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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Mar 23. 2022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2건의 결혼식과 1번의 반차

 지난주 금요일에 알람은 울리지 않았고 난 운이 좋게 8시에 눈을 떴다. 이미 그전에 8시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가까스로 9시까지 회사에 출근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나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상태로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모자는 자는 사이 머리에 생긴 까치집을 누르려한 것인데 머리가 짧아서 그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제 시간 안에 출근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집 밖을 나왔다. 마을버스는 뛰어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마치 나를 기다렸던 택시처럼 제시간에 딱 맞춰 와 주었다. 나는 다급 함 없이 유선 이어폰을 꺼내어 라디오 생방을 듣는다. 내가 지금 아침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 DJ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지만 어쨌든 나는 제시간에 회사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버스에 내려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플랫폼을 서성인다. 지하철 안내 화면에도 이전 역을 출발한 열차가 오고 있다. 이런 사소한 행운들이 없어도 좋으니 몽땅 모아다가 이번 주 로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매일 7시 즈음 지하철을 타다가 8시 넘어서 지하철을 타려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다들 한 두 개의 지하철을 놓치면 지각하는 사람들일 것이 분명하다. 매일 출근길에 뛰어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30분 아니 10분만 먼저 일어나면 저럴 일 없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내가 본 그날이 오늘의 나처럼 알람이 안 울려서 혹은 누가 깨우지 않아서 급하게 뛰는 하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지하철역에 내려서 나는 잰걸음으로 회사로 걷는다. 지하철 입구에는 여고생들이 모여 같이 등교할 친구들을 기다린다. 내 어린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려고 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최소 15년 전의 일이고 지금 내게 그럴 시간이 없다. 다행히 9시가 안 되어 회사 근처에 여유롭게 도착했다. 나는 모자를 벗고 아무렇지 않은 척 회사에 들어온다. 마침 회사가 공사 중이라 4층까지 걸어가야 하는 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다. 좀 이해가 안 되는 공사이기도 하고 책이나 물건을 가지러 오르락내리락해야 되는 나로서는 상당히 짜증 나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매몰되지 않으려 나는 안간힘을 써본다. 


 회사에는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출근해있다. 9시 가까이 되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회사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신기하다. 마치 밖에서 대기하다가 표를 받고 들어오는 것처럼 58~59분에 조용히 들어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남들보다 1시간 30분이나 먼저 출근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가지만 그들에게는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까? 내가 회사에 일찍 출근하는 것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가 나를 이렇게 하도록 자연스럽게 시킨 것이다. 그것보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진 유일한 회사일 지도 모른다. 새로운 회사에서 낯선 업무를 해야 되다 보니 좀 더 빨리 그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직장인에게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나는 대단한 이야기처럼 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늦게 출근하는 경우는 없었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되는지 모르고 출근했던 수없이 많은 회사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래서 이제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무엇이라도 더 체득하고 익혀서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뇌는 분명히 많은 굳었음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련의 행위가 회사와 내 개인의 성장에 아주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해도 지금처럼 매일 자가발전기를 돌려보려고 한다. 전력이 미세하여 형광등 하나도 켤 수 없다 해도 캄캄할 때 눈앞에 낭떠러지에는 가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나를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결혼과 연차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이야기의 끝을 마무리한다. 매일 쓰고 나서 괴롭다. 성장보다 퇴보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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