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내 시의 제목을 짓지 못하여
나는 시를 쓰지 못하였습니다
내 하루가 조금은 부끄러워
손에 펜이 가닿지 못하였습니다
아침 햇살은 구름이 가렸지만
내 부끄러움만은 이 큰 우주도 가리지 못하였습니다
시를 쓰는 이 순간
책상 위에 흔들리는 다른 물체들이 보입니다
나 하나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미진하여
온종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의 제목을 비워둔 채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두 개의 창문을 열고서
방충망은 열지 못합니다
수 천 개로 쪼개진 틈 사이에는 무언가 보일 듯합니다
그 작은 구멍 속에서 시의 제목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