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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Mar 31. 2022

살아서 비루 해지는 때가 있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오늘은 일찍 자고 싶다. 

또다시 나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지 않는 나로 돌아왔다. 

어떤 변명도 나에게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띄어쓰기도 말을 듣지 않는다. 

밤은 외롭고 낮은 너무 길다.

혼자여서 외로운 것인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종일 그 한 가지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고 또 외로운 밤을 맞이한다. 

모두 사랑하고 싶었던 사내는 이제 선별적으로 구분해서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고 지울 수 있을 만큼 지워서 나라는 배 안에 몇 명의 생존자만 살아남았다. 

남은 나를 밀어낼 수 없고 나만 나를 밀어낼 수 있다. 

누우면 잠이 드는 감기약을 매일 먹어서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잠은 잘 자고 잘 먹고 있다. 

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둡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매일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좁은 방 안에서 살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나를 살렸다는 생각이 나를 더 비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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