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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Mar 30. 2022

출근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비가 추적추적 옵니다

가을에 내리는 첫 비 인 게 분명합니다

열 두시는 되어야지 동네가 조용해집니다

이제 오롯이 나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일 하다 집으로 오지만

나는 종일 집에 있다가 지금 나갑니다

현대인들은 하루 두 끼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사이에 커피나 케잌 같은 쓰거나 단거를

입에 자꾸 갖다 댑니다.

출근보다 퇴근이 더 괴롭다는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퇴근은 곧 다시 올 출근을

의미하기 때문이겠지요

나는 출근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알람을 맞춰서 잠에 들면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깹니다

옆에는 아무도 없고 그 흔한 꿈자리에도 사람은 없습니다

서 너번 깨다가 퀭한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알람을 끄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아침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으니 전화벨도 울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일이 없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창문이 조금 넓은 감옥에서는 매일같이

수명이 줄어가는 사식이 들어옵니다

틈틈이 그 자극적인 음식들은 모두 출근의 기록입니다

열두 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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