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가끔 네가 보고 싶은지 벽을 부비며 너를 불러본다
8층에 큰 창이 있는 곳에 네 발을 감싸줄
꽃신도 사놓았건만 너는 천장의 오래된 벽지처럼
익숙한데 내 손에는 영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매일 바라보는 게 힘들어 불을 꺼야 볼 수 있다
어두운 것이니 볼 수 있다는 말이 어찌 이리
가여이 들리는지 나는 또 벽을 부빈다
강변의 그 해 마지막 야시장에서
다음을 기약했던 약속들은 그날의 유속보다
더 빨리 잊혀졌다
사랑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헤어지자는 말은 단 한 번만 한 것이 기억난다
참으로 기억이란 정직하다
너를 만난 계절도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계절도
정직하게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