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그래서 사랑을 하나 봅니다
불현듯 얼굴 없는 여인이
내게로 다가옵니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잡아당깁니다
체온보다는 조금 찬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 손에 내 양손을 포갭니다
차가웠던 손은 따뜻해졌으나
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의 자의식이었던
얼굴은 없었지만 그 누가 떠올라
나는 가느다란 숨으로 내 오감을 채웁니다
베일 듯 한 꿈은 이따금씩 자상을 남기지만
그래도 사랑을 하나 봅니다
불현듯 얼굴 없는 여인이 내 곁을 떠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