도 울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일이 없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창문이 조금 넓은 감옥에서는 매일같이
수명이 줄어가는 사식이 들어옵니다
틈틈이 그 자극적인 음식들은 모두 출근의 기록입니다
열두 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