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기상을 관측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매일 시를 쓰는 나의 펜대를 보면
그날의 날씨 정도는 알 듯합니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저는 우울한 시를 씁니다.
기어코 저녁엔 비가 내립니다
밤새 내린 비로 구름 낀 하늘만큼
땅에도 발을 디딜 곳을 못 찾습니다
점점 날은 개고 오후엔 해가 뜨지만
나는 또 디프레스한 시를 씁니다
비가 와도 해가 떠도
나는 좀 멜랑꼴리하여
기상청의 슈퍼컴퓨터처럼
제 맛에 맞는 일기예보를 써 내려갑니다
오전엔 우울하다가 오후엔 디프레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