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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Mar 23. 2022

봄에는 사랑한다고 말할 거야.

4월의 말들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바뀐다.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얇은 옷들이 옷걸이에 걸리고 거울 앞에서 조금 더 머뭇거리게 된다. 겨울의 나와 봄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옷이 주는 느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거운 옷들은 흔들리지 않지만 얇은 옷들은 작은 바람에도 살랑거린다. 그게 우리 마음을 흔드는 게 아닐까? 계절이 바뀌면 무엇보다 우리의 말들이 달라진다. 겨우내 우리가 길에서 보았던 건 얇은 가지만 남은 메마른 나무뿐이었지만 봄은 생명의 계절이 이서 우리의 눈부터 사로잡는다. 버스에 앉아 지나가는 높이 정도에 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다. 자연이 만든 색이 수천, 수만 가지겠지만 나는 개나리의 노란색을 좋아한다. 개나리는 누가 가져다 심어놓은 것 같지 않은 꽃이다. 아니 어디에도 있어서 꽃처럼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 그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뭐랄까 조금 평범하면서도 투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속도로 길가에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은 봄은 벚꽃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는 감히 개나리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색으로 본다면 개나리도 어느 꽃들의 아름다운 색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단단한 줄기 위에 피어있는 자태를 보고 있자면 쉽게 꺾이지 않는 어떤 강인함을 느낄 수가 있다. 


 20대의 봄은 온전히 연애, 사랑의 감정을 기대하는 설렘이었다.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금 더 오랫동안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0살의 나를 떠올리면 부쩍이나 그랬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었다. 나의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의 떨림과 거절당할까 두려웠던 마음이 겹쳐 혼란스러웠다. 떨리는 말을 건네며 걷던 학교 근처의 거리까지 아마 죽기 전 하나의 기억을 남기라면 그중 하나가 그때의 한 장면일 것이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계절, 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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