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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Apr 05. 2022

시의 제목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내 시의 제목을 짓지 못하여

나는 시를 쓰지 못하였습니다

내 하루가 조금은 부끄러워

손에 펜이 가닿지 못하였습니다

아침 햇살은 구름이 가렸지만

내 부끄러움만은 이 큰 우주도 가리지 못하였습니다

시를 쓰는 이 순간 

책상 위에 흔들리는 다른 물체들이 보입니다

나 하나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미진하여

온종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의 제목을 비워둔 채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두 개의 창문을 열고서

방충망은 열지 못합니다

수 천 개로 쪼개진 틈 사이에는 무언가 보일 듯합니다

그 작은 구멍 속에서 시의 제목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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